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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추수감사주일
예배 시편 / 시편 121편 1-8절
찬송 / 460장 · 지금까지 지내온 것
성서 / 시편 8편 1-절, 데살로니가전서 5장 12-18절
말씀 / 기쁨, 기도, 감사
주 우리 하나님, 주님의 이름이 온 땅에서 어찌 그리 위엄이 넘치는지요? 저 하늘 높이까지 주님의 위엄 가득합니다.(시편 8편 1절)
항상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Ⅰ
오늘은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주신 것들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주일입니다. 따뜻한 봄, 한여름 장마와 끝을 모를 정도로 정말 대단했던 폭염을 지나, 벌써 가을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땅은 비와 바람과 햇살을 머금고 넉넉한 결실을 내었습니다. 짓궂은 장마와 사나운 태풍과 폭염도 견뎌내고 좋은 알찬 결실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알찬 결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도움과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오늘 우리의 앞에 알찬 결실들이 올라오기까지 수고한 농부들의 노동뿐 아니라 운송하는 사람들, 배달하는 사람들, 판매하는 사람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무수한 땀과 노력도 더해졌을 것입니다. 땅의 결실을 위해 땀 흘린 농부들뿐 아니라 오늘도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먹을 수 있도록,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수고한 모든 이의 노동과 헌신을 기억하며 마땅히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주님 안에서, 믿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 기도하며, 헌신하며, 수고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시다. 무엇보다, 이 시간 오늘 우리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하늘을 우러러 감사드립시다. 지난날 동안 우리의 일터에서 크고 작은 많은 일들, 때로는 힘겹고 가슴 아팠던 일들도 있었지만, 우리와 함께하셔서 한결같은 은혜로 채워 주신 하나님께 마음을 모아 정성껏 감사드립시다.
Ⅱ
오늘 우리는 시편 8편의 말씀을 받아 읽었습니다. 시편 8편은 그 제목에 “지휘자를 따라 깃딧에 맞추어 부르는 다윗의 노래”라고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깃딧이란 이스라엘에 있었던 아주 오래된 악기입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학자들은 이 깃딧이라는 악기를 포도 수확 시기에 포도즙을 짤 때에 사용했던 틀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 시편은 한 해의 농사를 마치고 풍성한 포도열매를 수확을 틀에 짜면서 부르던 노래가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해의 수확을 거두며,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 포도즙을 짜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감사한 일입니다. 시편 저자는 이 수확의 때, 하늘을 우러르며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이 노래는 “주 우리 하나님 주님의 이름이 온 땅에서 어찌 그리 위엄이 넘치는 지요?”라는 아름다운 감탄으로 시작하고, 같은 감탄으로 시를 마칩니다. 온 땅과 하늘, 곧 온 세계 안에 가득한 주님의 위엄을 찬양하는 것이지요. 하늘을 바라보고, 땅을 바라보면서, 온 세계 안에 가득한 위엄을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이어서 시편의 시인은 하나님의 위엄이 창조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 가운데에도 득함을 노래합니다.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연약한 어린이와 젖먹이들이 주님의 위엄을 찬양하고 노래합니다. 하늘을 우러르며 살아가는 겸허한 이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찬미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무시하고 대적하지요. 한 마디로 참 오만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꺾으시고, 그들을 막아낼 튼튼한 요새를 세워 주십니다. 어린이와 젖먹이 같은 이들의 노래가 땅 위에 가득하게 하시고, 오만한 사람들을 꺾으시며, 요새를 세워 지켜주시는 것 그것이 이 땅 위에 행하시는 주님의 위엄입니다.
3절을 보면 저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바라보고 있는 이 큰 하늘은 주님께서 손수 만드신 하늘이라고 찬양합니다. 그리고 시인의 시선은 밤하늘로 옮겨가지요. 높이 떠 있는 달과 별들도 주님께서 친히 달아 놓으신 것이라고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달과 별입니다. 아니 더욱 찬란하게 아름다운 달과 별입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떠 있는 달빛과 별빛은 더욱 빛나지요. 어둠 속에 더욱 밝게 빛나는 달과 별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우리에게 깨우쳐 줍니다. 그리고 이제 시편 8편의 시인의 시선은 사람에게로 향합니다. 4절입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생각하여 주시며,
사람의 아들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돌보아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시인의 겸허한 자기 고백입니다. 저 높고도 높은 하늘과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사람은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사람은 아주 귀중한 존재입니다. 결코 하나님처럼 될 수 없는 존재이지만, 피조세계의 일부이지만, 주님께서 친히 돌보아 주시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여 주시고, 사람들을 정성으로 돌보아 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낮과 밤 사이에서, 높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며 서있는 사람을 굽어 살피시고 돌보아주시며, 존귀하고 영화롭게 여기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우러르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하늘에서 우리를 굽어 살펴보시고, 우리가 살아가는 땅에도 커다란 은총을 베풀어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러르는 하늘과 우리가 살아가는 땅에도 위엄과 은총의 섭리로 늘 함께하여 주십니다.
