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이런 스탈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끌기위해 제목을 이상하게(odd naming) 붙이는 기술.
'누구도 묻지 않는 이야기...' 이런 투.
하긴 요즘, 특히 영화 마키팅에서 많이 쓰는 기법이라고는 하더라만,
'잘 붙인 제목하나 열 주인공 안부럽다'
여전히 난 순수함을 고집하고 싶다.
봐라, 그간 내가 쓴 글들의 제목을.
'복어' '빙어' '친구' '별'... 뭐 이렇잔냐?
누구도 묻지 않는 얘기는 왜 하노?
왜 다 까발려서 그날의 순수했던 우리의 만남을 탁하게 하려하노?
너, 이제 봐라.
이 글이 올라가고 나면 우리는 동네 북된다.,
호치든 거북이든 민들레든 마생이든, 특파원이든 다 한 마디씩 거들고 나올거다.
'멋진 넘들이다.'
'나도 남도로 이사가고 싶다.'
'늠마들끼리 그럴끼야? 느들만 그렇게 잘 났나?'
'내가 왜 안갔을까.'
'미안하다, 너희들이 그렇게 멋진 친구들이었는지 솔직히 몰랐었다.'
'에, 또... 지정학적으로 순천이 그런 동넨기라.'
'마라톤 한다는 넘들이 무슨 딴 짓이고?'
'야, 그렇게들 할 일이 없냐?'
'놀고 있네. 완죤히 개판이야, 개판...'
'마라톤 시계만 완성하면 꼭 갈께, 다음에 다시 하자.'
등등기타, 등등기타 ...
봐라 종생아,
사방에서 쏟아지는 원성어린 비난들을 어찌 감당하려고
이리 거창한 시작을 해버렸단 말이냐...
그냥 두어줄, 몇몇이 모여서 쏘주 한잔하고 헤어졌다... 이러면 아주 무난한 마무린데.
하지만 어쩐다냐, 기왕지사 니가 시작을 했으니 난 짧게 쓸란다.
그래야 들풀이, 그래 내 다음 타자는 들풀이다, 도 이어 쓰지.
누구도 묻지 않는 이야기 [2]
전에도 얘기했지만 내가 지방으로 약 1년 내지 2년간을 예정하고 내려온 후
몇가지 목표를 세웠다.
당근 마라톤도 열심히 하고,
단 한편이라도 차분히 글 다운 글을 써보자.
책을 많이 읽자.
(부끄럽게도 재익이에게서 '마라톤'으로 딴 로마인 이야기도 지지부진하고 있다)
신앙생활(논외)
재무구조 건전화(논외)
자기계발하자... 등등이다.
그러기 위해서 헬쓰도 열심히 하고,
'文心雕龍'이라는 책도 구해서 읽고,
가족생각도 많이 하고,
기타 생활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내 낙향이 알려진 후 젤 먼저 전차가 찾아왔다.
참고로 진주와 삼천포는 승용차로 30분거리이다.
사실 진주는 물론 전국 아마추어마라톤계에 알려진 그의 이름이야 워낙 유명하니
잘 알고는 있었으나,
실상은 전에 여기저기 대회에서 만나 두어번 악수 정도 한 게 다였던 것 같다.
그런 그가 몸소 찾아와서, 너무나 반갑게 환영해주는 것이다.
...
마침 진주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의 차에 편승하여 그가 재직하는 경상대학교로 찾아갔다.
거기에서 만나 순천으로 가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
부러웠다.
봉급이야 얼마나 받는지 모르지만^^
푸릇푸릇한 청춘들과 평생을 함께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냐?
더구나 학생들이 한두살 나이라도 들어갈라치면 쌰~악, 신입생으로 바꿔버리지 않는가?
에구~ 부러워라.
진주에서 순천까지는 아마 60킬로미터 남짓 되나보다.
뛰어서 갔으면 딱, 좋겠구만...
차를 몰아 가는 동안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 친구 아는 것도 많고 취미도 다양하다.
마라톤은 차치하고 전공분야의 연구업적도 대단하고, 사진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 했다.
다만 스스로 절대음치라고 고백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음이 곧 들어났다.
(줄인다. 계속하면 차수 얘기로만도 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순천에 당도했다.
7시 20분쯤 되었던가?
여수에서는 돈 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는 주먹자랑하지 말라던 그 순천이다.
슬그머니 주먹을 쥐어보았음을 운전에 열중하던 차수는 몰랐으리라.
'해정일식'
'앗! 비싼 집이다.'
