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재난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왜 하필 내가? 하는 의문은 필요 없습니다. 사실 인생의 모든 일에 이유를 알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문제는 당하고 나서입니다. 어떻게 수용하느냐, 그것이 앞으로의 인생을 만듭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로 인하여 트라우마를 지니게 됩니다. 그것은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불현듯 튀어나옵니다. 물론 그 뒤 대응함에는 의지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단한 훈련과 인내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주변의 영향은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도움은커녕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 자신이 그런 영향을 극복해낼 수도 있고 반대로 스스로를 비극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피해보상이 나올 수 있고 사회적 명성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때로 재난의 현장에서 영웅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도해서라기보다는 본성으로 대처한 것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사회적 명사가 됩니다. 여기저기서 격려의 답지가 들어오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다가와서 인사도 하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또한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구태여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지요. 자칫 잘난 척한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하고 받아 넘기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빌미로 트집 잡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사를 모두 비꼬려고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몇 번 헤어지기는 했어도 다시 이어지는 관계, ‘제프’는 ‘에린’의 마음을 다시 돌려받고 싶습니다.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결승점에 피켓을 들고 서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에린에게 깜짝 선물이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멀리 에린이 들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웬 남자가 자기 앞을 밀고 지나갑니다. 제프는 흘끗 쳐다보며 몸을 추스르며 피켓을 더 힘있게 쳐들고 에린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폭발합니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 몸이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주변에 쓰러져 있고 아우성입니다. 구급대원들이 달려옵니다.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
연락을 받고 가족들이 병원으로 달려옵니다. 담당의사의 설명을 듣습니다. 생명은 지장 없습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말을 잇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두 다리를 절단하였습니다. 창으로 안을 들여다봅니다. 온통 붕대로 휘감겨 있는데 허벅지 아래가 없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슨 생각이 떠오를까요? 20대 청년 아들인데, 갑자기 앞이 캄캄해집니다. 할 말을 잃고 서로 부둥켜안습니다. 아직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겠지요.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미래는 까맣게 지워질 것입니다. 혹 가지고 있었던 꿈들은 모두 안개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인생이 백지로 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장밋빛이 아니라 먹구름입니다.
TV는 계속하여 속보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 테러의 범인이 누구일지 찾으려 애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에린이 병원마다 뒤집니다. 제프가 어떻게 된 거야? 드디어 찾아와서 현실을 봅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의식을 차린 제프가 글로 의사를 전하려 합니다. 범인을 보았다. 즉각 전달이 됩니다. 범인의 인상착의부터 아는 대로 그 시간 자기 앞을 지나갔던 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줍니다. 중상을 당했음에도 범인 찾는데 기여합니다. 이 모든 것이 방송으로 나옵니다. 일약 영웅이 됩니다. 그 비극의 현장을 당하면서도 범인 검거에 적극 협력을 하는 젊은이, 보스톤의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격려합니다. 여기저기서 후원이 들어오고 인터뷰 요청이 들어옵니다. 가족은 신이 납니다. 어쩐지 철이 덜 든 가족을 보는 듯합니다.
본인은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가족보다 사랑하는 연인 에린이 힘이 되어줍니다. 그러나 에린도 처음 당하는 일이고 함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과 현실의 삶은 차이가 많습니다. 서로가 배워야 하고 익숙해야 하고 무엇보다 서로가 견뎌야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몸이 적응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몸은 맘을 움직입니다. 그것도 주로 부정적으로 영향을 가합니다. 그래서 힘든 것이지요. 현대 과학의 힘으로 의족도 많이 발달하였습니다. 그럴지라도 적응시키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때 더더욱 필요한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그 사랑하는 마음의 격려입니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영웅을 만들어놓고 자기 좋을 대로 즐깁니다. 정작 그 영웅은 고독하게 자신의 트라우마와 그리고 때로는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재난을 이기고 성숙해가는 두 젊은이의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영화 ‘스트롱거’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잘보고갑니다..
복된 주말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