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60. 인생(life)
‘남길 타파’는 사마르에 있는 안나푸르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다.
로만탕에 있는 아름다운 남길 평원과 이름이 똑같다.
잘생기고 듬직한 남자이다.
말없이 한 쪽에 앉아 있어서 나는 처음에 주인이 누군가 궁금했다.
한참 얘기를 하다가 그가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기 아버지와 장인도 모시고 살아가고 있다.
그의 집에는 항상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여행자들, 식사를 기다리는 트레커와 안내자들,
이외에도 추수철을 맞아 일하는 처녀 총각 일꾼들로 북적댄다.
그의 부인은 아이를 등에 업고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의 여동생 치링은 들판에서 일하고 돌아와도 쉴 틈이 없다.
예쁜 여직원 저무나의 가냘픈 손길도 바쁘기만 하다.
남길은 이 대식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무스탕 퍼미션 비용에 대한 불평이 대단하다.
이 비용이 너무 비싸 사람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용은 모두 정부가 가져가 버리기에 이곳 주민들에게는 혜택이 별로 없다.
그래서 무스탕 사람들은 때로 길을 막고 여행자를 못 들어오게 하며 정부에 항거하고 있다.
네팔 정부도 도로를 내주고 여러 기간시설을 확장해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러나 그런 것이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다가오지는 못한다.
도로가 개설되어버리면 트레일 중간의 길목들은 더 죽어버릴 것이다.
차를 타고 휑하니 가버리지 도중의 동네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 무스탕 트레일의 게스트하우스와 식당들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될 것 같다.
남길은 어제 상보체까지 노새를 끌고 다녀왔다.
오늘은 멀리 안나푸르나 둘레길에 있는 마낭까지 다녀와야 한다.
티베트에서 가져온 버터와 세제를 그곳 상점까지 배달해주어야 한다.
예부터 이곳은 중국에서 생산된 소금과 비단을 배달하는 비단길(silk load)이었다.
소금을 실고 이곳에 온 상인들은 이곳에서 생산된 카페트와 향신료를 가지고 돌아갔다.
지금도 중국의 온갖 상품들이 히말라야를 넘어서 이 루트를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
남길도 이 루트를 이용해서 소규모의 교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길과 그를 돕는 직원은 말에 짐을 싣느라 여념이 없다.
먼 길을 가야하기에 단단히 매야 한다.
저무나는 아침부터 노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입에 곡식 주머니를 매달아 주면 노새는 주머니를 거꾸로 털어가며 깨끗이 먹어치운다.
이렇게라도 먹어야 힘든 히말라야 산길을 걸어갈 수가 있다.
남길의 부인은 먼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무사장도를 빌어주며 스카프를 목에 걸어준다.
이마에 붉은 티카를 발라주며 머리에 흰색 꽃잎을 붙여준다.
히말라야 산길을 가다보면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천 길 낭떠러지를 지나야 되고 돌이 떨어지는 고갯길을 넘어가야 된다.
노새가 놀라 뛰어버리면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가지고 간 물품들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고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묵묵히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
힘들고 어렵다고 자기의 일을 그만두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가 없다.
그리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품을 가져다 줄 수가 없다.
그 속에서도 그들에게는 이렇게 삶의 보람과 기쁨이 있는 것이다.
그는 5일 동안이나 집을 떠나 히말라야의 산길을 걸어갔다 돌아와야 한다.
이런 일은 그가 사는 날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은 힘든 것이라(Life is hard)고 독백을 한다.
사마르에서 제일 부자인 남길에게도 인생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부자에게나 가난한 자에게나 인생이란 쉬운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넘어야할 고비가 있고,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다.
그렇기에 인생은 또한 평등한 것이다.
사람에게는 삶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이겨낼 힘을 얻을 수가 있다.
어렵고 힘들지만 희망과 기쁨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견디어내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남길에게 진정한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평생을 살아가며 자기의 인생을 끌어가는 꿈과 희망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