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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색조 동유럽 여행 1
2016. 11. 금계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여행 일정
** 인천 - 두바이 (아랍 에미리트) - 프랑크푸르트 (독일) - 콜마르 (프랑스) - 스트라스부르(프랑스) - 블레드 호수 (슬로베니아) - 포스토이나 동굴 (슬로베니아) - 라스토케 마을 (크로아티아) - 플리트비체 공원 (크로아티아) - 스플리트 성 (크로아티아) - 두브로브니크 성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 부다페스트 (헝가리) - 프라하 (체코) - 체스키크룸로프 성 (체코) - 비엔나 (오스트리아) - 할슈타트 호수 (오스트리아) - 짤츠부르크(오스트리아) - 뮌헨 (독일) - 두바이 - 인천 **
고기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잘 먹더라고, 이번에도 여행을 많이 다닌 전 선생의 수고로운 기획으로 가장 싸고도 가장 영양가 높은 코스를 골랐다. 여행이 끝나고 보니 조금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여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알차고 황홀하고 환상적인 일정이었다.
인천, 두바이,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두바이, 인천을 오가는 비행기는 에어버스 A380 에미리트 항공이었다. 탑승인원 500명의 세계 최대 기종인데 기내 환경이나 서비스도 훌륭했다.
열하루 동안 슬로바키아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는 뽑은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최신형으로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쉬시식, 떡시루에서 김 뿜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목포에서는 열 명이 참가하였다. 버스에 31명이 타고 다니는 10박13일의 패키지여행이었다.
여행국가 참고자료
면적 | 인구 | 국민소득 | 수도 | 비고 | |
아랍에미리트 | 8만3천 | 577만 | 3만3천 | 아부다비 | |
독일 | 35만 | 8085만 | 4만2천 | 베를린 | |
프랑스 | 64만 | 6655만 | 3만8천 | 파리 | |
슬로베니아 | 2만 | 198만 | 2만1천 | 류블랴나 | |
크로아티아 | 5만6천 | 446만 | 1만2천 | 자그레브 | |
헝가리 | 9만3천 | 989만 | 1만2천 | 부다페스트 | |
체코 | 7만8천 | 1064만 | 1만2천 | 프라하 | |
오스트리아 | 8만3천 | 866만 | 4만5천 | 빈 |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두바이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6시간, 뮌헨에서 두바이까지 6시간, 두바이에서 인천까지 9시간, 모두 에미리트 항공을 이용하였다.
A380 여객기는 500명을 싣는 세계 최대 여객기였다. 기내 시설은 최신식이었고 서비스 또한 대만족이었다.
먼저 물수건으로 손을 닦게 하고 음료수를 따라주고 기내식을 제공하였다. 또 조금 있으면 부대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거둬갔다.
커피, 홍차, 음료수, 바닐라 아이스크림, 게다가 맥주, 와인, 위스키까지 맛볼 수 있었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자면 지루하고 좀 쑤시기 십상인데 나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앞좌석 뒤에 붙은 모니터로 ‘검사외전’, ‘히말라야’, ‘기분 좋은 날’, ‘탐정 홍길동’, ‘엽기적인 그녀2’ 등등을 감상하다보니 비행시간이 후딱후딱 넘어갔다.
스튜어디스는 한 컷 찍겠다니까 기꺼이 브이 자를 그려보였다.
가이드
젊은이들처럼 배낭여행을 즐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돈이 빵빵해서 여기저기 좋은 호텔을 미리 잡아놓고 할랑할랑 거드름 피우며 돌아다닐 처지도 못 되니 빠듯한 노인들한테는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는 패키지여행이 제격이다.
가이드를 잘 만나야 한다. 가이드는 갑이고 여행객들은 을이다. 가이드가 갑질을 시작하면 여행객들은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 맞장이라도 떴다가는 여행 내내 고달플 수밖에 없다.
두어 해 전 북유럽 여행 때는 불친절한 가이드를 만나 두고두고 속을 썩였다. 그러나 불친절한 가이드도 만나봐야 한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좋은 가이드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낄 테니까 말이다.
맨 오른쪽 색안경 쓴 사람이 우리들을 인천에서 출발하여 인천에 돌아올 때까지 무사히 인솔한 수고로운 가이드. 48세. 가이드 경력 23년.
처음에는 무슨 규칙을 어기면 벌금이 얼마라고 겁을 많이 주어서 오금이 저렸는데 겪어보니 조금 쌀쌀해서 그렇지 한 치도 허튼 구석 없이 완벽하고 유럽의 역사지리에도 정통하고 해박해서 엄격한 교사의 풍모를 느끼게 했다.
