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뤄 보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작업 중 원고가 이유 없이 사라지는 황당함에 다시 써야 했습니다.
성의껏 쓴 글이니, 부족한 점이나 자의적 해석의 부족함까지 좋게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 소운/박목철
나라야마 부시코는 일본 영화감독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가 제작한 영화이다.
1983년에 제작된 영화이니 30년도 더 지난 아주 오래 전 영화이다.
세월이 지났지만 나라야마 부시코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영화는 제작되던 해인 198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으며 이마무라 쇼헤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우나기란 작품으로 황금종려상을
한 번 더 받지만 정작 본인은 시상식 전에 귀국해서 마작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두 번의 황금 종려상을 수상 했지만 두 번 다 수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기인이기도 하다.
나라야마 부시코란, 한문 유산절고(楢山節考)의 일본어 음역이다.
유산은 졸참나무 산을 의미하고, 절고란 말은 나라야마에 드는 노랫말을 뜻하는 것 같다.
나라야마에 드신다는 말이 영화에 여러 번 나오는 것을 보면, 나이 든 이가 드는 신선의 땅이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이어도와 비슷한 상상의 안식처라고 생각하시면 무난하실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영화를 해설한 여러 글을 보며 나름 시대적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어느 산골 마을만의 독특한 상황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영화에 보이는 원시적 배경 탓에 아주 오래전 얘기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그리 오래전의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노 문화는 당시 일본의 오지에서 흔히 있는 풍습이었을 것이고,
화승총의 존재는 시대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승총은 일본의 실력 있는 다이묘(大名)들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총포 대를 구성하기 어려웠다.
산골까지 화승총이 전해지려면, 임진왜란 한참 후에나 가능했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아주 특이한 민족이다.
우리가 생각하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도 집단으로 미화하여 신성한 의식화를 통해
지켜야 할 선으로 만든 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집단에서 따돌리는 민족이다.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이지메란 단어도 일본인이 원조이다-
일본이나 우리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먹거리도 구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았다.
한겨울이 지나며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는 사람이 지천이던, 보릿고개가 우리에게 있었듯
일본도 겨울이 지나면 하천에 굶어죽은 시신이 무수히 떠내려오는 가난이 있었고
이 고난의 이야기가 나라야마 부시코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모르면 영화의 이해가 어렵다.
* 나라야마 부시코는 산간 오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나라야마 부시코의 무대는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오지 마을이다.
식량이 부족하여 사내아이를 낳으면 내다 버리고, 며느리를 들이면 늘어나는 군 입이 무서워
결혼은 장남만 할 수 있다. 노동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사내아이가 버려지는 것을 보면,
농사 도구가 빈약하여 자신이 먹을 식량의 생산도 어렵거나, 아니면 농사지을 절대농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오린의 집에는 말이 한 마리 있어 농사에 도움이 컸겠지만,
역시 식량 부족에 허덕여야 했다.
마을에서는 70살이 된 노인은 나라야마에 모셔야 한다.
부모를 버리는 반인륜적 행위이지만, 일본인답게 멋지게 미화해서 지켜야 할 신성한 의식
으로 포장하고 이를 어기면 집단에서 따돌림 한다. 오린은 70에 접어드는 노인이지만,
나라야마에 들기에는 너무 정정한 노인이다.
자신의 남편이 어머니를 차마 나라야마에 버리지 못하고 집을 나가 버린 탓에 장남인 다츠헤이는
동네 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고, 오린은 혹시나 다츠헤이가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돼서 멀쩡한 자신의 이빨을 절구에 부딪혀 깨기도 하며 나라야마에 들 준비를 한다.
오린의 준비는 치밀하고 냉혹하기도 하다.
며느리에게 물고기 잡는 자신만의 비결을 전수하며,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한다.
손자며느리는 아직 필요 없는 군식구라 생각하고 겨울이 되기 전 자신이 나라야마로 떠난 후에
남은 식구들이 식량 걱정없는 겨울을 나게 하려고 냉혹하게 처리한다.
식량을 도둑질하다 걸린 손주며느리의 친정 식구들을 생매장하기로 결정한 날, 약간의 먹거리를
들려서 친정으로 보낸다. -친정 식구들과 오붓하게 저녁을 보내고 내일 와도 된다-
감자와 옥수수 약간 훔쳤다고 아이들까지 모두 생매장을 시키는 현장에는 손주며느리도 있었다.
