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남원/경남함양 땅의 친구들◑
♣여름이 뜨겁게 익으면 백련. 청련. 홍련이 불꽃 이고 피어난다. 진흙탕에서 자라 꽃을 피우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는 연꽃....무렴청정(無染淸淨)이어라/ 050807 경남함양마천면 고담사에서 찰영
-*"렌즈에 담고, 가슴에 품고..."*-
민족의 성산(聖山)...
백두대간 종착지점에 두 주먹 불끈 쥐듯,,,
영기(靈氣)가 한 곳에 집중하니 지리산 천왕봉이다.
지리산의 듬직한 능선아래
깊은 골짝...면면히 펼쳐지는 고을과 들판들...
사람. 동물, 식물 등이 삶의 둥지 틀어 한 살림 거나하게 차렸다.
필자는 많은 분들을 모시고,
무박 2일의 일정으로 지리산 양 팔이 감싸는 두 지역을 순례하였다.
전라북도 남원시 지리산실상사, 광한루, 풍악산마애불.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마애여래입상전을 두루두루....
잔뜩 흐린 날씨 덕분에,
폭염... 찜통... 가마솥 더위는 면할 수있었으나
복중(伏中)에 풍덩 빠진 8월 초순은 그래도 후덥지근 무더웠다.
여행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밤새 달려온 대절버스는 실상사 주차장에 몸체를 내맡기고,
아직 여명(黎明)과는 거리가 먼 어둠을 헤집으며
실상사 가는 꼬부랑 길... 한발 한발 내 딛어 사천왕문 통과하니,
"또르륵 똑~" 도량석 도는 스님의 긴 그림자가 반갑게 맞이한다.
목탁소리...염불소리...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매미소리...
질세라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낭랑한 화음.
신선한 공기...멀리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을 감싼 짙은 운무,
나부끼며 눈물 떨구는 촛불의 애절한 소신공양(燒身供養),
흰 모시 날렵한 여인인 양 곱게 피어오르는 외줄기 향(香),
무릎꿇어 합장한 스님과 보살들....
동서남북 상하좌우 시방(十方)을 일깨우는 범종소리,
지긋히 눈감아 삼매에 든 부처와 협시불이 내뿜는 가피력,
불상 향해 머리 조아린 동탑. 서탑. 석등에 내려앉은 불심들...
"그렇구나....그래.
예가 바로 극락이요, 서방정토로다."
새벽예불이 끝나며 날은 밝아오고,
지리산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데,
능선따라 하얀 구름이 천왕봉과 반야봉을 감추었다.
아~자연의 오묘함이여!
함양 마천의 마애여래입상이 천 년 간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한눈을 팔지 않는다.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서기(瑞氣)가 이 천왕봉에
뭉쳐 있다는데, 천왕봉은 바다건너 일본 후지산 정상과
일직선상에서 마주보고 있어서.... 한반도 기운이 일본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여기 마애불을 조성하고
그 기운을 한반도에만 미치게 한다니...
선조들의 대단한 안목에 감탄하면서 넙죽 엎드릴 밖에....
여럽게 찾아오는 내방객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금년 4월에 조성했다는
백련밭의 무성한 잎새와 하얀 연꽃과 연밥들이
천왕봉 향해 방긋 웃으며, 오가는 길손에게 연향을 뿜는다.
노래하는 스님...
산사음악회는 빠지지않고 초청되는
이곳 고담사 주지 심진스님의 배려하는 마음이 꽤나 이쁘다.
남원의 상징...광한루(廣寒樓)!
남년칠세부동석 칼날같은 윤리가 있던 시절,
춘향과 이도령의 애틋한 순애보적 사랑이 살아 숨쉰다.
오작교 긴 다리를 건너 춘향사당에 분향한 후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데...너무나 인공적인 것들이라
눈 길 줄곳이 마땅치 않다.
남원하면 뭐니뭐니해도 추어탕 아닌가.
펄펄 끓는 뚝배기 추어탕에 매운고추 다진 것 반숟깔 넣고
산초 조금 넣어 밥을 말아 먹는 그 맛은 역시 맛품과 깊이가 있다.
한 그릇 후딱......
마지막으로 찾은 대산면 신계리 풍악산.
도선국사가 하룻만에 조성했다는 마애불이 거의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되어 있는데, 그럴 수 밖에...답사때 어렵게 찾아왔던 곳,
천막 치고 이곳에서 수도하는 스님이 아니었으면 헤매였을 것이다.
산 속은 빽빽하게 소나무 천국이다.
짙푸른 소나무 잎새는 조금의 틈새없이 온 통 산을 에워쌌다.
"쏴아~" 하는 바람소리가 장관이다.
코끝에 감도는 특유의 솔향이 정신까지 개운하게 한다.
이렇게 매듭지은 무박 2일간의 순례 길.
오가는 족적따라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던 소중한 우리꽃들을 렌즈에 담았다.
그 향기는 고스란히 가슴에 담으면서.......
길 떠남은 설레임이다.
오늘은 어떤 친구를 만날까..자연의 바람, 꽃향기,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들..머리 위에 떠가는 편운(片雲).....
모두가 길벗이요...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스승이기에....
난 오늘...내일...길따라 살다가 길따라 떠날 것이다.
2005년 8월 8일
부드러운 세상을 가꾸는 인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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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에 만난 내 친구들■
①♣산 속에 둘러싸인 연꽃이 소담스럽다.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이고...
②♣ 쭉 뻑은 한줄기 연줄기의 꽃봉우리가 살며시 여는 세싱이 그립다.
③♣노란 달맞이 꽃이 숲 속에 둘러싸인 실상사 부처님 향해 향기를 날린다.
④♣광한루 춘향각에서 학생들이 선생님 설명을 듣는데 백일홍도 숨죽인다.
⑤♣버려진 나무토막에서 버섯이 끈질긴 생명을 이어간다. 아...생명의 신묘함이여.
⑥♣실상사의 옛 영화는 한낮 뜬구름인가...주춧돌, 고목둥치가 무상(無常) 설한다.
⑦♣나라꽃 무궁화. 고담사는 지리산 맑은 정기때문인지 꽃의 색깔이 선명하다.
⑧♣살상사가 오리를 방사하여 키운 벼가 벌서 고개를 숙여 알차게 여물어 간다.
⑨♣여름꽃...진보라 꽃잎과 은은한 향이 윤기나는 잎새와 조화롭다.
⑩♣실상사 담장을 휘감은 수세미 줄기에 노오란 꽃이 업혀 하늘거린다.
⑪♣광한루 오작교와 주변 경관이 푸르다. 오가는 사람들 마음도 푸를까.
⑫♣조롱박을 심어 터널을 만들고...터널은 온통 조롱박 세상이 열렸다.
⑬♣풍악산마애불에 기도 중 큰 두꺼비가 숲에서 나와 함께 기도한다.
⑭♣님그리워 고운 꽃으로 나투었나...광한루 담장에 핀 능소화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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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기순님~ 좋은 곳 좋은 수행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실상사를 1년에 한 번 정도는 다녀왔는데 올해 아직 못 간 것을 인기순님의 사진으로나마 대신 다녀옵니다. 감사합니다._()_
아주 멋진 산사 순례와 여행이었습니다...실상사는 아직 참배하지 못했습니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실상사의 해우소에서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문득 떠 올렸던 기억이 나네요, 늘 행복하십시요
명소를 놓치지 않으려는 손길인양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사진,글 모두 good입니다
잘 봤습니다
언제가 되려나...한 짐 내려놓고 떠날수 있을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