이번 가이드의 특출한 능력은 짧은 시간에 우리 일행 31명의 얼굴을 익혀서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인파 속에서도 족집게처럼 뽑아내 인원 파악을 잘 한다는 점이었다.
여행을 처음 다닐 적에는 가이드가 부러워서 나도 다시 태어나면 가이드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지만 여러 번 다녀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달플지 모르는 직업이었다. 이번에도 한 사람이 안 보이자 동서남북으로 줄달음질쳐서 겨우 찾아내 버스로 끌고 돌아오면서 가쁜 숨을 할딱거렸다. 나는 다음 세상에 가이드 해보겠다는 꿈을 접었다.
가운데가 두바이 현지 가이드. 기형도 시인은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지만 나도 질투를 한다. 다른 건 별로 질투를 않지만 잘 생긴 남자 특히 눈썹이 짙은 남자를 만나면 질투심이 샘솟듯 치밀어 오른다. 그런다고 먹고 사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내 눈썹은 눈꼬리 절반도 못 갈 만큼 짧고 빈약하다.
두바이 가이드는 잘 생긴데다가 눈썹이 송승헌이보다 짙고 멋졌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현지 가이드. 무뚝뚝한 남자
가이드의 목소리만 듣다가 상냥한 여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애간장이
살살 녹아내릴 만큼 황홀하였다.
차림새나 목소리로는 아가씨 같았는데 결혼했단다. 한국인
남편은 부다페스트에서 한국계 회사에 다닌단다.
머나먼 만 리 이국땅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저 젊은
내외한테 축복이 함께 하기를!
늘그막에 늦복 터져 외국구경 다니는구나.
상냥한 안내인 목소리 살살 녹구나.
오호라 이 좋은 세상 천년만년 살고파.
[버즈 알 아랍 호텔]
11월 2일 오밤중에 인천을 출발하여 11월 3일 새벽 두바이공항에 내렸다. 아랍과 이스라엘은 견원지간이다. 여권에 이스라엘 입국 도장이 찍힌 사람은 두바이에 입국할 수 없다.
아마도 두바이는 아랍 세계를 대표하는 현대판 도시가 아닐까 싶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자면 이 도시를 새로 건설한 사람들한테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도시, 세계의 자본과 교역 물품을 끌어당기는 도시! 중동 최대의 물류기지.
골프, 낚시, 헬스, 인터넷 접속이 훌륭한 곳. 안정된 사회 환경, 자유로운 외환 거래, 인종 차별이 없고 정치마저도 안정된 곳, 모든 국가가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 밤이 깊어도 1분에 1대씩 비행기가 내리는 곳. 비즈니스의 도시, 쇼핑의 도시, 면세의 도시, 기적의 도시.
7성급 버즈 알 아랍 호텔은 하룻밤 숙박료가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단다. 호텔 커피는 한 잔에 20만 원이란다. 가이드는 우리 같은 서민들 겁주고 놀래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우리 청와대는 보통사람들이 구경하기조차 어려운데 두바이 왕궁은 아주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어서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두바이 시내를 구경했다. 경이로운 새 도시였다.
세상은 넓디넓고 볼 곳은 많디 많다.
아득한 허허벌판 사막은 아름다워.
바닷물 민물로 바꿔 기적 도시 이룩해.
에스프레소 한 잔 하고 인공 절벽 폭포 앞에서.
아직도 두바이는 건설에 여념이 없었다.
다시 두바이에서 비행기에 올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내리니 밤이었다. 버스로 달려 독일과 국경선이 가까운 프랑스 땅 알자스 콜마르의 단출한 여관에 짐을 풀었다
11월 4일 아침 콜마르의 쁘띠 베니스(작은 베니스)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 오밀조밀 아기자기 동화 같은 마을. 참 예쁘고 앙증맞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무대가 되었다는 알자스 지방은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주인이 여러 번 바뀐 땅이다.
전에 읽었던 ‘알자스’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책의 저자는 한국 여성인데 프랑스에 갔다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했다. 가끔 시댁에 다니러 가는데 그 시댁이 바로 알자스였다. 포도밭을 가꾸고 포도주를 만들고 집에서 먹는 음식은 집에서 요리하고.
그 책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다락방엔가 창고엔가 대대로 쓰다 남은 물건들을 모아놓는다는 점이다. 자녀들이 장성하여 결혼하면 유모차라든지 그릇이라든지 필요한 물건을 골라 가져갔다가 용도가 끝나면 다시 가져다 놓는다. 프랑스 사람들의 뿌리 깊은 전통과 대물림이 무척 부러웠다.
