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7월17일
더위 끝나면 장마가, 장마 끝나면 다시 더위가 오는 게 반복되는 요즘. 우산을 늘 가방에 챙기고 양산으로
썼다 우산으로 썼다 하며 빨리 이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애타게 기다릴 뿐이다. 특히나 요즘 같은 때 여행
중이라면 실내여행지 몇 곳쯤은 미리 체크해둬야 할 터.
순창을 여행하다가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거나 무더위에 지칠 때, 어딜 가면 좋을까. 딱 머리에 떠오르는
곳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취향별로 다 모아봤다. 올여름 쾌적한 휴가를 책임질 순창 실내여행지를 소개한다.
1. 예술과 사색을 사랑한다면, 섬진강미술관
섬진강미술관 전경. / 사진제공= 트래블팀
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순창의 사계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채워진 전시회로 향해보자.
섬진강미술관은 1929년 순창에서 출생해 전북 미술계를 대표한 거장으로 수많은 제자와 작품을 남긴
고 박남재 화백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선 고인이 평생 그렸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이어지고 있다.
박양실 작가가 그린 순창 풍경이 전시된 곳. /사진=강예신 여행+ 기자
지난 1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두 달간 섬진강 예술인마을 입주작가 박양실의 기획 초대전이 열린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순창에 살면서 이곳에서 고 박남재 화백의 유화를 수학하기도 하고 순창 경천에
전통등 전시회를 기획 총괄하기도 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순창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중앙에서 밀려나 주변부에 존재하는 것들에 애정을 가져보라”고 전하고 싶다고 한다. 매일
산책하는 동네의 하천, 모내기를 마친 앞집 논의 모습을 비롯해 그가 순창에 살면서 마주친 소소한 풍경을
작품에 담았다.
박양실 작가의 작품.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특히 순창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 이 전시를 가장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림을 통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순창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예술가가 그린 순창 관광안내도다. 순창 옛 성당,
영광정, 향가유원지, 귀래정 등 그림만으로도 순창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화이트톤의 깔끔한
전시장을 채우는 형형색색 순창의 풍경이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듯하다.
전시를 다 봤다고 해서 바로 떠나지 말고, 미술관 밖으로 나와 옥상에 올라보자. 채계산 출렁다리까지
보이는 숨은 전망 스폿이 나온다. 작품 속에서 만난 순창의 평화로운 풍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2. MBTI 'E'유형 모여라, 가만 있을 틈 없는 발효테마파크
순창발효테마파크 전경. / 사진= 트래블팀 제공
순창발효테마파크는 지난 2015년 순창이 전통발효문화산업 투자 선도지구의 시범지구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지역에선 초대형 프로젝트로 불린다. 순창이 지켜온 선조들의 발효문화 가치를
놀이와 체험으로 새롭게 발견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발효 상상놀이터’라는
콘셉트의 다양한 테마 공간들로 구성돼 있다. 이중 가장 최근 오픈한 시설들 위주로 둘러봤다.
다년생식물원 유리온실, 드라이플라워 카페.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50여종의 열대식물이 가득한 온실과 드라이플라워 카페 ‘몽화원’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다년생식물원은
가족 여행으로도,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부겐베리아, 바오밥나무 등 초록으로 가득한 유리온실에
햇살이 내리쬐니 보기만 해도 힐링이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오밥나무를
만난다는 사실은 그의 소설을 사랑하는 문학청년들에게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심을 사로잡는 그네
포토존과 꽃 장식으로 채워진 이곳에선 사계절 내내 봄을 느낄 수 있다.
