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손달호님 작품)
새벽 산책을 시작한지가 며칠 되었다.
6시에 시작되는 산책(작은 산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두어시간 남짓...
(지리산종주?를 위한 준비작업이다.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부지런히 챙겨서 집을 나서는순간,,
매미의 울음소리가 오늘도 덥겠구나 하는생각과 함께 첫걸음을 떼어 본다.
숲속엘 들어가면
소나무 숲 아래에는 종류를 알수 없는 잡목과 풀들로 한여름에 푸르름을 느끼게 한다.
숲 사이로 이어지는 소로(小路)는 나무 사이에 잠기어 있는 안개처럼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여름이라 그런지 그리 깊은 숲이 아님에도 하늘이 보이질 않는다,
비 온 후에 젖은 나무 색깔은 검은색... 그리고 온통 초록이다.
나무 사이사이에 안개가 걸어다니는 것처럼 젖은 안개가 이동하는 풍경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신선한 풍경이기도 하다.
숲속에 안개가 나무 사이로 부는 살바람에 천천히 움직인다.
살아있는 숲을 보는것 같다. 누군가의 손길이 없어도 자연은 그렇게 어우러져 존재한다.
앞서가던 강아지는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나와의 거리를 확인해 가며 기다리다 가다를
반복하며 올라간다,
출발지점에서 30분정도가 항상 고비인것 같다.
그것은 워밍업 시간처럼 들숨과 날숨을 몸으로 느끼게 하기때문이다.
산등성이를 향한 걸음걸음에서 걷는다는 것은 사는 것과 같아서
어쩐지 한걸음 한걸음이 시간과 공유해야만 되는 절대 절명의 시간들처럼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언덕도 넘고,, 평지도 가고, 나무계단도 오르고,, 바위틈도 비집고,,
산 등성이에 오르면 등성이에 서서 이쪽 저쪽을 둘러본다.
한쪽에는 수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는 문학경기장이 눈에 들어오고
다른 한쪽 능선 아래에는 작은 도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파트들의 행렬이 줄을 서 있다.
바다쪽에서 올라오는 해무에 싸인 숲길은 오늘같이 흐리거나 비가 온 뒤에는 맛이 참 좋다.
비가 온 탓일까 오늘은 산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잠시 바위에 앉아서 물을 마시면서 바닷쪽을 바라본다,
이미 바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산 아래의 풍경은 아파트와 건물들로
내가 느끼고 체감하는 바다의 해무는 아니라고 강변하는것 같다.
맑은날에는 연수동 뒤쪽에 송도 신도시의 위치를 가름하게 하는데 오늘은 온통 회색이다.
움직이며 산으로 향하는 비안개의 움직임만 선명하다.
숲에 들어서면 특유의 향기가 난다.
둘러보면 어김없이 꽃이 몇송이 눈에 띈다,
아니 꽃이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익숙한 향기는 아닌데 향기가 유독 그윽하게 느껴지는 장소엘 오면
두리번거리며 향기의 근원을 찾는다.
보랏빛으로 소로 위가 덮여있다 .칡꽃의 낙화들이다.
그제 밤새 내리던 비바람과 천둥과 번개가 치던 날에 놀라서 떨어져 기절한것 같다.
형태는 흩뜨러졌어도 은은한 향기로 존재를 알리고 있다.
은빛 광택이 도는 칡덩굴의 새싹이 온통 물을 머금고 있다.
청미래덩굴과 함께 익숙하게 만나는 풀들이다.
드문드문 나리꽃이 온통 붉은 꽃잎을 뒤로 제끼고는 수술에 달린 물방울로 밤새 빗물과
바람과 씨름을 했을 고달픈 모습으로 꼿꼿하게 혹은 비스듬히 다른 나무에 몸을 기대고
서 있다. 나리 꽃 얼굴에 앉은 죽은깨들,,, 그래 더 정겨운 꽃인지도 모른다.
산책길에서 만난 빗방울이 얼굴에 닿을즈음에 더이상 아래 풍경은 오간데 없다,
안개로 덮혀서 숲과 나무 줄기와 잎,,, 그리고 산책로만이 보인다.
비가 내린다, 가던길을 멈추고 하산을 한다.
온 몸이 비로 젖었으나 하산길의 발걸음은 가볍다,
안개에 묻힌 산 등성이와 小路를 마음에 담고 내려 왔기 때문일게다.
한걸음 한걸음 떼어가며 머릿속에 흐르는 생각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지나치는 순간은
나를 잊게 한다.
그러나....
집 부근에 도착하는 순간,,,
빨리가서 밥상차려야 하겠구나,,,,하는 생각에 꿈에서 깨는것 같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
꼭 두어시간 만에 되돌아 온다.
첫댓글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이제서야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 함인데 안개속을 헤치며 아침 이슬을 맞고 오셨네요 상쾌한 하루 되세요
부지런도 해라~~
"참 잘 했어요" 도장 꽉 찍어 줘야지.ㅎㅎㅎ 직업은 속이지 못해염! ㅎㅎㅎ
글을 읽어 내리다가 마우스를 몇번씩이나 오르락거리며, 그림을 다시 확인햇답니다.나도 뒤따르고픈 마음에 ...
돌아다 본 길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파아란님 귀한 아침 시간이시겠어요 잔잔한 글에 제 마음도 편안해져 왔어요..
도데체 잠은 언제 자누? 어제도 1시 반까지 창에 더 있더구먼.. 아침 산책하고 또 서둘러 풍경에 와서 도자기 가르치고 하여튼 부지런하기도 하네요.
연수동이란 말에 눈이 뻔쩍 트임니다. 정말 철없는 새댁 시절을 남촌동에서 보냈거던요..남편 직업따라 지금은 김해에 있지만 내 행복이 거기에 있었음에 그리워 하는 곳입니다. 거기서 아이둘 키우면서 만났던 좋은 인연들이 있기에 더 가고 싶은 곳입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싶은 곳입니다.반갑습니다...
깔려진 음악이 상큼한 여름의새벽을 더욱아름답게하네요? 모든님들~영원히늙지않고 이대로 예쁘게 머물렀으면......
잔잔 하면서도 상쾌한 아침산책을 따라 했네요. 너무 이쁜 파아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