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찾아준 개
1. 4 후퇴 때 작은 형은 외삼촌과 외가 식구들하고
새벽 5시 경에 피란길에 올랐고
나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두고 피란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이웃 동내에 폭격하는 소리가 들리고 불타는 모습이 보이니
어머니가 아버지께 "이 애를 데리고 빨리 피란 길에 오르라"고 하셔서
나와 아버지는 아침 10 시경 해서 피란길에 올랐다.
그 시간에는 이미 "한강다리가 끊어졌다"고 하여
마포강을 건너 피란을 가기로 하였다.
마포강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있어서
사람이 걸어서 건느기에는 충분하였다.
아버지와 내가 피란길에 오를 때 집에서 기르고 있던
세퍼드 종류의 훈련 받은 사냥개와 같이 피란길에 올랐다.
그 개는 8 15 해방되던 해 겨울에 아버지가 서울 서대문
보신탕집에서 죽기 직전에 사오신 것이었다.
피란민이 인산인해를 이룬 시흥 철길을 우리가 걷고 있는데
같이 가던 개가 아버지 한복 바지를 가볍게 물고
끙끙대면서 아버지를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개가 왜이래 바지 찢어질라"하시면서
아버지가 발로 개를 가볍게 차면 "깨갱깨갱" 하고 비켜서드니
바닥에 냄새를 쿵쿵 맡고 또 다시 와서
아버지 바지를 물고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였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 얘가 이상해요.
그러니 가자는대로 한번 따라가 보지요"하였다.
아버지도 "그렇겠다"고 하시고 따라 간 곳은
안양초등학교 운동장이었다.
그 운동장도 예외 없이 사람들로
발 디들 틈도 없을만큼 만원사례였다.
운동장을 얼마큼 갔을 때 외가 식구들하고 작은 형이
운동장에 솥을 걸어놓고 저녁 밥을 짓고있었다.
그래서 피란길에 오른지 3일만에 외삼촌과 외사촌 형제들.
그리고 나보다 2살 위인 작은 형을 만났던 것이다.
우리 개가 우리 형과 친척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날 밤에 그 개가 온데간데 없이 없어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를 형과 만나게 해 놓고
그 밤으로 경기도 고양 일산 100리 길을 와서
그 사실을 보고하러 왔던 것이다.
보고가 끝나고 다시 없어졌다는데
그것은 아마 "집에 가서 보고했다"고 알려주려고 다시 나선 모양인데
우리 일행을 찾지 못해서 그 후 며칠만에 다시 돌아왔단다.
이런 때 "개가 사람보다 낫다" 고 하면 인간모독이 되나?
그래서 "개가 사람보다 낳을 때도 있다"고 해야겠다.
"누구나 소망이 있음은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기 때문이니라" (전도서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