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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바르셀로나 올림픽대표팀(맨 윗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신태용) /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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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대표팀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1987년 당시 U-17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해 8강에 진출, 이탈리아에게 0-2로 지면서 탈락했는데.
그 당시 선수들 중 (서)정원이와 (노)정윤이, 나 정도만 현역에 남아있다. 당시 조예선에서 코트디부아르와 1-1로 비기고, 에콰도르에게 0-1패, 미국에게 4-2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나는 코트디부아르전과 미국전에서 각각 1골씩 뽑아내며 만족스런 경기를 했고 팀 역시 좋은 페이스였다. 당시 정원이가 오른쪽, 내가 왼쪽에서 플레이했던 기억이 난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이탈리아였는데 경기 내용 자체는 괜찮았다. 그런데 이탈리아 선수들은 전부 세리에A 클럽의 유스팀 소속으로 좋은 환경 속에서 볼을 찬데 반해 우리는 맨땅에서 매일 볼을 차고 했기 때문에 기량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당시 우리는 고교생들이었는데 그런 세계대회에 나가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았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경기했고 좋은 게임을 했다고 생각한다.
- 92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표팀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서정원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크라머 감독이 이끌던 92올림픽대표팀 시절이 정말 축구를 재미있게 했던 시절이라고 들었다.
그 당시 외국인 감독을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매일 욕을 얻어먹고, 맞으면서 축구를 하다가 항상 웃으면서 가르치시는 크라머 감독님 밑에서 운동을 하니 재미있었다.
당시 국내 지도자분들은 운동할 때도 터치, 사생활도 터치, 심지어 잠자는 것까지 터치하니 괴로웠다.(웃음) 그러다가 크라머 감독님을 만났는데 운동시간에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 즐겁고 좋았다.
- 당시 크라머 감독의 지도 방법으로 인해 한국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제로 경기 중에 선수들이 쥐가 나서 쓰러지기도 했고.
그것은 크라머 감독님의 지도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선수들이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 당시만 해도 선수단 스케줄을 미리 주지 않았는데 크라머 감독님은 1주일에서 보름 정도의 스케줄을 미리 주셨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언제 술을 마시고, 언제 놀러갈 수 있겠다' 이런 것에 신경 쓰다가 몸관리를 제대로 못했다.(웃음)
국내 지도자분들의 경우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계속 하니까 선수들이 몸 망가질 시간이 없었던 것인데 크라머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여유를 주다보니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웃음)
항상 강하게 다그침을 받고 스파르타식으로만 훈련받다가 크라머 감독님의 부드러운 지도방법을 처음으로 접하자 선수들 정신상태가 느슨해졌고 몸관리에도 소홀했던 점이 있었다. 결국 선수들이 문제였던 것이지 훈련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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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때부터 말 참 잘하셨네요. 영구결번은 아쉽..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