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에 중앙선 (용산-팔당) 구간 운행 전동차가 편성당 10량에서 편성당 8량으로 조절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1인승무 시행과 함께, 남게 된 2량씩의 차량을 재편성하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중앙선 증편차량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 운영중인 중앙선 뿐 아니라 앞으로 개통될 예정인 경의선, 경춘선, 분당선 등의 대부분 신설 광역철도노선에서도 8량짜리 전동차의 운행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기존 광역전철과 서울1~4호선의 존재감이 워낙에 커서 그럴 뿐. 전동차를 8량 편성하는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착수된 철도노선들에서의 어떤 트렌드로 자리잡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예로서 서울5~7호선, 인천1호선 등이 8량으로 건설 운행되고 있으며, 공항철도도 8량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10량편성에서 8량편성으로의 변화 배경에는 차량 기술의 발전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1) 강력한 출력을 가진 전동기(모터)의 출현
기존의 직류방식 전동기는 대당 100~120kW 수준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VVVF인버터에 의해 제어되는 교류방식 전동기는 동일한 크기에 200~250kW 수준으로서 기종방식에 의해 두 배 가까운 강력한 출력을 갖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 차량에 비해 적은 수의 전동기를 갖고서도 기존 차량보다 월등한 성능을 내는 신형차량이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직류전동기를 적용한 기존의 차량은 6량을 기준시 4M2T로서 적정한 구동차와 부수차의 비율이 2:1 수준입니다. 그러나 량당 2배의 출력을 갖는 신형차량은 2M2T, 4M4T 등으로 편성되는 등 구동차와 부수차의 비율 1:1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10량으로 증결운행하고 있는 철도공사 구형 전동차의 경우 M:T비가 1.5:1로 적정수준에 비해 조금 낮은 6M4T의 구조로 움직이고 있긴 있지만, 차량의 성능은 상당히 희생되었습니다.)
(2) 운전 보조 시스템을 통한 고밀도 운행 가능
최신의 노선과 전동차는 높은 수준의 운전 보조시스템을 통해 전자동화된 운행까지 가능하게 되었으며, 열차 간 거리. 즉 배차시격을 단축해 고밀도 운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예전에는 10량편성 전동차를 시간당 4회 운행할 수 있었다면, 최신의 차량은 8량 전동차를 시간당 5회 운행 또는 4량 전동차를 시간당 10회 운행한다고 하는 보다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승객 입장에서는 같은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자주 빨리빨리 운행되는 쪽을 더욱 편리하게 느끼게 되겠지요. 대용량 편성열차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3) 또한, 구형10량편성, 신형10량편성, 신형8량편성시의 편성특성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① 구형10량편성
구형 차량은 6M4T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자세한 편성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Tc - ( M - M' ) - T - ( M - M' ) - T - ( M - M' ) - Tc
즉 ( M - M' ) 으로 묶인 온전한 구동유니트 3개 유닛이 묶여 사이사이에 부수차가 끼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② 신형10량편성
신형 차량은 적정한 M:T 비율이 1:1이므로 5M5T로 편성됩니다. 자세한 편성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Tc - ( M - M' ) - T - ( T1 - M' ) - T - ( M - M' ) - Tc
깔끔하게(?) 떨어졌던 구형10량편성의 편성도와 달리 조금 지저분한(?)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구동유니트은 여전시 3유닛입니다만 가운데의 두번째 유닛이 ( M - M' ) 이 아닌 ( T1 - M' ) 으로 대체되어 있는 것입니다. T1차량은 M차량과 동일한 장비를 싣고 있지만 모터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으로 그냥 일반 T차량과는 조금 내용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구분합니다)
③ 신형8량편성
신형 차량은 적정한 M:T 비율이 1:1이므로 4M4T로 편성됩니다. 자세한 편성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Tc - ( M - M' ) - T - T - ( M - M' ) - Tc
편성도를 보면 다시금 구형 10량편성일때와 마찬가지로 지저분한 요소 없이 깔끔하게 좌우 대칭으로 떨어집니다. 게다가 단지 2량을 줄인 것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동 유니트가 2개로 줄어들 수 있는 부분도 주목할 만한 대상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두가지 특성은 제작원가와 유지보수비 절감에 있어 중요한 측면을 차지합니다.
