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오르기 전에 대합실에서 대기 중인 승객들.... 가지고 다니는 짐이 기본적으로 대여섯 개나 된다.
열차는 1주일에 한 번 만 운행되며,,,,1, 2, 3등 칸으로 구분된다.
1,2 등은 침대이고 문이 있느냐가 구분된다. 1등 안에는 두 명이다. 2등은 4명이고...
난 2등이었는데 한 사람 건너 크리스토퍼는 오른쪽 눈을 수술하려고 탄자니아로 간단다.
역에 열차가 서면 아이들이 모여든다.
우리네 50-60년대를 연상시킨다.
동생을 업고 나온 형의 눈초리가 인상적이다.
우리 칸에 탄 30대 후반의 ‘크리스토퍼’는 후리후리한 키에 약간 유들유들한 편으로 성격이 쾌활한 편이다. 루사카와 ‘다르 에스 살람’을 오가며 돈이 되는 것은 모두 취급하는 일종의 보따리 장사꾼이다. 이번 여행은 눈이 안 좋아져서 수술도 받을 겸 그 곳으로 간다고 하는데 루사카에서는 이 눈 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칸에는 누나가 같이 타고 간단다. 여기서도 여자와 남자는 별도로 구분하여 태운다.
이 사람도 원래는 농사를 지었는데 소득이 없고 점점 가난만 해져서 직업을 바꾸었다고 하며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단다. 시골에도 대 농장은 유럽계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 부자 되기는 너무 힘들다고 푸념을 털어 놓는다. 그래도 장사가 꽤 짭짤하다며 유쾌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식당 칸이 있어 가보니 예상대로 메뉴도 단순하고, 지상에서 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도 지루함을 덜고 밖을 내다보면서 아프리카의 정취를 느껴보기에는 식당만한 공간도 없다.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붉은 노을로 물들어 가는 드넓은 대지를 바라보는 것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여기는 꿈이 서린 열사의 대지, 아프리카!
가도 가도 끝도 없고
하늘과 대지가 하나로 어울렸다.
여기저기서 흰 상아의 코끼리가 울어대고
목 긴 기린이 성큼성큼 걸어와서 콧김 불어대는
그들과 대화도 좀 할 수 있나요?
언제쯤 어디에서?
성급한 맘 접어두고 차창 가에 기대어
내 여행 자랑하고 남은여생 미래 그려보며
구수한 커피 향에 한껏 취해도 본다.
간절히 바라건대
6개 대륙, 세계인들의 어머니 땅에
부디부디
자유와 평화 넘쳐나는 대지로 거듭나게 하옵소서!!
기차가 어쩌다가 역이라도 서면 주위의 온 동네가 난리 법석이다.
먼저 아이들이 모여들고 아줌마들도 머리에 바리바리이고서 달려온다. 그런데 물건도 못 파는 아이들은 한결 같이 하는 행동이 있다. 손을 길게 내미는 것. 바로 돈을 달라고 하는 표정이다. 큰 눈망울을 굴리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지만..........
대여섯 살 난 아이들 두 명이 뭘 가지고 창 밖 아래에 서 있기에 보니 메기튀김이다. 50콰차 (150원)주고 두 마리 사서 먹어보니 밋밋한 우리의 미꾸라지 맛이다. 그래도 고마웠던지 내가 떠나려 하니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 주고 있다.
국경이 다가오자 한 정거장 전쯤에서 다량의 환전상들이 올라와 탄자니아 돈 바꿔준다고 난리를 친다. 물어보니 1달러에 1,100 탄자니아 실링이란다.
물정을 모르는 우리를 대신해서 같이 가는 크리스토퍼가 자기가 해결해 주겠다며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조금 후에 우리 차 칸의 까만 피부의 여자 보조 차장이 나타난다. 생글거리며 얼마나 바꾸냐고 묻고는 후하게 준단다. 1달러에 1,300이다. 그래서 100달러만 환전했는데 매우 좋아한다.
(나중 탄자니아 은행에서 보니 1,350이었으니 그래도 바가지는 아니었다.)
카포리 음포시를 떠나온 지 21기간이 흘렀다. 국경도시 잠비아의 ‘툰두마’에 닿았다.
가야할 거리 중에 3분의 1지점을 온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번에는 먹을 게 궁해서 동네 아줌마가 가져온 삶은 계란 10개를 샀다. 그래도 완전식품인 계란, 바나나 등 과일 위주로 사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어린이들은 접근 금지 철조망 밖에서 바싹 말라 애처로운 모습으로 서있다.
