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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주보 제1886호 주님 부활 대축일 특집호(2020.4.12.) 지팡이 마당 “나는 너희의 빵과 물에 강복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 요즈음입니다. 가족과 함께 외식하고, 친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주말에 나들이했던 나날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병에 대한 불안이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생계, 학업, 인간관계까지 삶의 많은 영역이 불안해졌습니다. ‘몸의 병’이 이제 ‘마음의 병’까지 불러일으키려 합니다. 물론 이럴 때 ‘정상적인 불안감’은 필요합니다. 그 덕에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방역 실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불안이 과도해지는 것 또한 관리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소화불량과 근육통 같은 신체증상, 불면이나 무기력과 우울’ 같은 정신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로 인해 면역력까지 저하되면 오히려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코로나19 관련 뉴스와 정보를 탐색하는 것은 불안만 키우는 꼴이 됩니다. 부정확하거나 과도한 정보는 지양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필수적인 정보만 잘 이해하고 실천해도 충분합니다. 또한 이런 때일수록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수용(acceptance)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대신 그 속에서 좀 더 심리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사회적인 교류와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도 전화, 메일, SNS를 통해 가족이나 동료들과 진심 어린 위로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활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한 중에도 가능한 다양한 취미와 활동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적당하게 햇볕을 쬐고 봄을 맞는 것도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가치 있고 이타적인 일을 행하면 나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면역력도 증진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불안이 지나치면 불신과 분노로 바뀝니다. 불신을 가지고 이웃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에 대한 혐오는 오히려 그들을 숨게 하여 방역에도 방해가 됩니다. 본래, 병에 걸린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돕는 이들의 헌신에 감사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모습이었음을 기억합시다. 아직 연구 중이지만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것은 점차 확실해질 것이고, 해결책이 제시될 것입니다. 결국 주님께서 이 병에서 우리를 구하실 것입니다. 다만 이 병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잃게 되고, 사회가 신뢰와 연대감을 잃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주님이 함께하심을 믿고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글 | 하종은 테오도시오 (카프성모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