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천하장군 회원들은 봄맞이 제주올레 답사를 다녀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봄이 도착하는 제주도에서 봄기운을 받으며 유채와 청보리밭 사이를 걷고, 곶자왈숲 탐방과 바다올레 등 제주의 비경을 한껏 느꼈던 이번 답사는 모두에게 잔잔한 기쁨과 재미, 여유로움을 안겨준 휴식같은 시간이었다.
여행 첫날인 3월 28일 아침, 제주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것은 이른 점심으로 해물뚝배기 맛보기. 된장을 푼 국물에 싱싱한 해물을 넣어 끓인 제주도식 해물뚝배기 한 그릇을 뚝딱 비우며, 비로소 우리가 제주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래 우린 제주에 온 거다. 드디어 제주답사가 시작된다!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유채밭은 대록산 주변으로 8만여 평의 광활한 유채밭이 장관인 곳으로, 작년에 제주유채꽃큰잔치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웬일. 올겨울 유난하던 폭설과 추위로 인해 유채꽃 개화시기가 늦어져 꽃이 거의 피지 않은 것이다. 10km에 달하는 녹산로 중 유채꽃이 드문드문 핀 곳이 있어 짧은 유채길 산책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길을 따라 유채와 벚꽃이 어우러지는 녹산로는 전국의 아름다운 길로 2년 연속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다음 기회에는 꽃이 만개할 때 다시 올수 있길 바라며 유채를 만나러 성산일출봉 근처로 이동한다.
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가 옆에 샛노란 유채꽃이 만개해 우릴 손짓한다. 그 곳은 관상용 유채를 심어 입장료를 받는 유채밭으로 일찍부터 관리한 탓에 유채가 만발해있다. 여행을 다니며 꽃밭을 조성해놓고 돈을 받는 풍경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우리가 그 덕을 본 셈이다. 게다가 유채밭 바로 옆이 전망좋고 물빛 고운 광치기 해변이라 맘에 든다. 모두들 유채를 감상한 다음에는 광치기 해변을 둘러보며 아름다운 물빛에 빠져든다.
대록산 유채밭에서 여유롭게 유채를 감상하고 대록산 오름 투어를 하려던 원래 계획이 어긋나자 우리에겐 한 두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 덕에 광치기 해변 유채꽃밭과 쇠소깍, 서귀포 새섬을 둘러보는 덤을 누린 셈. 여행은 이렇게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 스릴과 묘미가 있다. 천하장군 회원들은 대부분이 오랜 경력의 여행마니아여서일까 이런 상황에서도 즐겁게 여행을 즐기시니 얼마나 다행인가. 진행하는 입장에서 살짝 마음을 졸였는데, 짜증없이 여행을 즐기는 너그러운 회원님들께 고맙고 감사했다.
신풍신천바다목장은 올레3코스에 있는 구간으로 바닷가에 자리잡은 드넓은 목장길을 걷는구간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말들과 푸른 초원이 장관인데, 지금은 말이 거의 없어 약간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바다와 접한 전망 시원한 목장길을 걸으며 발밑에 핀 야생화를 구경하며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기분은 상쾌하기만 하다.
다음은 쇠소깍. 쇠소깍은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이룬 곳인데 원래 지명이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이었다. ‘쇠’는 소, ‘소’는 웅덩이, 끝이라는 의미의 ‘깍’이 만나 이름도 재밌는 쇠소깍이란 지명이 붙은 것이다. 서귀포칠십리 숨은 비경 중 하나인 쇠소깍은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소나무숲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이다. 파랗고 푸른 쇠소깍에서 투명카약을 타는 연인들의 모습이 풋풋하다. 쇠소깍을 산책하며 올레꿀빵, 한라봉을 간식으로 먹는 일행들의 모습이 여유롭기만 하다.
