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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중령의 부인(35) 등 유족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헌화와 분향을 하자 참석자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려 영결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 소령의 아들(4)은 아빠의 영정 사진을 향해 ‘필승’이란 구호를 외치며 거수경례를 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소령의 동기생인 이재경 대위는 “이 소령이 비행 훈련에 나서면서 외친 ‘파이팅’ 한마디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흐느꼈다.
이날 영결식은 개식사, 경례와 약력 보고, 조사, 추모사,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조총 및 묵념 등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김성일 공군참모총장 등 군 관계자와 유가족, 동료 조종사, 장병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11전투비행단 장병과 군무원 등 5000여 명은 영결식장에서 부대 정문까지 4km 거리에 도열해 불꽃처럼 살다가 짧은 삶을 마감한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들의 유해는 이날 오후 6시경 대전 국립묘지 장교묘역에 안장됐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 추락원인 논란 가열
7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서 야간비행 훈련 중 추락한 F-15K의 사고 원인에 대해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과 기체 결함, 정비 부문의 실수 등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추락 원인 규명의 핵심 단서인 비행기록 저장장치(블랙박스)가 회수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공군에 따르면 사고기에 타고 있던 고(故) 김성대 중령은 추락 직전 차분한 음성으로 “임무 중지”라는 교신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들에 따르면 ‘임무 중지’는 통상 전투기 조종사가 한 차례 훈련을 끝내고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나 훈련 도중 이상이 발생할 경우 동료 조종사와 지상관제소에 보내는 용어다.
공군 측은 김 중령이 차분한 목소리로 교신한 점으로 미뤄 조종사가 밤바다와 하늘을 순간 혼동하는 비행착각에 빠져 다음 훈련을 위해 선회하는 과정에서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에 다소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인 두 조종사가 한꺼번에 비행착각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아 의문이 제기된다.
기체 결함의 경우 크게 엔진 결함과 조종계통 결함을 상정할 수 있다. 조종계통의 이상으로 기체가 급격히 선회할 경우 엄청난 중력가속도로 인해 조종사가 순간 의식을 잃고 조종불능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와 함께 F-15K의 방대한 정비 매뉴얼의 한글 번역본이 없는 상황에서 정비 실수의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군은 사고 원인이 어떻게 결론 나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기체 결함으로 결론 나면 제작사로부터 사고기 보상은 받겠지만 올해 14대를 포함해 2008년까지 36대의 F-15K를 도입하는 차세대전투기(FX) 사업에 치명타를 입게 되고 앞으로 공군력 증강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
또 추락 원인 규명의 핵심 단서인 블랙박스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종사의 비행착각으로 결론 날 경우 유족들의 반발은 물론 조사 결과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F-15K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의 스티븐 윙클러 F-15K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가 9일 오후 추락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윙클러 씨는 공항에서 “우리 (보잉사) 조사팀이 대구 기지에 파견돼 있다”며 “F-15K의 전신 모델인 F-15E는 미 공군 역사상 가장 안전한 전투기”라고 강조했다. 윙클러 씨는 10일부터 공군 사고조사위원회에 합류해 수거된 기체 잔해 분석 등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에 참여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아빠 영전에 바치는 경례 굳게 다문 입술이 애처롭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 ‘필승’을 외치며 아빠의 영전에 경례를 하는 아이의 모습에 주변 조문객들은 가슴이 미어진다. 아이의 가슴 한구석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 줄 수 있을까. 9일 대구 공군 제11전투비행단 강당에서 열린 김성대 중령과 이재욱 소령의 영결식장에서 이 소령의 네 살 난 아들이 마지막 길을 떠나는 아빠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대구=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