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되시면 강화도 한 번 댕겨오시지요. 우리 시대 큰무당 김금화(76)씨가 만신 60주년을 기념해 만신대탁굿을 벌입니다.대탁이란 잘 모르지만,큰 굿판을 의미하는 듯 했습니다.12일부터 16일까지 무려 닷새 연속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굿을 계속 벌입니다.
어제 마침, 집사람이 바람 좀 쐬고 싶다해서 파리투의 간절한 요청을 묵살하고 강화도로 출발하면서 우연히 신문을 들여다보았는데 거기 김금화 씨의 굿 얘기가 있었습니다. 파리투는 노루궁뎅이버섯을 찾으러 뜬구름과 가는데 길눈이 어두워 동행을 요청했습니다.
전날 피곤한 터라 일찍 잠자리에 들어 어제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내에게 살짝 베갯머리 송사를 했더니 그냥 갔다 오세요 했다. 기쁜 마음에 파리투에게 6시40분쯤 전화를 넣었다. 집에 와서 좀 데리고 가달라고.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 아내 표정을 살펴보니 그럴 일이 아니었다. 화난 건 아니었지만 서운한 눈치가 역력했다. 다음 주 설악에 푹 파묻힐 요량을 하고 있던 터라 아무래도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다시 파리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아침 8시쯤 집에서 출발,10시 조금 넘어 강화도에 도착했다. 그러나 가는 길에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금화당 위치를 찾을 일이 막막했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들른 광성보란 곳의 키오스크(관광안내소)에서 마침 김금화씨를 만난 적도 있다는 담당자의 자기소개와 함께 길안내를 받는 행운을 누렸다.
금화당은 보통 많은 이들이 올림픽대로 끝에서 강화도 들어갈 때 많이 이용하는 제방도로를 따라 쭉 들어가 강화대교를 건넌 뒤,이게 48번 국도,이 길을 따라 직진 신호만 받으며 계속 진행한다. 쉽게 말해 고려산 백련사 앞을 지나쳐 양사면 쪽으로 넘어가는 삼거리까지 계속 직진하면 된다.
일요일인 오늘은 사람이 더 몰릴 것으로 보이므로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할 것 같다.어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가까이 돼서였다. 우린 광성보 들러 1시간 정도 들러다보고 이곳으로 넘어갔으니 이 시간은 빼야 한다. 양사면 넘어가는 언덕배기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금화당 아래 굿판이 펼쳐져 있었다.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아까 말한 삼거리의 안전지대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거나 금화당에서 일하는 한 아자씨가 시팔시팔 하면서 운전하는 카렌스를 타고 가도 좋다.
우리는 올라가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에 따라붙어 섰다. 난 줄은 무조건 서는 법을 터득했다.역시 예상대로 밥먹는 줄이었다. 한식 뷔페를 떠올리면 되는데 찬 종류는 훨 적었지만 음식이 맛깔스러웠다. 특히 떡 좋아하시는 분들은 밥보다 떡을 집중공략해도 괜찮을 듯 했다. 일반 방앗간에서 만든 떡보다 훨씬 쫄깃한 맛이 있었다.
점심 먹고 마당에서 가을볕을 쬐고 30분쯤 기다렸더니 오후 굿판이 시작됐다. 나직한 목소리로 나라 걱정,내 걱정,가족 걱정에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축원을 대신 해주면서 시작한 굿판은 2시간이나 계속됐다. 작두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웬일인지 하지 않았고 대신 삼지창 퍼포먼스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아까 점심 먹는 줄 설 때 눈여겨 봤는데 굿판 앞쪽에 철퍼덕 웬 고깃덩이가 깔아져 있었던 것이다. 소 한 마리가 시신으로 뉘여 있었던 것이다. 김금화씨가 삼지창을 곧추세우고-그것 자체로도 잘 세워지지 않았다-여러 장정들이 달려들어 삼지창에 고깃덩이들을 차곡차곡 쟁였다.나중에 소머리와 발까지 올려 그야말로 삼지창 위에 소 한 마리가 꽂힌 모습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무슨 일을 하는가 의아했다. 삼지창 아래에 소금을 돌려 쌓으며 무게중심을 찾는 작업이었다. 역시 쉽지 않아 한 번 무너졌다. 다시 채곡채곡 쌓으며 40분 정도 고군분투한 끝에 믿기 어려운 장면이 보였다. 족히 300킬로그램 이상은 될 것 같은 쇠고기 덩이가 삼지창에 꽂혀 선 것이다. 그 와중에 한 할머니는 필을 받은 듯 실신했고 진행자는 기도 발원을 주문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손이 발이 되게 빌라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쓰러진 시점도 그때였다. 모두들 손을 비비자 거짓말처럼 흔들리던 그것이 똑바로 서서 잠시 뒤 김금화씨가 밀어도 넘어지지 않을정도가 된 것이다.
믿어지지 않았다. 아내는 밑에 아교를 붙인다고 저런 무게가 지탱되겠느냐며 함께 신기해 했다.아직도 그장면이 선하다.김금화씨는 칼을 몇차례 꽂더니 몽뎅이를 들고 나와 툭툭 건드리고 해봤지만 정말 무너지지 않았다.
그 할머니가 쓰러진 순간, 정말 신이 강림한 건지,우리 모두의 기도 발원이 약발을 받은건지 그 모든게 일치해 그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정말 손을 비비는 순간 내 몸에서 찌릿한 전기가 감지된 것도 그곳의영험한 땅힘 덕이었을까.
아무튼 가을볕 아래 아내와 재미있는 한때를 보냈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난번 마니산 갔다 내려오는 길에 우연히 들른 인천횟집에 들러 꽃게탕 먹고 집에 돌아왔다.꽃게값이 많이 내렸다고 했다.역시나 푸짐한 꽃게가 올라왔다.전어는 구이 반찬이 올라와 먹었다.
역시 오는 길 체증은 대단해 아침과 달리 3시간 걸려 돌아왔다.아내가 무척 즐거워했다는 점만 파리투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전하면서 고마웠다는 말도 함께 전한다.
김금화씨의 기도 발원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
'서로 사랑하고 애끼세요'
첫댓글 알 아내에게 점수따고, 살면서 참으로 이색적인 경험을 했구나. 근데 너 얘기 읽고 나니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상상력이 발동하여 나도 오싹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서로 애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참 좋은 것 같다. 재밌게 읽었다.
저는 가리지 않고 다 믿는다고 했잖아요? 친구 회사 고사 때 비슷한 장면 봤습니다, 점심 함께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 했는데 그러더군요. "우리가 모시는 신도 예수 부처와 같은 신이세요, 우리를 도와주러 오셨지요!" 제 입장은 음~ 개인적 수련없이 그냥 업게 된 신이라 무속인의 능력에 회의를 좀 가지는 편이긴 하지만... 우리가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이 세상에는...^^ 아~ 공룡 가고잡다!!!
난 이런 것은 무서워서 보고 싶지 않은데...내가 귀신영화도 엄청 싫어하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