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물, 다시 물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여름 곤충 왕잠자리의 한살이 조용하고 어두운 초여름 밤, 왕잠자리 애벌레가 이제 막 물 밖으로 나와 날개돋이를 시작합니다. 작은 연못에서 열 달 동안 살아남은 왕잠자리 애벌레가 이제 막 왕잠자리로 변신하려는 순간입니다. 《세밀화로 보는 왕잠자리 한살이》는 지구에서 수억 년을 살아온 왕잠자리들의 변화무쌍한 삶을 변신 과정에 따라 촘촘히 보여 줍니다. 또한, 왕잠자리 애벌레의 삶의 터전인 연못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물속 곤충들(왕잠자리 애벌레의 천적과 먹잇감 등)의 삶도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언뜻 지저분해 보이는 연못이 사실은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왕잠자리의 한살이를 통해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물총 쏘듯 도망가던 애벌레에서, 타고난 사냥꾼으로 변신하는 왕잠자리 왕잠자리는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른벌레가 되는 불완전변태 곤충으로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겉모습도, 살아가는 서식지도 서로 다릅니다. 왕잠자리 애벌레는 열 달쯤 물속에 살면서 열 번쯤 허물을 벗습니다. 막 허물을 벗고 나온 애벌레는 몸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데, 하루 정도 지나야 본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가끔 물 밖으로 꽁무니를 내밀고 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방귀 소리도 내고, 하늘을 향해서 물총을 쏘듯이 똥을 싸기도 합니다. 왕잠자리 애벌레가 사는 연못에는 사냥 솜씨가 뛰어난 천적 곤충들이 많이 삽니다. 낫처럼 생긴 앞다리로 낚아채는 장구애비, 뾰족한 입으로 먹잇감을 찌르는 물자라, 사냥할 때 독을 쓰는 게아재비 등 왕잠자리 애벌레의 천적이 우글우글하지요. 왕잠자리 애벌레는 천적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꽁무니로 물을 힘차게 내뿜으며 로켓이 날아가듯이 재빨리 도망갑니다. 겨울바람에 연못이 얼어붙고 그 위에 눈이 쌓이면, 왕잠자리 애벌레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속에서 죽은 듯이 봄을 기다립니다. 마침내 봄이 오면 왕잠자리 애벌레는 왕잠자리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하늘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왕잠자리는 타고난 사냥꾼으로 변신합니다. 왕잠자리의 겹눈 하나에는 2만 개 정도의 낱눈이 들어 있습니다. 커다란 겹눈으로 사방에 있는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살필 수 있어 멀리 있는 사냥감도 쉽게 찾아냅니다. 또, 한번 잡은 사냥감은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가시가 숭숭 난 여섯 개의 다리로 바구니로 덮듯이 먹잇감을 움켜쥐어, 먹잇감은 바구니에 갇힌 것처럼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게다가 왕잠자리는 얇고 가볍지만 수많은 날개맥이 있는 날개 덕분에 곤충 가운데 가장 빨리 날 수 있습니다. 이런 왕잠자리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온종일 배고픔을 참으며 자기 영역을 지키고, 다칠 것을 감수하며 다른 수컷과 싸우면서 제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을 이어갑니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이 물풀에 알을 낳는 장면은 연못 속에서 왕잠자리의 또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을 예고합니다.
