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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에서 조망, 앞 능선은 망덕봉으로 가고, 가운데는 신선봉, 그 뒤는 동산이다
해ㅅ살 피여
이윽한 후,
머흘 머흘
골을 옮기는 구름.
――― 정지용, 「朝餐」에서
▶ 산행일시 : 2015년 8월 29일(토), 맑음, 안개, 박무
▶ 산행인원 : 15명(버들, 영희언니,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상고대, 도솔, 해마,
해피, 즈믄, 승연, 대포, 무불, 자유,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10분
▶ 산행거리 : GPS거리 15.0㎞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2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40 -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상원곡리(上元谷理) 윗마을, 산행시작
09 : 08 - 임도, 송전탑
09 : 28 - 능선마루
10 : 25 - 작성산(鵲城山, 844m)
10 : 35 - 까치산(鵲城山, 844m)
11 : 03 - 새목재, ┣자 갈림길 안부
11 : 30 - 동산(東山, △896.2m)
11 : 56 - 754m봉
12 : 27 ~ 12 : 55 - 갑오고개, 점심
13 : 30 - 791m봉
14 : 32 - 단백봉(898m), ┣자 신선봉 갈림길
15 : 17 - 969m봉, ╋자 갈림길
15 : 40 - 금수산(錦繡山, 1,015.8m)
16 : 28 - 금수산 동쪽 사면 트래버스 시작
17 : 23 - 남근석 쉼터 삼거리
17 : 50 -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기동리(基洞理) 곧은터, 산행종료
1. 까치산에서, 왼쪽부터 즈믄, 메아리 대장, 한계령, 해마, 대간거사
【고고종단(固高縱斷)이란?】
‘고고종단’은 경남 고성군 삼산면 봉화산에서 강원도 고성군 고성산까지 종단하는 산
줄기이다. 대간거사 님의 고고종단 1구간 때의 산행공지 헌사를 부연한다.
“고고종단(경남 고성에서 강원 고성까지)은 금홍횡단(강릉 금진나루에서 남양주
홍유릉까지)과 더불어 상고대 님의 역작이자, 오지산행팀 줄긋기 실력의 정화를 보여
주는 모범사례라 하겠습니다. 단맥, 분맥, 지맥 등 정체불명의 개념이 횡행하여 우열
과 옥석을 가리기 힘든 난세에, 본 횡단, 종단은 과거의 졸렬한 맥 잇기와는 당최 비교
가 불가한 신개념 국토답사행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어려운 게
발상의 전환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산행의 묘미를 즐겨보시려면,
오지산행팀 고고종단 일정과 함께!”
▶ 작성산(鵲城山, 844m), 동산(東山, △896.2m)
대가천(大街川) 따라 532번 지방도로 타고 오다 상원곡리 맹자산 아래 윗마을에서 멈
춘다. 작성산 들머리인 절매마을로 비포장 농로가 이어지지만 좁아 우리 버스가 가기
에는 무리다. 걸어간다. 가을 문턱 한갓진 들녘 길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울 밖 대추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대추, 조롱박, 다래, 도라지꽃, 코스모스 등등 어느덧 가을풍경
이다.
중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지나고 몇 가구 되지 않는 절매마을로 들어간다. 복날 무사
히 넘긴 검둥개가 꼬리 흔들며 반긴다. 노부부가 우리를 보더니 그리로는 아무 산길이
없으니 부디 저쪽으로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만류를 고맙습니다 사양하고 씩
씩하게 나아갔다. 그랬다. 불과 십 수 미터를 못가서 농로 끊기고 잡목숲 우거진 가파
른 생사면이다.
잡목쯤이야 하고 익숙하게 뚫었으나 산자락 덮은 거대한 칡덩굴 숲과 맞닥뜨리고는
주춤한다. 방금 전의 노부부 충고대로 뒤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의론이 일었
으나 그건 견디기 어려운 쪽팔리는 노릇이라 분연히 스틱 치켜들고 뚫는다. 발로 더듬
어 간다. 나는 여러 일행 뒤쫓아 한결 수월하게 오르는데도 얼기설기한 칡덩굴에 감겨
엎어지고 넘어진다.