저녁식사를 할 서귀포시내의 식당에 가기 전 천지연폭포 바로 옆 새섬으로 향한다. 2009년 서귀포와 새섬을 잇는 도보 전용다리인 새연교가 놓이면서 서귀포시민이 즐겨찾는 산책코스가 된 이곳은 한바퀴 도는 데 약 3-40분이면 충분하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무인도로 예로부터 억새가 많아 새섬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적하고 조용한 새섬을 산책하는 것으로 제주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둘째 날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모슬포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가파도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다. 서귀포시 모슬포에서 배로 15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파도는 국내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나지막한 섬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데가 고작 20미터 정도. 낮은 섬의 풍광은 시원하고 편안하다. 섬 한가운데 서서 360도를 돌면 섬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그뿐이 아니다. 날만 화창하면 한라산, 산방산 등 제주 본 섬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로는 마라도가 보인다. 우리는 제주올레 10-1코스인 평화로운 섬 가파도를 천천히 한바퀴 돈다. 봄이면 섬의 거의 대부분인 청보리밭이 푸른빛으로 출렁이는 가파도, 우리가 갔을 때는 아직 키가 덜자란 보리밭이 잔디처럼 푸르게 펼쳐져 있다. 푸른 보리밭에 둥글둥글 큰돌담을 이룬 가파도의 풍광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섬을 다 돌고 다리가 뻐근해질만할 때 쯤 점심식사를 하러 간 식당은 가파도 바다에서 나는 온갖 해초로 한상 가득 차린 해초정식을 제공해, 우리를 감동시킨다. 바다 내음 그윽한 싱싱한 해초반찬은 즐거운 점심시간을 만들어낸다. 식사 후에는 장작을 핀 난롯가에 모여앉아 노래를 부르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한다. 꽤 빡빡한 여행일정 중에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기쁨이고 재미이지 않은가. 꽤 쌀쌀해진 바닷바람을 피해 따뜻한 식당에서 함께 보낸 오붓한 시간들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거 같다.
배로 가파도를 떠나오는데 부쩍 심해진 바람과 높은 파도에 배가 흔들려 몇몇 회원들이 고생하기도 했다. 배타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 모슬포에서 우릴 기다리던 전세버스에 올라 도착한 곳은 산방산 앞자락의 용머리해안. 수천만 년 동안 쌓여 이루어진 사암층인 용머리해안은 절벽을 따라 파도가 빚어낸 해안절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배멀미로 약간 고생했던 회원들도 용머리해안을 산책하며 멋진 풍광과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전환된다며 즐거워하신다. 흑돼지오겹살구이 및 고등어구이와 보말국으로 한 저녁식사를 마지막으로 제주에서의 둘째날 일정이 끝난다. 회원들은 숙소에서 곤한 몸을 쉬며 꿀같은 휴식에 빠져든다.
3월 30일, 제주답사의 셋째날이자 마지막 날이 밝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쾌청한 날이다. 오전에 신평무릉 곶자왈 숲길을 걸었다. 곶자왈은 제주말로 나무와 덩굴 따위가 엉클어진 수풀을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는 쓸모없는 버려진 숲 정도로 생각했던 이곳은 최근 들어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경자원으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제주에는 곶자왈숲이 곳곳에 분포해 있는데 이번 답사에 방문한 신평무릉지역 곶자왈숲은 제주올레길이 열리면서 처음으로 공개된 숲이다.
두 시간 넘게 걷는 신평무릉 곶자왈 숲길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른 풀들이 무성한 조금은 삭막한 숲길을 지나면 고사리과의 식물들이 무성하고 귀엽고 푸른 돌이끼가 나무를 타고 오르는 싱그러운 숲이 나타난다. 넓은 갈대밭을 지나면 관목들이 우거진 깊은 숲이 나온다. 숲의 마지막에 본 동백나무는 싱그럽고 예뻤다. 덩굴모양으로 늘어진 동백종류였는데 홑꽃잎으로 된 동백꽃이 얼마나 청초하고 순수해 보이는지 모두들 동백꽃을 감상하며 즐거워하신다.