챔피언 스포츠파크. /사진= 트래블팀 제공
디지털 스포츠게임부터 클라이밍, 드론축구, 권총사격 등 7종류의 실내놀이시설로 구성된 챔피언 스포츠
파크도 추천한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함께 즐길 수 있다. 헬멧과 보호대 등이 마련돼 있고, 직원이 항상
옆에서 이용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클라이밍, 퀵점프를 선뜻 도전
했다가 후들거리는 다리에 오도 가도 못했다. 보기보다 스릴 넘치는 게임에 어른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금방 싫증을 내고 새로운 활동을 찾는 아이들이 딱 좋아할 공간도 많다. 놀이도서관&과학관에선 즐겁게
놀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 발효에 필요한 자연 요소를 중심으로 직접 관찰과 체험을 할 수 있고, 캐릭터와
함께 하는 게임과 독서까지 체험이 가능하다. 미생물뮤지엄에는 트램폴린 등의 신체놀이와 미생물 관련
전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이밖에도 푸드사이언스관, 발효소스토굴 등 다양한 테마의 즐길거리가 있어
하루 종일 이곳에만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3. 세상 딱 하나뿐인 기념품 찾는다면, 옹기체험관
옹기체험관 전경.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민속마을 장류박물관 뒤편의 옹기체험관에선 옹기 장인으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아 나만의 기념품을 만들
수 있다. 광주 무형문화재 5호 청자기능 보유자 고 조기정 선생으로부터 20년간 수업을 받은 권운주 대표는
이곳에서 수작업체험, 물레체험, 세라믹 핸드페인팅 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 그리기 체험, 물레 체험.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런 체험은 너무 흔하지 않은가, 무엇이 특별하냐고 묻는다면 쉬운 난이도와 비주얼을 꼽고 싶다. 직접
만드는 게 특별하지만, 울퉁불퉁 못난 그릇을 기념으로 가져가면 인테리어로 꺼내놓기도 머뭇거려지고,
손이 잘 안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초벌 돼있는 도자기에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체험의 경우
왕초보라도 절대 실패할 수 없도록 다양한 도안이 준비돼 있다.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손길 몇
번에 예술 작품이 탄생한다. 물레 체험 역시 권 대표가 옆에서 8할은 도와주기 때문에 몇 번 실수를
해도 바로 수습이 가능하다. 체험을 마치고 한두 달 후면 택배로 완성작을 받아볼 수 있다.
옹기체험관에서 판매 중인 도자기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그럼에도 자신이 만든 작품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사면 된다. 이곳에선 체험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의 식기를 구매할 수도 있다. 종류가 워낙 많아 맘에 드는 것 한 두 개 찾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약간은 따분하고 전형적인 디자인의 도자기도 있긴 하다만, 트랜디함을 갖춘 세련된 작품도 많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도자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체험을 마치고 한번 쭉 둘러보길 추천한다.
4. 비틀~할 때까지 마시고픈 날엔, 비틀도가
초연당 옥호루.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하늘이 어둑해지면, 누각에 올라 순창 전통주 한 잔 들이키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지. 2018 순창
세계발효소스박람회에서 전통주 부문 대상을 수상한 ‘비틀주’를 체험해볼 수 있는 비틀도가를 찾았다.
이름만 들어도 어지럽게 취할 것 같아 다소 긴장했지만 살면서 안 비틀거려본 사람이 있는가. 유등면의
백제 양식으로 지어진 한옥, 초연당에 비틀주의 양조장이 있다. 입구에선 귀여운 양 한 마리가 반겨줬다.
비틀주 4종.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초연당 내 옥호루라는 누각에 올라 비틀10 탁주, 비틀16 청주 2종류, 비틀45 소주를 시음할 수 있었다. 비틀
뒤 숫자는 알코올 도수를 나타낸다. 시음에 앞서 비틀주라는 이름의 어원이 궁금했다. 이종동 비틀도가
대표는 “내 안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찾고자 술을 마신다고 생각하지만, 술을 만들고 먹는 것에 대해
늘 떳떳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 다같이 당당하게 술에 취하고, 당당하게 술을 빚으며 용기와 위안을
얻자는 마음으로 ‘비틀’이라고 지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 듯 모를 듯 했지만 이 술을 마시면
취한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이종동 비틀도가 대표.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 대표는 인천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건강 문제로 간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순창으로 귀농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통주를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끈질긴 노력 끝에 탄생시킨
명주 비틀주로 대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옥호루에서 진행된 비틀주 체험.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 대표는 비틀주를 기름지고 자극적이지 않은 복숭아, 버섯, 날밤 등 담백한 안주와 곁들여 먹을 것을
추천했다. 한 모금 들이키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쌀과 누룩, 물로 만들었다는 설명에 막걸리를 예상
했는데, 양주를 먹었나 싶었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종류마다 특색 있는 향과 맛에 고급 꼬냑을 떠올
리게 했다. 10으로 시작해 45를 시음할 때 즈음엔 참가자들이 ‘비틀’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술을 좋아해 비틀16 골드가 가장 맛있었다. 일주일에 딱 한번, 120Kg 정도의 찹쌀을 사용해 빚는다는
비틀주. 이날 마침 비가 내렸는데, 빗소리 들으며 마시니 술이 더욱 달다. 하지만 맛있다고 과음은 금지.
일어나자마자 ‘비틀’을 넘어 ‘꽈당’할 수 있다.
강예신 여행+ 기자
*취재협조= 전북관광마케팅종합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