칡덩굴 숲을 어렵사리 빠져나오고 가파른 사면을 엉겁결에 두릅나무 붙들어 올랐는데
대로인 임도가 우리 앞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아닌가. 더덕 몇 수 건졌기에 그 핑계로
남우세를 면한다.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 볼 만한 임도다. 임도가 끝나는 대
형 송전탑 옆 너른 무덤가가 쉬기에 좋다. 누군가 꼬막을 오래두면 상할 수 있다며 얼
른 내놓는 바람에 그 안주로 때 이른 입산주 탁주 마신다.
잡목숲 헤치고 횡행하는 여러 수적(獸跡) 꿰어 능선마루에 오른다. 인적은 흐릿하다.
벌목지대에 들어 조망이 트일 법 하지만 안개가 잔뜩 끼여 답답하다. 중천의 햇살도
어쩌지 못하는 안개다. 길옆 굴을 언뜻 보고 지난다. 굴속이 캄캄하여 끝이 보이지 않
는다. 암릉 사이 얕은 골짜기가 외길이다. 앞사람이 만든 발자국계단으로 오른다.
마침내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자 갈림길 쉼터다. 쉴 때마다 수작한다. 비지땀 흘린
터라 술발 받는다. 탁주 두세 병씩 비운다. 이번에는 해피 님이 통닭을 내놓는다. 통닭
이 워낙 크기에 칠면조다 타조다 하며 뜯는다. 작성산 정상은 오른쪽으로 50m쯤 더
가야 한다. 배낭 벗어놓고 간다. 좁다란 공터에 충청북도 표준사양인 오석의 정상 표
지석(‘작성산 해발 848m’라고 새겼다)이 있다. 그러면서 이정표에 ‘까치산’은 남쪽으
로 210m 떨어진 봉우리라고 한다.
2. 조롱박꽃
3. 무궁화
4. 수세미꽃
5. 코스모스
6. 송전탑 운재로인 임도와 만나고
7. 송전탑 옆 무덤가에서 꼬막 안부하여 입산주 탁주 마시고
8. 암릉 사이 얕은 골짜기 오르고
9. 작성산 정상 표지석
길 좋다. 평탄한 초원을 간다. 약간 오르막인 절벽 위 노송 한 그루가 수백 년 동안
(틀림없다) 수문장이다. 노송 돌아 몇 발짝 더 가면 까치산이다. 오석의 정상 표지석
(‘까치산(鵲城山, 해발 848m)’이라고 새겼다)이 있다. 여기는 동쪽 사면이 깎아지른
절벽이라 탁 트여 소백산까지 보이는 경점이겠는데 안개가 끼어 온통 뿌옇다.
점심은 갑오고개에서 먹을 요량으로 도시락을 그곳에 두메 님 차 배달시켰고 시간이
빠듯하여 이제부터 줄달음한다. 새목재까지 줄곧 내림 길이다. 엉덩이까지 동원하여
너덜 닮은 바윗길 내리고 암릉이 나온다. 바쁘다. 한번 쳐다보아주고 오른쪽 사면 도
는 길 따라간다. 그리고 쭉쭉 내려 ┣자 갈림길 안부 새목재다.
동산 가는 길.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고도 230m 정도를 높여야 한다. 축축하게 젖
어 있는 등로가 상당히 미끄럽다. 더러 헛심 쓰고 나면 진땀이 난다. 공제선 꼭 붙들어
┳자 갈림길에 오른다. 오른쪽은 성봉(824m)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명물인 남근석
바위를 보게 되고 신라 이래 천년 고찰인 무암사(霧巖寺)에 이르는 길이다.
동산은 평탄한 왼쪽 길로 350m 더 가야 한다. 동산 정상은 하늘 가린 숲속 공터다. 삼
각점은 오래되어 판독하기 어렵다. ‘동산(東山)’은 흔히 ‘뜻이 고상한 사람이 사는 곳’
을 뜻하는 말로 쓰이는데, 중국 진(晉)나라의 사안(謝安, 320 ~ 385)이 동산(회계
(會稽), 지금은 절강성 소흥 동쪽에 있는 산)에 은거한 데서 유래한다. 이 동산도 그러
한지 모르겠다.
