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차관 “그린벨트 보상 빨라”
하남교산 토지주 반발로 6년째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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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모습. 2024.8.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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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8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해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면 5∼6년 뒤, 이르면 2029년부터 주택 분양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 보호종 및 문화재 발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정부가 공급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낙관적인 계획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린벨트는 지장물이 적고 보상이 빠르다”며 “앞으로 5, 6년 후면 일반분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르면 2029년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린벨트를 통한 공급이 당장 공급난 우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진 차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입주까지) 8∼10년가량 걸린다”고 밝혔다. 분양부터 입주까지 통상 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대책 발표 다음 날인 9일엔 분양 시기를 기준으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정부는 11월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발표한다.
후보지 발표 이후 분양과 동시에 진행되는 착공까지는 △지구 지정 △토지 조성 △택지 조성 등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토지 보상에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이 신규 택지를 조성할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토지를 수용하기 때문에 소유주와 극심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하남교산은 2018년 12월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토지 보상 과정에서 토지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6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하지 못했다.
그린벨트에는 일반 택지보다 주택, 상가 등 건물이 적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자연취락지구’가 있어 보상 갈등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현행법상 강제 수용이 가능하지만 토지주가 팔지 않고 버티면 공공이 강제로 철거하긴 어렵다 보니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 및 문화재 이슈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남교산, 과천지구 등 3기 신도시 여러 곳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 서식이 확인돼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느라 공사가 지연됐다.
정부가 2020년 7월 발표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공공개발사업은 주민 반대와 세계문화유산 이슈 등으로 사실상 사업이 무산된 상황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강남 보금자리 주택은 일반 택지보다 공급 속도가 빨랐다”며 “결국 어떤 지역을 해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남 보금자리 주택은 2008년 9월 공급 계획을 발표해 2011년 1월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적 가치가 적고 토지 소유자가 적어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