KTX의 경우 1~10호차와 11~20호차가 완벽히 동일하며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수준은 1~10호차만 분리하여 절반으로 잘라 운행해도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할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각 절반을 '반편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우편화물TGV인 'La-Poste'는 1.5개 편성. 그러니까 3개의 반편성을 도입하여 2개를 붙여 운행하고 1개를 돌아가며 검수하는 형태로 해서 검수에 의한 운휴 없이 상시운영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반편성 개념은 구형의 서울1호선에서도 적용된 바가 있습니다. 1974년에 최초로 도입되었던 구형 전동차는 6량 1편성으로서 Tc - ( M - M' ) - ( M - M' ) - Tc 순으로 연결되었는데 좌우가 대칭인 반편성입니다. 때문에 철도청이 전동차를 절반인 3량만 주문한다던가 (1976년 대우중공업에), 서울지하철공사에서는 편성번호를 붙일 때 각 반편성마다 고유의 번호를 붙여주었던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편성구조를 좌우대칭의 반편성으로 함으로서 얻는 이득은, 재편성이 용이하므로 La-Poste나 부산역 KTX 충돌사고 사례에서처럼 검수로 인해 운휴하는 차량 수를 쉽게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있겠으며 제작/검수에 필요한 도면과 매뉴얼을 간편화할 수 있어 도입/유지보수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입니다.
유닛이 2개로 줄면서 검수요소의 절대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는 팬터그래프만 보아도 1개 편성당 하나꼴로 줄어듭니다) 'T1' 이라는 애매모호한 차종이 필요없게 된 것. 즉 차량종류가 줄어든 것도 중요합니다. T1을 별도로 만들고 관리하기 위한 도면, 부품 등을 구할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는 것보다 소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쪽이 원가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즉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술발전에 따라 VVVF제어의 대용량 유도전동기를 채택하고 있는 최신의 전동차에서는 10량구조에 비해 8량구조가 좀 더 우수한 특성을 지닐 수 있게 됩니다. 극히 일부에서이긴 하지만 우리 동네에는 2량을 줄인 전동차가 운행한다고 해서 '자격지심' 같은 것을 갖고 계신 분들도 아주 없진 않은 것 같은데... 그간 10량 전동차만을 운영해왔던 철도공사가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런 중/경의 문제보다는 이러한 기술적 특성에 더 큰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첫댓글 틀린부분을 지적하자면 T1에 실린 장비는 Tc부분에 실려있는 배터리박스,SIV,공기압축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Tc와 M' 두세트만으로도 움직일 수는 있기 때문에 간이형태의 T1-M'을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10량 편성 체제에서도 좀 더 효율적인 유니트구성을 하고자 한다면 하부기기의 소형화를 도모하여 T1을 없애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물론 지금 차량체계의 기준이 아니라 이것은 차기 직교류형 10량편성 차량 도입의 경우입니다. 만약 직류형이라면 MTr이나 필터리액터같은 커다란 교류기기가 불필요 해지니 SIV,공기압축기,배터리등을 M'-M에 나눠서 탑재해 버리면 그만이고요)
다만 T1-M'유닛이 꼭 지저분 하다고 말할수는 없죠... 이번 중앙선 8량화 사업으로 T1-M'유닛이 분리되면서 T1에 간단한(?) 선두차 개조만으로도 편성편입이 가능하게 되었으니깐요...(2호선 멜코쵸퍼차마냥 M1~4까지 다양한 유닛을 짜맞춘다고 엄청난 개조비를 투입하는 상황에 비하면 양반인겁니다)
다만 저항차량의 경우 SIV를 M1차량에 설치한 사례도 보면 굳이 SIV나배터리 박스를 Tc나 T1차량에 분산한 것은 공전.활주방지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쓴 듯한 모습도 보이기도 하구요.
글쎄요... 그게 점착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만...
분명한 것은 10량이 8량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남는 2량 만큼의 수리비가 줄어들게 되고 현재의 대칭편성의 최고 장점은 분할.병합운행에도 용이하다는 것이지요. 광명역에 신안산선등의 개통으로 광명셔틀이 중단된다고 해도 4+4로 묶어 다른노선으로 내보낼수도 있으니까요.
VVVF 4량 편성은 Tc-M'-M'-Tc라 한눈에 봐도 대칭편성인데, 6량 편성(Tc-M'-M-T-M'-Tc)은 어떻습니까? 비대칭편성으로 봐야 하나요?
님께서 말씀하신 6량편성의 MT비율을 보면 대칭편성으로 봐도 무방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