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주보 제1886호 주님 부활 대축일 특집호(2020.4.12.) 그리스도와 함께. 영화 가짜 뉴스 위에서 평화의 조건을 말하는 ‘신문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출입을 삼가는 동안, 한국 배우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일본 영화 ‘신문기자’를 주문형 비디오로 보았습니다. 일본인들의 가족주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정서를 단편적으로나마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거짓을 꾸미는 정부 기관과 석연찮은 정부 사업의 진실을 좇는 기자 요시오카의 공간을 은근한 어둠과 희미한 빛으로 대비시킨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정부 요인들은 나쁜 정책에 반대하는 관료들을 매장하려 언론을 조종하고, 목숨을 건 제보자와 진실을 보도하려는 기자들이 협력해서 작성한 기사를 가짜 뉴스로 매도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실의 단서를 남기려는 중년 공무원 칸자키, 조직의 명령과 양심 사이에 선 청년 공무원 스기하라가 요시오카와 함께 부각됩니다. 세 사람은 정부 조직의 잘못을 혼자 떠맡거나 은폐하도록 강요당합니다. 그 강요는 가족의 안위에 대한 위협, 곧 작은 사회 공동체인 세 가정에 대한 위협을 동반합니다. 이 압력을 가장 무겁게 느끼는 인물은 칸자키와 요시오카 사이에서 진실을 증언해야 할 주역이자, 딸의 탄생으로 가정의 소중함과 무게가 남달라진 스기하라입니다.
칸자키가 증언하려 했고 요시오카가 찾아낸 사업의 본질은 평화에 대한 위협이었습니다. 평화를 흔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나쁜 정치의 압력이 개인들의 일상 속 평화를 먼저 파괴한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좋은 정치는 평화에 봉사합니다.”(2019년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라는 명제를 떠올렸습니다. 가정의 안락을 보장하는 침묵과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 진실의 증언.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화면을 뒤덮은 어둠을 물리치고 눈부시게 밝아 온 아침 햇살 아래서 그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