하늘을 우러르며 감사 찬양하고, 땅을 바라보며 찬미의 노래를 부르는 시편 저자의 아름다운 노래가,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주님께서 생각하시고, 돌보아 주신다고 고백하고 노래하는 찬양이, 포도즙을 짜며 불렀던 기쁨과 감사의 노래를 불렀던 아름다운 신앙이 오늘 우리의 감사가 되고 우리의 노래가 되고, 우리의 신앙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도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며 감사하고, 땅을 바라보며 감사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Ⅲ
오늘 우리는 신약의 말씀으로 우리가 어릴 때부터 아주 친숙하게 알고 있는 구절을 받아 읽었습니다. 특별히 16절부터 18절의 말씀,
“항상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라는 세 가지 권고의 말씀은 기독교인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항상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또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말씀을 조금 더 넓은 맥락 안에서, 앞의 구절들과 함께 읽고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바울은 12절의 말씀에서 형제 자매 여러분을 부릅니다. 그리고 여러분 가운데 수고하고, 여러분을 지도하고, 훈계하는 이들을 알아보라고 권고합니다. 우리가운데 먼저 수고하는 사람, 우리를 이끌어주고 돌보아 주느라 고생하는 사람, 우리의 잘못을 알고 가르쳐주며 타일러 주는 사람을 소중히 알아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을 생각하며 사랑으로 그들을 존경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12절의 말씀처럼 우리에게도 우리를 위해, 우리보다 먼저 수고한 분들이 있습니다. 또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이끌어주며 돌보는 일에 수고한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잘못을 알고 가르쳐 주며 타일러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러한 분들을 잘 알아보고 사랑하며 존경하는 일에는 서투릅니다. 하지만, 성서는 데살로니가 교회 사람들에게만 권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우리 가운데 우리를 가르치며, 돌보며, 수고한 이들을 존경하며 사랑하라고 권고합니다.
우리 가운데 먼저 수고하는 사람, 우리를 이끌어 주고 돌보아 주느라 고생하는 사람, 우리의 잘못을 알고 가르치며 타이르는 사람을 주님을 대하듯이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을 생각하며 주님처럼 사랑으로 존경하는 것. 그러한 마음이 있다면, 어쩌면 우리가 지금과는 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다른 이보다 먼저 수고하는 일, 다른 이들을 이끌고 타이르는 일들이 어렵고 불편하고 고된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일들 가운데 주님께서 항상 함께하신다고 생각한다면, 그 일들이 우리에게, 우리의 신앙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 일들을 하는 사람들도 기뻐할 수 있고, 또한 우리도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고, 수고와 돌봄과 권고와 같은 모든 일들도, 우리에게 달콤한 말과 행동뿐 아니라, 때로 쓴 약과 같은 말과 행동도 기꺼이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바울은 15절에서 “아무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도리어 서로에게, 모든 사람에게, 항상 좋은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라고 권면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을 베풀 때 기뻐할 수 있지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고, 기쁜 일입니다. 우리가 친숙히 알고 있는 항상 기뻐하라는 권면의 말씀은, 내 기쁨을 위한 노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떠한 상황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항상 좋은 일을 하려고 애쓰는 기쁨을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한 마디로 선을 행하는 기쁨입니다. 혹여나 어려움을 당했을지라도 또 그렇지 않을 때에도 선을 행함으로써 기쁨을 얻을 수 있으므로 항상 선을 행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선을 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악을 악으로 갚으려 하지는 않는 것도 어려운데, 항상 선을 행하는 것은 분명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악을 끼친 자에겐 아주 작은 도움도 베풀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꺼이 선을 행할 수 있을 때까지 쉬지 않고 기도를 드릴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작은 미움과 시기와 탐심과 악을 거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간구하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더 큰 기쁨에 이르고, 우리의 일상은 기쁨과 기도로 충만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는 기쁨으로 기뻐하며, 기도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쁠 때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당했을 때에도, 좋을 때나 나쁠 때에도 감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눈 말씀인 시편 8편 시인의 겸허한 노래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토록 한없는 사랑으로 돌보시며, 인도하여 주심을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때로 어두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태양의 밝은 빛을 받아 빛나는 달빛처럼 살아가게 하시고, 빛나는 별들처럼 빛의 자녀로 살아가도록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지요. 하나님의 위엄과 사랑은 언제나, 어디서나 온 누리를, 우리를 감싸 주십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때로 넘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때로 방황하더라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주님의 은총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우리 가운데 먼저 헌신으로 수고하고, 사랑으로 우리를 지도하고, 훈계하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믿음의 동역자들을 통해서 주님께서 우리를 돌봐 주시고, 인도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믿음의 동역자들 덕분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기뻐할 수 있고, 기도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의 권면처럼 우리가 항상 기뻐해야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쾌락이나 기쁨에 목적이 있는 건 아닙니다. 바울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기쁨은 선을 행하는 기쁨입니다. 때로 어려움과 해를 당하더라도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을 행하는 것이 항상 기뻐하라는 권면의 참 뜻입니다. 그 일이 어려울 때, 우리는 겸허히 기도드릴 수 있고, 기도드릴 수 있기에 우리는 언제나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신앙인이란 항상 기뻐하는 기쁨의 사람이요, 끊임없이 기도하는 기도의 사람이며, 범사에 감사하는 감사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오후에는 서재경 목사님의 은퇴 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33년 간, 목사님의 사역 여정 가운데 함께 하여 주셔서, 목사님의 사역을 통해 많은 이들을 돌보아 주셨고, 우리들을 선한 길로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돌아보면, 목사님 덕분에 우리의 신앙과 생활은 주님 안에서 언제나 기쁨과 기도와 감사가 넘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목사님의 헌신과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믿음의 유산을 소중히 간직하고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해 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가 선한 일을 기뻐하는 기쁨의 사람들로, 끊임없이 기도하는 기도의 사람들로, 범사에 감사하는 감사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고, 이끌어 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