동산에서 갑오고개 가는 길은 크게 오르내리는 봉우리가 없지만 제법 거리가 된다.
동산에서 신선봉 갈림길인 단백봉까지는 ‘금수산 산악마라톤 코스’의 한 부분이다.
동진한다. 산에서도 왕도는 없다. 봉봉을 넘는다. 슬랩을 밧줄 잡고 내리고 암릉을 지
난다. 세미클라이밍 코스다. 그다지 험로가 아닌데 밧줄이 달려 있어 그나마 손맛 보
는 재미가 덜하다.
전망바위 나오면 꼬박 들려 경개 흐릿한 것이 혹 내 눈이 침침한 탓일까 눈 비벼가며
살핀다. 길은 잃는 것은 길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의 속담이라
고 한다. 오늘도 무불 님과 자유 님은 754m봉 넘고 갑오고개가 가까울 무렵 그렇게
길을 찾는다. 갑오고개. 학현리와 소야리를 넘나드는 고개다. 아스팔트 포장하였다.
10. 까치산 정상 절벽 위에 있는 노송
11. 동산 정상 표지석
12. 동산, 갑오고개 가는 도중 뒤돌아봄
13. 왼쪽 멀리 금수산이 희미하게 약간 보인다. 그 앞은 신선봉 갈림길인 단백봉이다
14. 신선봉 갈림길인 단백봉, 뒤는 금수산
산행로(1)
▶ 단백봉(898m), 금수산(錦繡山, 1,015.8m)
갑오고개 고갯마루 약간 비킨 임도 나무그늘에 들어 점심밥 먹는다. 땀을 많이 흘려
도통 밥맛이 없지만 여러사람 입맛으로 먹는다. 물도 엄청 들이켰다. 2리터를 다시 보
충한다. 대간거사 님을 비롯한 몇몇은 다목적을 노려 점심밥 먹은 자리에서 생사면을
곧바로 치고 오르고, 나는 (성질 다 죽었다) 능선마루의 산악마라톤 코스로 간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바람 한 점 없다. 여름은 아직 정정하다. 덥다. 땅에 코 박아 지열
쐬어 얼굴이 화끈하다. 점심밥을 먹자마자 오르려니 옆구리가 결린다. 등로 살짝 비킨
전망바위에 들려보면 단백봉이 아득하게 높다. 791m봉. 너럭바위에서 숨 돌린다. 도
솔 님이 다리에 쥐난다고 뒤처졌으나 그 증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완주하고야 말
았는데 해피 님이 도솔 님에게 중포했다가는 이따 더덕주 다 먹은 줄로 알라는 겁박에
죽을힘을 썼다나. 더덕주의 효능이다.
산악마라톤 코스여서 그런가? 봉봉을 오른쪽 사면 돌아 넘는다. 야트막한 안부에서 목
추기고 자유 님이 앞장선 견인으로 그 아득하게 보이던 단백봉을 오른다. ┣자 갈림길
인 단백봉(네모진 석재의 표지석이 이정표 아래 놓였다) 오른쪽은 신선봉으로 간다.
신선봉 쪽은 암릉길로 학봉, 미인봉, 조가리봉 등 봉 따먹기 좋다.
우리는 내쳐 직진한다. 산악마라톤 코스가 신선봉 쪽으로 갔어도 등로가 사면을 질러
가는 것은(그랬다가 한바탕 곧추 오른다) 주릉마루 암릉이 험난해서다. 969m봉.
하늘 트이고 금수산 정상이 눈앞이다. ╋자 갈림길 오른쪽은 망덕봉으로 가고, 왼쪽은
골 타고 상학주차장으로 간다. 나는 금수산의 백미로 망덕봉에서 용담폭포로 내리는
길을 들고 싶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은 걸음마다 경점이고, 등로 주변의 기암괴석은
만물상이거니와 관폭대에서 보게 되는 용담폭포는 절정의 가경이다.
