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들을 버틸 수 있는 건 두류산의 응원이 8할이다. 변함없이 품어 주고 토닥여 준다. 사람은 가끔씩 변한다. 내 마음 같으려니 한 일들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들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코스모스밭 언덕배기 평상에 벌러덩 눕는다. 참 고맙다. 기다렸는 듯 너른 품을 내어 준다. 모기들의 야멸친 공격이 있어도 평상이 편하다. 숨고르기 부터 했다. 듣자마자 힐링이 된다는 몇 곡을 감상했다. 속 푸는데는 글쓰기만큼 좋은것도 드물다. 미주알고주알 떠들고 나면 풀린다. 어제.오늘 주간이다. 주임과 짝꿍이 되어 손발을 맞춘다. 십 년 베테랑이 보기엔 육 개월된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도 어설플것이다. 돌직구도 곧잘 날린다. 난 웃으면서 받아 들인 후 고치려고 애쓴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주임님! 저는 몰라서 못하는건 있지만 알면서 안하는 건 없습니다. 언제든지 가르쳐 주시면 열심히 배우고 따를게요.,,한다. 주임은 웃으면서 말한다. ,,김샘! 말 잘 하는 학원 다니나?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로 고맙대이. 솔직히 애정이 없으면 돌직구도 안 날린대이. 내 한테 잘 배워 두면 나중에 좋은 일 많을거야.,, 하면서 두터운 애정을 보인다. 교대자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누곤 했더니 품앗이다. 어르신들 목욕 시키는 날은 엄청 바쁘다. 애를 먹는 날이라 동료끼리 서로 동병상련의 정을 나눈다. 이해하려 들지 않으면 모든 인간 관계는 일그러진다. 좋은 점만 보고 칭찬하고 아껴 줄 때 일도 수월하고 즐겁다. 동료들이 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어 참 고맙다. 마지막 기저귀 교체하러 99세 어르신 방으로 갔다. 내 얼굴을 빤히 보시더니 느닷없이 물으신다. ,,선상! 머리 물 들인기가.,, 일 세가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신 분께서 머리카락에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 ,,어르신! 제가 58세거든요. 한번도 염색 해 본 적이 없어요.,,하니
,,아이구 선상 복이대이. 염색 안 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노. 선상! 참 예뿌다.,, 기저귀 교체하는 손에 힘이 들어 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르신! 제가 예쁘게 보입니꺼? 요래 뚱뚱하고 못생겼는데요.,, 하니 어르신은 손사래를 친다. 이제 퇴근한다며 인사를 드리니 서운해 하신다. ,,선상!안 가면 안 되나? 선상이 있어야 재밌는데.,,이러셔서 놀랐다. 재밌게 해 드릴 틈도 없는데 마음이 편하셨나 보다. 진실은 통한다. 시나브로 어르신들의 가슴으로 사랑물이 들어 갔다.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리라. 수다상을 차리고 있는데 모기들이 집단으로 공격한다. 걸으면 못 째빌것이다. 새벽에 만났던 야구장을 밤에도 찾는다. 운동은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었다. 학창시절엔 점수가 매겨지기에 체육 시간이 싫었다. 이젠 아무리 못해도 점수를 매기지 않아 좋다. 난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 눈에 띄는 회원이 몇 명 있다. 삼십 년 경력자도 있으니 한결 같음에 놀랐다. 좋아서 하면 지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면 드러나는 법이다. 나비처럼 에어로빅을 잘 하는 어떤 회원을 보았다. 처음 하던 날, 누가 잘 하나 살폈다. 맨 앞줄에 선 어떤 회원의 춤사위가 너무 멋져 보인다. 앞 줄은 잘 한다는 의미다. 어느 날 안 보여 궁금했다. 오늘 드디어 궁금증을 해갈했다. 자세가 너무 좋고 단아하여 인연을 맺은 평상 동지다. 에어로빅 후 자연스레 마음 맞는 사람끼리 평상에 앉아 수다꽃을 피운다. 관심을 가진 후 에어로빅하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니 궁금했던 그 회원이다. 반가움에 칭찬 보따리를 안기며 분석을 하니 예리하단다. 유일하게 질리지않고 재밌는 것이 에어로빅이라 삼십 년 째란다. 그래서 남이 봐도 행복해 보였던 것이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남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나 역시 질리지 않는 수다상을 모기한테 째펴가면서 갈무리하고 갈수록 좋아지는 맨발하러 운동장으로 걸어 간다. 밤바람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