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다움이란?/靑石 전성훈
나이가 70대 중반에 들어서니 어떻게 사는 게 바람직한 어른다운 모습인지 자주 생각한다. 어른스러움, 어른다움, 어른답다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 어른은 성인(成人) 또는 대인(大人)으로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어른스럽다는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 같은 데가 있다는 표현이다. 어른답다는 어떤 사람이 어른다운 성질이나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어른다움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단어는 아니지만, 어른다운 행동이나 생각을 갖춘 상태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성숙함, 책임감, 말의 품격, 삶의 태도 등에서 나타난다.”
직장 생활을 그만둔 이후에 동아리 형태 같은 모임이 상당하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 대학 동기 모임, 직장 선후배 모임, 천주교 동갑 모임, 그 외에도 이런저런 사회 모임을 매월, 2개월, 3개월, 4개월 또는 반년에 한 번씩 갖는다. 모임이 많다 보니까 공교롭게 시기가 겹치면 어떤 때는 한 달에 일고여덟 번 모임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정겨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은데 한 달에 적지 않은 회비를 내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모임에 참석하는 멤버는 동년배가 가장 많고 나보다 젊은 사람도 나이가 많은 분도 있다. 대여섯 살에서 일고여덟 이상 연상인 분들이 상당하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그분들의 대화하는 모습이나 행동 또는 단체 카톡방을 통하여 주고 받는 글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어떤 이는 늘 모임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면서 자기 자랑하기에 바쁘다. 주위의 반응을 살피는 듯하면서도 분위기를 모르는 척 혹은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시종일관 자신을 뽐내는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는다. 누구는 상대가 이야기하고 있는 중간에 상대방의 말을 끊고서 무턱대고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안하무인 독불장군 스타일이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자신의 박학다식을 자랑하여 주변 사람을 기죽이는 듯이 불편하게 또는 언짢은 기분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단란한 모습의 가족사진이나 글을 올려 그렇지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서투른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른다운 모습을 점잖게 풍기는 분도 계신다. 자기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여도 직설적으로 부정하거나 단정적으로 말하여 면박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 에둘러서 말하거나 빙그레 웃으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행동이나 말투에 그대로 드러나서 그분과의 모임은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도 좋다. 사람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이나 행동처럼 나 또한 이따금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떤 때는 누군가를 빼돌리고 쑥덕쑥덕 귀엣말이나 뒷담화를 하면서 웃거나 비웃음을 짓기도 한다. 누구에게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듯한 그 모습이 그대로 나에게로 되돌아오는 화살이라는 생각이 들면 왠지 기분이 씁쓸하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미묘하고 섬세한 인간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좋을지 참으로 난감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화제 대상으로 삼기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금기 항목도 있다. 정치, 종교, 지방색, 가족에 대하여 가볍게 시작한 말이나 농담이 결국은 서로 언성을 높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상황이 잘 수습 안 되면 그동안 가져왔던 친분조차 어그러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안타깝게도 사람마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인생 칠십 고개를 훌쩍 넘어서면 세상사에서 한 발을 옆으로 옮기거나 뒤로 한 발짝 빼놓고 바라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주 접하는 곱게 나이 먹는 삶의 자세나 태도에 관한 SNS상의 글이 대부분 이런 상황을 이야기한다. 혹시 아직도 현역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지고 볶는 골치 아픈 세상일은 젊은이나 후배에게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 그들의 행동거지가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못 본 척하고 대범하게 넘어가야 ‘꼰대’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리고 젊은이가 쓰는 대화 방식이나 놀이 또는 좋아하는 음식문화를 배워서 현실 감각을 느끼는 것은 좋다. 다만 하나, 세상의 유행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시대에 뒤처진 뒷방늙은이라고 눈총을 주거나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으로 세상 속에서 뒤섞여 살고 있기에 나만이 옳다는 ‘확증편향’은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다. 세상은 나와는 다른 모습에 엉뚱한 생각이나 사고 그리고 특이한 가치관과 종교관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사는 공동체 사회이다.
말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흘러 내려가면서 웅덩이에도 머물고 커다란 바위를 만나면 휘돌아가면서 모든 것을 순리대로 다독이며 품고 가는 강물을 생각해 본다. 그런 강물의 모습이 누구나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따스한 품이 아닐까. 다시 한번 어른답다, 어른다움이라는 말을 생각하면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주옥같은 말씀을 떠올린다. 그 말씀처럼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 가을이 깊어지면 먼 길 떠날 날도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리라. (2026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