그래도 명색이 서울 강남하고도 삼성동의 대기업에서 접대담당도 제법 해봤던 경력에서
퍼뜩, 심상치 않은 예감이 밀려온다.
'대략 두당 7,8만원? 그러나 여긴 시골이니까, 음... 4,5만원?'
이런 곳을 단골로 출입한다는 김종생군은 과연?
그러나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세련된 모습으로
치파오(旗袍) 닮은 치마를 입은 여급의 아내를 받아 2층의 방으로 들어섰다.
허리밑까지 주욱 터지고, 목밑까지 이어진 원피스형태의 중국옷...
꼭 같지는 않았지만 뇌쇄적인 느낌은 유사하다.
장만옥이 ‘화양년화’라는 영화에서 더할 수 없이 매혹적인 모습이었다고 들었다.
방안으로 들어선다.
들풀처럼...
누가 나에게 우리 모임에서 제일 좋은 닉네임이 뭐냐고 물으면
난 그 중 하나가 이 이름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싶었다.
이미지도 편안한 중년의 모습에, 후덕한 고향친구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나 내 고향과 인접한 동네사람이라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남원시청 공무원...
아주 옛날 전주에서 신문사 사회부기자를 하는 친한 친구를 만난적이 있다.
그에게 물었다.
'야, 모모야. 그럴듯한 술집 하나 소개해주라.'
'나, 그런데 몰라.'
'뭐? 야, 사회부기자가 모르면 누가 아냐? 너 보고 술 사라는 것 아니고,
바가지 쓰지 않게 소개만 해주라는 얘기야.'
'정말 몰라.'
사실이었다.
서울에서는 당시 소위 사회부 기자라면 뭐도 등쳐먹고,
세상에 겁날 것 없이 행동하던 '옛 시절'이 있었음을 알고있던 나는 믿기지 않았으나
사실이었던 것이다.
누가 건방지게 행동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어른들이,
'저 눔, 누구누구 둘째 아들 아녀? 배운데 없이 행동하는 꼴 허고는, 쯔쯔...' 이래버리면
그의 인생은 종치는 것, 아니면 적어도 고개들고 행동 못하게 되어버리는 게
당시의 전주 분위기였으니 어찌 그 말이 거짓말이었겠나.
남원시 공무원 들풀 양모시기도 딱, 이런 분위기의 친구였다.
과묵하면서도 뚜벅뚜벅 진솔한 얘기만을 말하는,
빛고을이 간대서 그냥 따라왔다는 친구,
입으로는 마지막 기차로 올라가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연신 권하는 빛고을의 술잔을 단 한번도 거절하지 않았던 그는
법이 없이도 살고, 부정과 부패... 이런 단어와는 꿈에도 어울리지 않을
‘아름다운’ 친구의 이미지로 내 가슴에 남았다.
빛고을.
언제부턴가 유행처럼 지명들을 순우리말로 풀어쓰기 시작했을 때
전주의 온고을, 대전의 한밭...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빛고을도 같다.
이름만 보고도 이 친구가 광주에 살거나,
적어도 광주에 사업의 거점을 두고 있으리라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냥 텁털한 이미지와는 달리
사투리는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말은 조리있고 다부졌으며, 행동 또한 민첩했다.
사내들끼리 무슨 할 말들이 그리 많았었는지
손님들은 다 파하고
문을 닫아야겠으니 나가달라는 무언의 시위를 전하던 아가씨들의 눈총속에
식사를 마치고 1층 계산대에 선 나는 또 한번 놀랐다.
'도중에 [카드가] 내려와서 계산했습니다.' 는 거였다.
실로 전광석화와 같은 눈부신 솜씨였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친구들이 혹시 계산하지나 않나 흘끔흘끔 눈치를 보아왔기 때문에
분명히 아무도 계산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호스트 김종생군도 마찬가지.
그 와중에 몸은 자리에 있으면서,
아무도 모르게 [카드만] 내려보내는 놀라운 한 초식으로
빛고을은 그렇게 친구들을 반기는 마음을 내보인 것이다.
감동스러운지고...
광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이 친구는
일전에 모모한 종교단체의 건물을 지어주고도 대금을 받지 못해... (중략)
그래도 사람좋은 웃음을 허허거리는 그는 진정 복받을 친구다.
넷마킴.
네티즌마라라톤김종생 아홉자를 석자로 줄인 무식한 이름이다.
점수를 준다면 ‘네마킴’이 아니라 '네ㅅ마킴'이라고 사이시옷을 활용한 정도라고나 할까.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고 여수 산업단지의 금호그룹계열사에서
오랜 세월을 근속해오고 있는 의리의 돌쇠.