알자스 사람들은 포도주 축제를 여는데 고구려 제천행사처럼 몇 날 며칠이고 쉬지 않고 술 마시고 춤추며 삶을 즐긴다. 술에 취해 쓰러지면 대기하고 있던 응급차가 싣고 간다. 포도주는 그냥 마실 뿐 아니라 커다란 솥에 붓고 끓여 먹기도 한다.
또 거기 사람들은 구린내 나는 치즈를 즐기기도 한단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코를 감싸 쥐지만 한번 맛 들였다 하면 그 치즈만 찾는다 한다.
언젠가 홍세화 씨가 목포 왔을 때 정말로 프랑스에서는 포도주를 끓여 먹는지, 구린내 나는 치즈가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정말로 그런다 했다.
그 책을 읽고 언젠가 알자스를 한 번 구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록 수박 겉핥기일지언정 알자스에 닿고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콜마르 현지 학생들인 듯.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지 않고 하나같이 밝고 환한 표정들이었다.
목포에는 유럽식 건물이 유달산 아래 옛 일본영사관 하나뿐인데 콜마르는 모두 유럽식 건물이라 신기하고 멋졌다.
프랑스 콜마르 고색창연 서양 건물
씩 웃는 초등학생 너 또한 반갑고녀
초록별 반대쪽에도 사람들이 있었네.
콜마르에서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길.
멀리 버스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마을 풍경이 뿌옇고 정겹다. 나는 사물이 밝은 햇살 아래 명명백백히 들어나는 것보다는 살포시 베일로 속살을 가리고 은근한 실루엣만 비치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난히 안개나 이내가 끼거나 비가 내리거나 푸슬푸슬 진눈깨비 휘말리는 날이 많았다. 삼라만상은 뿌연 장막에 가려 파스텔 색조로 희미하고 고즈넉하게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파스텔 색조의 꿈꾸는 듯 환상적이고 가슴 설레는 여행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스트라스부르의 쁘띠 프랑스(작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성당은 성모 성당이라는 뜻이란다. 노트르담 성당은 여러 곳에 있다 한다.
성당 언저리에는 서양에서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만든 구텐베르그 아저씨의 동상이 서 있었다.
목포에서 함께 간 일행 열 명.
<다음 호로 이어짐...>
첫댓글 유럽하면 곧바로 이어지는 생각은 멋진 자연속에 건축물이며 사람들의 마음의 흐름이 낭만 다음으로 현실적인 부족을 채워가는 삶의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느낌을 담은 예술작품이 그것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음악처럼 가볍지 않고 조잡스럽지 않은 것은 그들은 사람의 좋은 느낌을 붙잡으려는 마음이 먼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흔하지 않는 사랑을 추구했을 법한 그들만의 내면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은 여진히 어떤 충동감처럼 남아있습니다. 위대한 정신을 만들어 낼 줄 아는이들은 귀한 느낌을 붙잡을 수 있었을 것만 같아선지 그들의 그런 점을 배우고 싶었지요. 늘 항상 언제나.
조르바! 이탈리아를 잘 아시는 분이라 생각
또한 훌륭하시군요. 아주 옛날에는 동양이 앞서갔는데 근세에 이르러 서양이 앞서간 이유를 동유럽 다녀와서 또 느꼈습니다. 유럽 가보니 우리한테는 없는 것이 거기 있고 우리한테는 있는 것이 거기에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동유럽 가서 배운 바가 많았습니다. 날더러 이야기하라면 이번에 어느 여관에서 아침에 '케벨라코사' '먼 산타루치아' 하모티카로 분 추억이 가장 즐거웠답니다. -조명준
선생님! 긴 교단의 사잇길을 벗어나 사방 탁 트인 광장에서 행복하십니까... 이렇게 소식 전해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저도 학교를 벗어났지만 산간에 묻혀 땅과 푸나무들이 시키는 짓만 하다보니 종종 도심에도 나가보고 싶고 먼 여행길도 그립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따라 글을 읽노라면 가뿐하면서 달갑고 달콤하면서 평화롭습니다. 자주 뵙지 못하는 고로 건강이며 근황이 많이 궁금하였을 것을 이렇게 소식을 전해주시니 곁에 계신 듯 흐뭇합니다. 선생님 글월의 편집이 마음에 안 드시더라도 부디 용서 바랍니다. 조건, 통신, 기술 상 난점 때문이죠. 세밑에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기도하겠습니다.
늘 고맙고 자주 안 보아도 곁에 노니는 듯 다정해요. 틈 나면 화순 한 번 가기로 기약해봅니다.
네 선생님... 새해 첫 달에 연락드리고 제가 먼저 뵈러 갈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