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하나님을 의뢰하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다
by 조정의
2010년 미국에서 마스터스 신학대학원 봄 연회 강사로 초청된 제리 브릿지즈를 만났다. 네비게이토 직원으로 은퇴를 바라보던 브릿지즈는 지혜롭고 온유한 할아버지처럼 차분하게 그러나 심장에 큰 울림을 줄 정도로 분명하게 하나님을 끝까지 의뢰하고 신실하게 그분을 따를 것을 권면했다. 제리 브릿지즈의 대표작 <Trusting God>은 1988년 처음 출간된 이후로 현재까지 5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많이 팔렸다고 무조건 좋은 책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고난과 역경 중에서 하나님을 믿고 의뢰하기를 배워야 했던 수많은 독자에게 그들이 통과해야 할 더디고 힘든 과정 가운데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유용한 자원으로 사용됐다. 국내엔 2007년 네비게이토에서 <하나님을 의뢰함>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2020년에 몇 가지 표현과 글자 크기 등이 수정된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 부제는 “even when life hurts”인데, “심지어 삶이 고통스러울 때도 (하나님을 의뢰하라)”라고 번역할 수 있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신뢰”와 “의뢰” 모두 “굳게 믿고 의지함”으로 완전히 같은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열네 살 때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주체하지 못할 슬픔과 당혹감보다 더 큰 어려움으로 부딪힌 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의뢰해야 하는가?’에 답을 찾는 일이었다고 한다. 고난과 역경 가운데 하나님을 의뢰하는 법을 간절히 얻기 원했던 저자는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공부하는 데 투자했고, 결국 자신과 같이 삶의 문제와 씨름하고 고통을 감내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결과물을 얻었다.
저자가 밝힌 이 책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선하심을 인정함으로써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
-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삶을 주관하시며, 그들을 사랑하시며,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사실을 성경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하나님의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12p).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시 50:15)
모세는 우리 인생의 자랑이 “수고와 슬픔뿐”이라고 노래했다(시 90:10). 그만큼 환난은 우리에게 이상하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모든 사람은 각각 자기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질병이나 경제적 이유로, 결혼 생활이나 자녀 문제로, 꿈과 소망이 끊어지거나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는 등 셀 수 없이 많은 요인으로 우리는 수고하고 또 슬픔을 당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올 때도 있고 오랜 세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문제도 있다. 자기 짐도 버거운 데, 짐을 같이 져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과 절망은 나에게도 얹힌 부담이 된다. 매일 신문이나 TV에서 보는 세상은 슬픔과 애통이 가득하다. 전쟁, 지진, 살인, 사건. 조용한 날이 없다.
대단한 사건이나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인생은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우리를 실망시키고 짜증 나게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출근길에 예고 없이 공사하는 바람에 회사에 늦는 일처럼 작은 상황부터 정기검진 결과 몸에서 암이 발견되는 것 같은 크고 심각한 상황까지, 우리는 결국 “하나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하나님은 정말 전능하신가? 절대주권을 가지고 계신가?” 크고 작은 고난 중에 우리는 두 가지 시험을 한다. 하나님에 관한 믿음과 나 자신에 관한 믿음을 각각 시험하게 된다.
- 하나님은 고난 가운데서도 믿고 의뢰할 수 있는 분인가?
- 나는 하나님을 믿고 의뢰할 것인가?
우리는 평범한 상황에서 말씀에 순종하기 힘들 때라도 그 말씀이 옳고 우리의 복을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또 믿을 수 있다. 그런데 힘든 환경 가운데 들어가면, 하나님에 관한 불신이 시작된다. 아무리 그 말씀이 옳고 선하신 하나님의 뜻을 우리 삶에 이루실 것이라 여겨진다고 해도 너무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가운데, 얼마나 오래 또 얼마나 많이 참고 견뎌야 할지 알 수 없기 떄문에,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순종의 발걸음을 내딛기가 힘든 것이다. 환난에 압도된 사람은 그래서 순종하기 힘들다. 순종할 의지나 능력을 거의 찾기 힘들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는 것, 그분을 의뢰하는 것도 순종의 영역이다. 단지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 깊숙이 들어가 보면 하나님을 불신하는 것이고, 그분의 절대주권을 불인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부정하고 그분의 사랑과 영광스러운 성품을 의심하는 것이다.
저자 브릿지즈는 환난 중에 환경에 압도되지 말고 말씀을 목도하라고 권면한다. 구원의 믿음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음에서 오듯, 환난 중에 하나님을 의뢰하는 믿음은 말씀을 들음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는 환난 중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말씀의 진리로 다음을 꼽았다(21p):
- 하나님은 절대주권을 가지고 계신다
- 하나님은 지혜가 무궁하시다
- 하나님은 사랑이 완전하시다
하나님께서는 완전한 사랑 가운데서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원하시며, 지혜가 무궁하시므로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아시며, 절대주권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 우리에게 일어나게 하실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21p).
성경 곳곳에 저자가 꼽은 세 가지 진리를 입증할 구절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가장 그 진리를 절정으로 비춘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이 확증됐다(롬 5:8). 십자가에서 하나님께서 구원을 이루신 완벽한 지혜가 선포되었다(고전 2:8). 그리고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실현됐다. 하나님은 창세 전에 계획하신 뜻대로 아들을 통하여 영광 받으시고 택하신 자를 구원하여 우리에게 최고의 선을 이루어내셨다(요 19:10-11). 가장 불합리하고 고통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십자가에서도 세 가지 진리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면, 일상과 어려운 순간에 우리가 겪는 슬픔 속에도 우리는 그 진리를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을 아는 것과 믿고 실천하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훈련이 필요하다. 하나님을 의뢰하는 것은 이론 교육이 아니라 그래서 실전이다.
하나님을 아는 자, 그분과 영생의 사귐을 누리는 자는 고통과 슬픔이 모두 사라지는 그날, 하나님을 만나게 될 그날까지 실전을 경험할 것이다. 보이는 현실과 그 속에서 내가 갖는 생각과 감정이 아니라 성경을 통하여 더 크게 외치고 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보고 붙드는 훈련을 우리는 계속해서 해야 한다. 어떤 것은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고 슬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특별한 단계에 오를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더 하나님을 신뢰하고 더 하나님을 깊이 알면서 그분의 절대주권 아래 안식을 누리고 회개하며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복이다. 하나님은 그 과정을 통하여 우리에게 자신을 나타내시고 또 모든 영광을 얻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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