969m봉에서 금수산 정상 가는 길은 바위 슬랩 데크계단이거나 절벽 데크잔도다.
전망대를 겸했다. 청풍호와 그 주변 첩첩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금수산을 ‘비단에
수놓은 듯 아름다운 산’이라는데 이는 금수산 자체를 뜻한다기보다는 금수산에서 바
라보는 경치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금수산 정상이 천지의 한가운데다.
나무숲 그늘에 들어 땡볕 식혔다가 다시 머리 내밀고 눈 아래 금수강산 감상한다.
하산! 평범한 하산은 싫다. 금수산 동릉을 타려고 금줄 넘어 관음능선 내리며 동쪽 사
면을 연신 기웃거린다. 절벽이다. 좀 더 남진한다. 관음능선이 절벽으로 막힌다. 왔다
갔다 하며 여러 눈으로 살펴도 절벽이다. 주등로로 복귀하여 멀리 돌아가기로 한다.
너덜길을 한참 내리고 상학주차장 가는 갈림길에서 관음능선을 넘는다. 그리고 개척
적인 대트래버스를 감행하려는데 분명한 인적이 앞서간다. 싱겁다.
도드라진 능선이 나와도 좌우 사면 누벼 내리고 임도와 만난다. 임도 따라 굽이굽이
돌다 오르막에서 사면 질러 내리니 거석인 남근석을 모신 쉼터다. 동산 성봉 아래 천
연의 남근석을 시기하여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사진 찍어 오늘 여기에 오지 못한 여러
악우들에게 전송한다. ┳자 갈림길. 오른쪽은 상학주차장으로 가는 주등로이고, 왼쪽
은 기동리 석동암으로 가는 임도다.
왼쪽 임도로 간다. 임도가 산자락 휘돌라치면 우리는 산등성이 넘어간다. 임도는 어름
골 농로로 이어진다. 밭두렁과 골짜기 덤불숲에는 두릅나무, 땅두릅나무, 사위찔빵,
물봉선이 만발하였다. 꽃길이다. 대간거사 님의 마침 이미자 ‘아씨’ 가창에 어울리는
길이다. “…여기던가 저기던가/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저
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이윽고 두메산골 곧은터 마을. 오늘도 전원 완주와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힘차게 나눈다.
15. 금수산 가는 길의 791m봉 너럭바위에서
16. 신선봉 연릉
17. 멀리 소백산 연화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18. 금수산 뒷모습
18-1. 2년 전 이른 봄에 본 금수산 뒷모습
19. 청풍호, 멀리 월악산 영봉은 희미하다
20. 신선봉 연릉
21. 맨 뒤는 동산 연릉
22. 청풍호와 그 주변
23. 상고대 님
24. 금수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자유, 즈믄, 승연, 메아리 대장, 대포, 해피, 해마
25. 적성면 상리 상학
26. 곰취꽃
27. 개망초
28. 거석의 남근석
29. 삼거리 쉼터에서, 오른쪽은 금수산 주등로인 상학주차장 가는 길,
우리는 왼쪽 임도와 농로 따라 곧은터로 간다
30. 땅두릅나무(독활)꽃
31. 두릅나무꽃
산행로(2)
첫댓글 고생하셨네요.
오지산행의 정신이 막 뭍어납니다.
'쪽팔리기는 싫다
차라리 무대보 정신으로
저 곧추선 날등을 날로 삼키리라!'
이건 '해병대 정신'인감요?
버들 님의 저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아직은 여름의 끄트머리라 제법 덥더군요~ 없는길 맹그러 다니시느라 모두들 고생했습니다...
저도 한참 더울때 가서 깨구락지 됐던 기억이 납니다. 금수산은 항상 조망이 좋지요. 그날 학강산 갈려다 포기했네요...더운날 고생 많으셨습니다.
27번 개망초, 많이도 피었네요,
29번 절묘하게 타이밍을 잘 잡으셨네요, 모든분들의 표정과 시선이 제각각....
오지산행이 힘들다는 생각 보다 참 좋다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네요. 같이 호흡했던 팀원들 같이 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산에서 벌은 너무 무서운 생물이란 것을 최근 매주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