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름 앞에 ‘큰’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제법 많다. 그 수효가 얼마나 될까 일삼아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뒤적여 보니 120여 종이나 검색된다. 모두 뒤에 붙은 기본종보다 식물체 전체 또는 어느 부분인가는 크다는 것일 게다. 괭이밥보다는 큰괭이밥이, 개불알풀보다는 큰개불알풀이, 개별꽃보다는 큰개별꽃이, 메꽃보다는 큰메꽃이, 뱀무보다는 큰뱀무가 꽃이나 잎 또는 식물체가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본종 없이 동속 식물 가운데 식물체 자체가 크기에 ‘큰’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예가 있다. 사초과 올챙이고랭이속 여러해살이풀인 큰고랭이가 그 주인공이다. 고랭이라는 고유종은 없지만 십여 종에 달하는 올챙이고랭이속 식물 가운데 식물체 크기가 가장 크기 때문에 명명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큰고랭이는 전국에 분포하며 연못 가장자리나 냇가의 물이 얕은 곳에서 무리 지어 사는 수생식물이다.
땅속줄기 마디에서 1개씩 돋아난 줄기는 높이 80~200cm가량으로 원기둥 모양이며 표면이 매끈하고 짙은 녹색을 띤다. 줄기 밑부분에 잎이 퇴화한 잎집이 통 모양으로 감싼다. 잎은 줄기 밑에서 잎자루처럼 되며 한쪽은 막질이고 아래쪽까지 길게 이어지며 잎혀는 잎몸이 달린 경우 원통 모양이다. 꽃은 6~8월에 줄기 옆에서 나온 취산꽃차례에 달리며 산방상으로 4~7개의 가지가 발달하여 1~3개씩 작은이삭이 달린다. 작은이삭은 긴 타원꼴 달걀 모양이며 붉은빛을 띤 갈색이고 많은 비늘 조각이 있다. 짙은 회갈색 여윈열매는 거꿀달걀 모양이다. 같은 집안의 ‘세모고랭이’는 줄기가 삼각 모양이라 구분된다. 예전에는 큰고랭이 줄기를 말려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가을에 채취해 말린 줄기를 ‘수총’이라 부르며 소변을 잘 보지 못하고 몸이 붓는 증상에 약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 : 정충화
첫댓글 밀이삭을 닮은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