용암이 굳어 형성된 곶자왈의 바닥은 흙길보다 용암으로 된 바위가 많아 걷기가 쉬운 길은 아니다. 그래서 연세가 있는 우리 회원들이 잘 걸을 수 있을까 답사를 기획할 때부터 고민했던 코스였는데 반응은 좋았고 나의 기우였음을 확인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만 천천히 조심히 걸으면 감당할 수 있고, 오히려 새로운 곶자왈 지형을 답사하고 경험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숲길의 마지막 코스에서 가장 뒤에 오던 몇몇 분들이 길을 잃는 헤프닝도 있었지만 친절한 올레꾼들의 도움으로 일행과 합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많이 걸어서 밥도 그만큼 맛있다. 매운탕과 회덮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오후를 위한 체력을 보충한다. 오후 일정은 제주올레 12코스인 수월봉부터 용수포구까지 바닷길 걷기. 수월봉에 올라 시원한 바다전망 감상을 시작으로 수월봉아래 엉알길을 걷기 시작한다. 엉알길은 수월봉 아래 바다 쪽으로 난 절벽이다. 절벽을 따라 해안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하늘은 푸르고 물빛은 다채로운 비취빛으로 빛나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해안도로를 걷는 기분은 최고다.
차귀도 잠수함 타는 곳을 지나 당산봉으로 오르는 팬션 옆 산길로 접어든다. 짧은 오르막과 내리막길, 또다시 잠깐 오르막 끝에 도착한 생이기정바당길. 제일 처음 도착한 발빠른 회원의 탄성이 들린다. 바다다! 최고다! 얼른 올라오세요! 20여분의 산길을 걸을 때는 이런 바다풍광을 만나리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그냥 평범한 산길을 조금 왔을 뿐인데 갑자기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하늘과 맞닥뜨렸을 때 누구라도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푸른 하늘과 비취색 바다, 억새에 마음을 뺏긴 회원들은 오래도록 그 바다와 하늘을 마음에 담고자 바라본다. 쾌청한 날씨까지 한몫 더해 바다 위 벼랑길 산책은 멋지고 훌륭했다. 다들 즐거워하며 여유로운 바다산책으로 이번 제주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예정했던 재래시장 방문이 어렵게 되면서 운전기사가 추천해준 도두봉 산책과 간단한 특산품쇼핑을 마치고 식사를 한 후 우리는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년에 이어 이번 제주여행도 다채롭고 신선했다. 제주는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회원들의 반응도 참 좋다. 자주 제주에 오자는 여러 회원들의 제안에 앞으로도 알찬 제주답사를 기획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50명 가까이 되는 대규모 인원이 움직였음에도 어떤 불상사도 없이 순조롭게 제주여행이 진행된 것에 감사하며, 다들 즐거워하셔서 더욱 감사하고 다행이다. 고생하신 우리 회원들 모두 여행의 피로를 풀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답사에서 만나 뵙길 기대한다.
2011년 4월 2일 천하장군 문화유적답사회 정지인
첫댓글 이번 봄맞이 제주여행에 함께하신 천하장군 회원님들 모두 즐거우셨지요.. 저도 즐겁고 보람된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활력이 되길 바래봅니다. 여독이 남지않도록 푹 쉬시고 다음 공주옥천답사와 청산도답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멋진 제주올레 기행문 재미있게 역어나가서 그날의 감동을 그리며 단숨에 읽었습니다.
좋은 여행이 되도록 진행하느라 넘 넘 수고 많았습니다.
노련한 여행 진행 솜씨에 새삼 감탄하였습니다. 그러나
덕분에 우리는 많이 즐겼습니다. 계속 좋은 여행 부탁드립니다.
아직도 눈앞에 아름다운 빛의 바다가 왔다갔다 합니다
다시금 답사기 읽으면서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내내 진행하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자상하면서도 세심한 진행에 감탄했습니다.
다음 답사에서 뵙겠습니다.
여행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자세한 후기로 마음을 달래보고 갑니다
사진도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신봉공주님, 배꽃공주님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일이라는 짧지않은 시간동안 많은 분들을 모시고 한 제주여행이라 벅차기도 했지만 워낙 회원들의 반응이 뜨겁고 즐거워하셔서 저도 뿌듯하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헬레나님, 얼른 건강 추스리셔서 여행길에 다시 반가운 얼굴 뵙길 바랍니다.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