손주의 울부짖음도 소용없었다. 내 아이를 가졌는데, 시집 왔으니 내 식구잖아,
일본인의 집단의식은 개인에게 온정을 베풀지 않는다. 규칙을 어겼으면 당연히 죽어야 하니까,
오린도 냉정하다. 우리 식구가 굶지 않고 겨울을 무사히 나겠다는 생각뿐이다.
* 약간의 식량을 훔졌다고 일가족을 생매장 하는 잔인함도 집단의 질서이다.
배고픔의 무서움이 영화 곳곳에 짙게 배어있다.
장남 다츠헤이는 여자가 그리운 동생을 달래려고 하룻밤만 여자와 자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는
아내에게 사정한다. 동생과 하룻밤만 자 달라고, 다른 여자에게 부탁 면 감자나 옥수수를 얼마라도
줘야 하니 아깝지 않은가 하며, 지금 돈으로 환산한다면 만원이나 될까?
배고픔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실감케 하는 영화이고 현대인은 이해 못 할 아득한 이야기이다.
오린은 며느리에게 시동생과 자지 말라고 하고는 자신이 여자를 물색하지만,
지독한 구취 때문에 아무도 자려고 하지 않고, 냄새를 맡지 못하는 늙은 여인만이 청을 받아들인다.
-난 코가 나빠 냄새는 괜찮지만, 해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되려나 모르겠네-
가난은 짝을 맺지 못하게 하고, 본능을 억제 못 한 사내의 얘기는 입에 담기 곤란한 상황도 예사이다.
* 인간의 본능이 적나라 하다. 윤리의 잣대는 빈곤앞에 무의미하다.
자신의 부모를 산에다 버리는 반인륜적 행위를 가리려는 위선도 엄숙한 의식이다.
겨울이 오기 전 가을, 오린은 날 잡아서 술 담그고, 원로들을 모셔 나라야마에 드는 절차를 전해 받는다.
나라야마는 신선의 땅이니 드는 과정은 험난하다. 떠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마라,
절대 말을 하면 안 된다. 산을 내려올 때 절대 뒤돌아 보지마라, 등 극락에라도 드는 절차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나라야마는 신선이 사는 땅도 아니고, 그저 산에 노인을 내다 버리는
범죄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식이 끝난 후 헤어지기 전 다츠헤이를 살짝 불러내 귀엣말로 전한다.
-이건 비밀 전수 사항일세, 산에 오르기 어려우면 골짜기에다 버리고 오시게- 나라야마의 진실이다.
* 무서운 일본인의 집단의식, 신성함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의식세계가 소름 끼친다.
이른 새벽, 지게에 오린을 태운 다츠헤이는 집을 나선다.
같은 시각, 난생처음 여자를 접한 동생은 성욕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어머니가 떠나는 시각이라는 것도 안다. 어머니의 깨진 이빨을 부적이라며 귀에 끼우고,
감독이 설정한 의도가 보인다. 자신을 낳고 길러준 어머니가 죽으러 떠나는 날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섹스도 해야 하는 발가벗겨진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아들이 오린을 부등켜 안고 오열한다.
높은 산을 지게에 어머니를 지고 오르는 것은 고난이지만 다츠헤이는 묵묵히 오른다.
나라야마의 살벌한 분위기에 차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한 다츠헤이는 어머니를 안고 놓지 않으려 한다.
오린은 아들의 따귀를 때리며 내려가라고 손짓한다. 아들마저 남편의 전철을 밟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 식사가 될 지게에 매달린 도시락은 내려갈 때 배고파할 자식이 안쓰러워 한사코 아들의
지게에 다시 걸쳐 주는 생에서의 마지막 모정이 눈물겨웠다.
무겁다고 산에 오르지 않고 비밀 전수된 골짜기에 아버지를 던져 버리는 무정함도 영화에 있다.
-아버지 이젠 나라야마에 드세요- 비탈을 돌 구르듯 구르며 지르는 비명이 처절하다.
감자 몇 톨 강냉이 몇 자루 때문에 아이를 포함한 일가족을 땅에 생매장하기도 하고,
나이 든 부모를 산에 갖다 버리기도 하고,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당연한 집단의 질서일 뿐이다.