6.25직후, 50년대 후반 우리의 모습이 연상 된다. 먹을 게 없어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였고 동물 사료로 추측되는 옥수수 가루와 분유를 배급 받기도 했었다.
차가 역에 이르자 국경 사무요원들이 들어와서 잠비아 출국을 위해서 여권을 가지고 가서 도장까지 받아다 주니 편리하다. 출국하는데 1시간이 지나고,
10여분 더 달려서 이번에는 탄자니아에 국경 역(여기도 명칭은 '툰두마'이다.)에 닿았는데 여권과 100달러를 가지고 가더니 30여분 지나서 가져온다.
## 아프리카 열차는, 잠도 자고 다닌다!! ##
그런데 이상하다.
한 번 정차하더니 갈 생각을 안 한다. 지금 3시간이 넘게 기다렸는데도 말이다.
중간 중간에 한 번 정차하면 30분도 기다리고 더 이상도 기다리는데 아무런 방송이나 전갈도 없기에 여기선 그려르니 해야 하지만......... 그리고 철로 자체가 단선이라서 교행이라도 한다면 한 참을 기다린다고 여겨야 하지만, 이번엔 이상한 것이다.
6시간을 지나가자 같이 가는 크리스토퍼가 밖으로 나갔다 와서 들려주는 소식은 참담한 일이었다.
맞은 편, ‘다르 에스 살람’에서 오는 열차가 오다가 사고가 나서 언제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역원들의 말로는 열차 일부가 탈선을 해서 그걸 고치고 하려면 시간을 알 수가 없다는 것.
12시간을 경과해서 자정쯤 갈 거라고 한단다.
그러면서 우리차가 탈선을 안 한 게 천만 다행이라며 서로 위안을 해야 했다. 또 불편한 것은 수돗물이 안 나와 물을 쓸 수도 없게 되고 물 몇 통 받아다 놨는데 금세 없어지고부터는 아예 물 구경도 못한다. 난 빈 물병에다 미리 받아 놨던 물로 고양이 세수하고 양치질과 손만 씻는다.
3리터짜리 물 세 통을 사왔기에 먹는 물은 아직 괜찮지만 이것도 아껴먹어야 할 판이다.
그리고 12시간이 지체한다면 목적지에는 자정에 도착되면 어떡하지? 머리가 아파온다.
차라리 더 지체해서 아침에라도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면서......... 말이 씨가 된다면 좋겠다. 좀 지루함은 이제 싹 가시고 시간 때우기로 작정하고 누워 잠을 청해본다.
저 멀리 흰 구름 두둥실 오가고
겹쳐졌다 펼쳐지는 대지조차 재미있다.
찌는 대지위엔 생존경쟁 안 보이고
욕심 없이 숭숭 뚫린 쇠똥 냄새
원통형 집 마을이 나를 유혹 하네
시원한 나무그늘 평화롭고 아름다워
깡마른 원주민들 괭이질에 열중하고
천진스런 어린이는 벌거벗고 손 흔든다.
아프리카여, 아프리카여!!
두 번 다시 오기는 너무나 어렵나니
숨겨 논 인정과 적나라한 삶의 모습
나에게만 사알 ~~ 짝 보여주면 안 되겠니?
식당 메뉴도 그렇고 그냥 편하게 바나나, 비스킷. 그리고 계란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긴장이 되어서 인지 날씨 때문인지 그리 배가 고파오지는 않는다.
도착시간도 이제 넘겨서 잠들려하는데 빽빽 거리며 기적을 열 번도 더 울린다. 곧 간다는 신호다.
10여 분 지나서 덜컹거리며 출발........ 15시간을 지체하여서 간다.
헌데 6시간 더 가다가 아예 서 버렸다. 새벽 1시경 사람도 열차도 깊은 잠에 빠진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도 안하고 쥐죽은 듯 고요한 아프리카의 밤에 매혹이라도 된 듯 눈 감고 잠을 애써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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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멀리,,,흰구름두둥실 오가고~글귀한줄이,,
여유로움속에 조용히다가오는 행복을느껴봅니다
잘보고 갑니다 ~~
여행기 올릴 때 바탕체로 처리하면 안될까요 ?
아무래도 긴 글을 읽는데는 "바탕체 굵게"가 편하드라구요 ~~
내 생각 ~~ ^^*
범세적으로
친선교류도하고... 이국인과도 손에 손잡고
예상치 못한 황당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니 여행이라 즐거우면서 힘든 여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