덥수룩한 털(수염)을 한달동안만 깎지 않고
새하얀 쌍방울 란닝구에 구멍난 청바지를 입고 노래를 하면
너훈아가 아마도 울고갈 정도로 멋있게 생겼기도 하다.
다만 자꾸 이탈하는 북부지방의 두발들을 단속할 필요는 있다 하겠다.
이 친구 역시 여수마라톤계에서의 명성은 자자하다.
그런 친구가 정성으로 마련한 자리, 고맙다.
어찌 멀다고 가기를 꺼려할 것이냐.
기억하기로는 그 해정에서 일차로,
참 정갈하면서도 맛난 회와 더불어 잎새주 7병(9병인지도 모르겠다)을 마셨다.
'잎새주'는 보해가 자랑하는 야심만만한 순한 소주.
북미에서 수입힌 단풍나무 수액을 첨가했다는 보드라운 술.
회는, 내가 사는 삼천포도 어항이지만, 정직하게 여기가 더 맛있었다.
이렇게, 이정도 운을 띄우고 넘겨야겠다.
어이 공무원... 들풀처럼...
우리 나누었던 얘기들좀 써봐라.
보고서 쓰듯이 A4에 폰트크기 12, 명조체로 써도 좋고, M/S 워드로 그림을 그려도 좋다.
뭐 언제 우리가 형식에 구애를 받으며 살았으며,
글 잘 쓰고 못쓴다고 언넘이 한푼 던져주는 거 아니니까... 느긋하게 맘먹고 써라.
후-아! 멋 있다. 들풀처럼, 빛고을 거쳐- 전주군산에 청룡이나 애주를 통하고-대덕에 바커스- 경향에 수많은 붓자루(bzr를 적극 추천함),- 그리고 중요한 제3차 정모 예정지, 고즈넉한 비탈, 평창'까지!- 티무르(사전 답사팀)의 코스소개로 이어지는 장편소설 한번 써 보자꾸나. 중간에 글빨 58멍들은 조금씩 거들고, ㅎㅎ
첫댓글 ㅆ ㅍ..졸라 재미있었던거처럼 썼네.내가 없으면 하나도 재미 없는거 아는데.........
장군 배아프제~~ 나도 쪼매 그러네. 글구 번개 후기를 연작으로 올리구. 참 거시기 하다. 한마디로 배아퍼 보라 이거지~~`
이건 완전히 대장금을 보는 것처럼 다음이 또 기다려지네....
우리 전주지역 번개두 연재소설로 가자 언니오빠들!! 그럴려면 날새는 번개가 되얄턴디~~.
내 이렇게 재미난줄 알았음 앵두 모가지를 끌고라도 갔어야 하는데~~~사돈이 땅을 샀나 아이구 배야~~~
장만옥이 바람 피우던 그 영화 제목이 "화냥x아!" 가 아니었냐? 나랏 말쌈 다른 듕귁어 진도는 잘나가고?
티물... 그대 고귀한 제후의 입에서 어찌 그런 육두문자가... 아니것제? 몽고에서 살아 돌아온 還鄕女의 가슴아픈 사연 이야기것제?
어라 예네들이 놀구 있네..이어달리기는 봤어두 짜구치면서 이어쓰기는 첨이다.담에 술벙개 후기는 그냥 이어서 술먹은 이야기나 해야겠다. 남들하고 똑같은거는 하기싫응께.그나저나 사는게 여유있어보인다.몇십키로를 이동하면서 벙개하는걸 보니...
후-아! 멋 있다. 들풀처럼, 빛고을 거쳐- 전주군산에 청룡이나 애주를 통하고-대덕에 바커스- 경향에 수많은 붓자루(bzr를 적극 추천함),- 그리고 중요한 제3차 정모 예정지, 고즈넉한 비탈, 평창'까지!- 티무르(사전 답사팀)의 코스소개로 이어지는 장편소설 한번 써 보자꾸나. 중간에 글빨 58멍들은 조금씩 거들고, ㅎㅎ
나으 말초신경을 툭 툭 건드려 브려써닝...하지만 일 년만 참는다.. 하는 게 있어서.. 일년 뒤에 두고보자..약을 곱빼기로 올려 줄테니까..잘 먹고 잘 떠들었다니 다시 생각해도 부럽네..일년만 눈팅족 마생
엄청 행복해 버리구먼...영사기 돌리듯한 말솜씨..에 탄복하는 군산 아짐.구여운여인 연속극기다리듯 기다림 어서 바통 받으시오.친구님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