일본인의 집단의식은 무섭다.
사이판에서 전원이 몰살 할 때도 그들은 -옥쇄- 라도 했고, 배를 가르는 할복도 엄숙한 의식
으로 미화하고, 강제로 동원한 전쟁 위안부도 그들은 -정신대- 라고 한다.
잘못된 행위도 집단으로 미화하는 버릇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본인의 집단의식이 잘 녹아있는 영화가 나라야마 부시코이다.
산을 내려오다 눈이 내리자 다츠헤이는 기뻐서 다시 산을 뛰어오른다.
까마귀 떼가 날고 해골이 널린 신선의 땅 나라야마 눈속에 오린이 눈을 감고 합장을 하고 있다.
"어머니 눈이 와요, 어머니 춥지요?"
오린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서 내려가라고 아들에게 손짓한다.
"할머니는 운이 좋아 눈 내리는 날에 나라야마에 갔다네" 눈발 사이로 부시코의 가락이 흩어진다.
* 까마귀가 오린의 주위를 맴돈다. 오린의 마지막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힘겨운 겨울을 나려면, 겨울이 오기 전에 부모를 나라야마에 모셔야 하고, 눈이 내리면
산을 오를 수 없으니 늦가을을 길일로 잡았을 터이고, 높은 산이니 나라야마 드는 날 첫눈이 나릴 확률이
매우 높다. 부모를 버린 자책을 나마 지우려고 만들어낸 전설, 부모를 버린 자식의 최소한의 양심이리라,
-눈이 내리는 날 나라야마에 들면 신선이 반기신다-
* 우리를 돌아 보았습니다.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려는 자식들은 요양원에 노인을 반 강제로 모시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해외 여행에서 부모를 버리고 오기도 한다지요, 우리의 나라야마는 어디 인가요?
일본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
고전 영화를 보면 그들도 무척 어려운 삶을 살았더군요,
아무튼 그들의 질서의식은 놀랍기도 합니다.
좋은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잘읽었습니다
영화감상평을 참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종종 올려주세요
과분한 칭찬의 말씀입니다.
보시는 관점이 다 다르시니 글 쓰기도 망서려 집니다.
잘 쓰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에 본영화라 제목을 잊엇는데 여기서 찾앗습니다.감사
저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트로이 목마가
나오던 영화를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곳에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잘읽었습니다....근데 왠지 재미는없을듯::
액션물 좋아 하시는 분들은 재미없다 하실겁니다. 원래 상 받은 영화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잘읽었어요
이런 영화는 마눌이 좋아하는데~
같이 보자고 하면 어쩌나 ㅋ
같이 한번 더 보시면 되지요, ㅎㅎ
저는 서너번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꼭 보고싶네요
저는 아주 감명깊게 봤습니다.
영화평이 너무세세해서 거의영화작품을 읽는듯하네요
열정에감사드립니다
꼭보겠습니다
좋게 평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카페 영화를 자주 보면서 뭔가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 수 있는게 글 뿐이라 성의껏 썼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이 영화, 명화이지요.
저도 여러번 보았습니다.
명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인의 영화
기인들이 새로운 시도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것 같습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요
고려장과 비슷한거네요...ㅜㅜ 정말 기가막힌 시절이었네요....ㅠㅠ
일본도 고전영화를 보면 먹고 살기가 정말 어렵더군요, 우리도 한세기 전 만해도 그랬습니다. 좋은 세상을 사는 우리는 행복한 셈이지요
영화관에서 보고
비디오 테이프도 구입한후
이따금 봅니다
일본판 고려장으로 생각듭니다
첫눈오는날??
배경과 내용으로는 깊은여운이남아요
저도 여러번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는 세월이 비켜가나 봅니다.
감독이 좋아야 영화가 좋습니다.
카페에 올려있는 간장선생인가 영화도 감명 깊었습니다.
이거ㅠㅠ 한머니가 돌멩이?에 이빨부러뜨리는장면...생생해요ㅠㅠ
옛날에는 인구도 많지 않았는데, 왜 입에 풀칠 하기가 그리 어려웠는지,
우리나라도 조금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밥을 굶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거지는깡통을 들고 먹다남은 밥은 얻으러 다녔지요, -밥 한 술만 줍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