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아이엔 씨알도 안먹혀"...'금쪽이' 때린 소아정신과 박사
중앙일보
2023.07.20 20:47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중앙포토
최근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아청소년 정신과전문의인 서천석 박사가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해 "금쪽이류의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솔루션(해결책)으로는 씨알도 안 먹힐 일"이라면서 일침을 가했다. 서 박사가 언급한 '금쪽이류 프로그램'은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 박사는 지난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 폭행 사건을 거론하며 이같은 글을 올렸다.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사 A씨가 다른 학생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 담당 학급의 학생 B군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A씨는 해당 폭행으로 입 안이 찢어지는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B군은 정서행동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 박사는 "일반적 교권 침해 문제는 그 문제대로 강력한 해결책을 만들고,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 내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교실 내 어려운 상황에 대해선 이를 적극적으로 다룰 치료 기관과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의학전문의 오은영 박사. 사진 채널A
이어 그는 "무슨 상담 몇 차례나 교육 몇 차례? 바보나 얼뜨기 아마추어 아니면 그런 것으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쯤은 다 안다"면서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서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며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력이 부족하든, 노력이 부족하든 둘 중 하나다. 그런데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것 쯤은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또 "노력해도 바꾸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상당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런 노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런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도 프로그램은 흥행 내지 권위를 위해 의도적인지 아니면 은연중에 그러는지 환상을 유지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적 장기 입원까지 가능한 전문적 접근은 물론 행동치료 경험이 풍부한 일대일 전담 교사(치료사) 배치 등 강력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며 "그래야 문제 아이도, 나머지 아이들도, 교실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건 터지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이수정 교수 과거 '발언'
위키트리 2023-07-20 10:13
정부 대책 비판했던 이수정 교수
“학교폭력도 폭력이고, 형사사건”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교사 사망 경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재조명받고 있는 인터뷰 내용이 하나 있다.
(왼쪽)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오른쪽)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교수. / 이하 뉴스1
바로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발언이다.
지난 4월 교육신문 에듀프레스는 정부 학교폭력 종합대책과 관련해 이수정 교수와 나눈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정부 학교폭력 종합대책은 학교에 무한 책임만 강요할 뿐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사법권이 없는 학교와 교사에게 학폭 사건을 담당하게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학교전담경찰(SPO) 배치를 늘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에 필요한 조치를 전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도 폭력이다.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는 형사사건이다"라며 "경찰이 조사해해서 잘잘못을 가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는 학폭 사건을 모두 경찰에서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각 학교에 1명씩 학교전담경찰을 배치했으면 좋겠다고 사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학폭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를 보호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다"며 "예컨대 왕따를 당한 학생이 있다면 그에게 도움을 주고 호소를 들어주는 사람,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학교전담경찰이다. 경찰에게는 공권력이라는 오서러티(authority)가 있어 방관하던 아이들도 피해자 편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오전 울산 남구 수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여름방학식을 마친 뒤 담임 선생님과 하교 인사를 나누고 있다.
현행 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 접수 후 절차는 다음과 같다. 모든 사건이 바로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 전에 학교장 자체해결 단계를 밟을 수도 있다. 물리적 폭력이 발생해 2주 이상 진단서를 받은 경우,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거나, 피해자 불복이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학교장 자체해결이 가능하므로 중재를 통해 종결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나 어느 한쪽 당사자가 불복하는 경우에는 사건이 자동적으로 학폭위로 이관된다. 이후 교육청에서 심의를 거쳐 처분을 받게 된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 A 씨가 전날 오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발견자는 학교 관계자며 현장 목격 학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이날 배포한 성명문에 따르면 A 씨는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던 중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도 A 씨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주장과 특정 학부모 지속적인 악성 민원 제기가 있었다는 의혹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 극단적 선택 사건 관련해 서울교사노동조합에서 낸 성명. / 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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