집념과 열정이 만들어 낸 《세밀화로 보는 왕잠자리 한살이》 왕잠자리는 연못 속에서 애벌레로 사는 기간이 하늘을 날며 사는 기간보다 더 깁니다. 그러나 탁한 연못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왕잠자리 애벌레가 살아가는 실제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권혁도 작가는 왕잠자리 한살이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물벼룩, 올챙이 등을 직접 구해 왕잠자리 애벌레의 월령에 맞춰 먹여 가며 기르고, 고집스러우리만큼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천적을 피해 밤에만 이뤄지는 왕잠자리의 날개돋이 등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물속에 사는 왕잠자리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멋진 잠자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이리저리 뻗은 왕잠자리의 날개맥과 다리의 가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섬세하게 묘사했습니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왕잠자리의 날개맥 하나하나는 같은 자리에 멈춰 선 듯 정지 비행을 하고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데 꼭 필요하고, 다리의 가시는 먹잇감을 움켜쥘 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밀화 대신 카메라를 통해 사진으로 찍어낼 수도 있지만, 하나의 초점만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으로는 세밀화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는 점이 권혁도 작가가 세밀화를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 | | |
하늘에서 물, 다시 물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여름 곤충 왕잠자리의 한살이 조용하고 어두운 초여름 밤, 왕잠자리 애벌레가 이제 막 물 밖으로 나와 날개돋이를 시작합니다. 작은 연못에서 열 달 동안 살아남은 왕잠자리 애벌레가 이제 막 왕잠자리로 변신하려는 순간입니다. 《세밀화로 보는 왕잠자리 한살이》는 지구에서 수억 년을 살아온 왕잠자리들의 변화무쌍한 삶을 변신 과정에 따라 촘촘히 보여 줍니다. 또한, 왕잠자리 애벌레의 삶의 터전인 연못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물속 곤충들(왕잠자리 애벌레의 천적과 먹잇감 등)의 삶도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언뜻 지저분해 보이는 연못이 사실은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왕잠자리의 한살이를 통해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물총 쏘듯 도망가던 애벌레에서, 타고난 사냥꾼으로 변신하는 왕잠자리 왕잠자리는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른벌레가 되는 불완전변태 곤충으로 애벌레와 어른벌레의 겉모습도, 살아가는 서식지도 서로 다릅니다. 왕잠자리 애벌레는 열 달쯤 물속에 살면서 열 번쯤 허물을 벗습니다. 막 허물을 벗고 나온 애벌레는 몸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데, 하루 정도 지나야 본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가끔 물 밖으로 꽁무니를 내밀고 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방귀 소리도 내고, 하늘을 향해서 물총을 쏘듯이 똥을 싸기도 합니다. 왕잠자리 애벌레가 사는 연못에는 사냥 솜씨가 뛰어난 천적 곤충들이 많이 삽니다. 낫처럼 생긴 앞다리로 낚아채는 장구애비, 뾰족한 입으로 먹잇감을 찌르는 물자라, 사냥할 때 독을 쓰는 게아재비 등 왕잠자리 애벌레의 천적이 우글우글하지요. 왕잠자리 애벌레는 천적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꽁무니로 물을 힘차게 내뿜으며 로켓이 날아가듯이 재빨리 도망갑니다. 겨울바람에 연못이 얼어붙고 그 위에 눈이 쌓이면, 왕잠자리 애벌레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속에서 죽은 듯이 봄을 기다립니다. 마침내 봄이 오면 왕잠자리 애벌레는 왕잠자리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하늘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왕잠자리는 타고난 사냥꾼으로 변신합니다. 왕잠자리의 겹눈 하나에는 2만 개 정도의 낱눈이 들어 있습니다. 커다란 겹눈으로 사방에 있는 사물의 형태와 움직임을 살필 수 있어 멀리 있는 사냥감도 쉽게 찾아냅니다. 또, 한번 잡은 사냥감은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가시가 숭숭 난 여섯 개의 다리로 바구니로 덮듯이 먹잇감을 움켜쥐어, 먹잇감은 바구니에 갇힌 것처럼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게다가 왕잠자리는 얇고 가볍지만 수많은 날개맥이 있는 날개 덕분에 곤충 가운데 가장 빨리 날 수 있습니다. 이런 왕잠자리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온종일 배고픔을 참으며 자기 영역을 지키고, 다칠 것을 감수하며 다른 수컷과 싸우면서 제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을 이어갑니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이 물풀에 알을 낳는 장면은 연못 속에서 왕잠자리의 또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을 예고합니다.
집념과 열정이 만들어 낸 《세밀화로 보는 왕잠자리 한살이》 왕잠자리는 연못 속에서 애벌레로 사는 기간이 하늘을 날며 사는 기간보다 더 깁니다. 그러나 탁한 연못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왕잠자리 애벌레가 살아가는 실제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권혁도 작가는 왕잠자리 한살이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물벼룩, 올챙이 등을 직접 구해 왕잠자리 애벌레의 월령에 맞춰 먹여 가며 기르고, 고집스러우리만큼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천적을 피해 밤에만 이뤄지는 왕잠자리의 날개돋이 등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물속에 사는 왕잠자리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멋진 잠자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이리저리 뻗은 왕잠자리의 날개맥과 다리의 가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섬세하게 묘사했습니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왕잠자리의 날개맥 하나하나는 같은 자리에 멈춰 선 듯 정지 비행을 하고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데 꼭 필요하고, 다리의 가시는 먹잇감을 움켜쥘 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밀화 대신 카메라를 통해 사진으로 찍어낼 수도 있지만, 하나의 초점만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으로는 세밀화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는 점이 권혁도 작가가 세밀화를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