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양계업자들에겐 살맛이 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AI 때문에 매일 수백만 마리씩의 닭을 살처분하고 있고, 그저께 뉴스에서는 또 전라도 쪽에서 양계업을 하고 있는 한 분이 음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YKA 등산 다녀오는 길에 군위군 우보에서 양계업을 하고 있는 대구흥사단 임성영 회장님의 외삼촌댁을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쪽은 아직 AI같은 파동이 한 번도 오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이 댁은 지방도에서 약 2km 정도 시골 산 쪽으로 더 들어가 있었는데 농로를 따라 가는 길가에서 나이 드신 농부들이 밭을 갈고 있는 모습과 비닐을 깔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동네 골목길을 접어든 후 양계장 앞 50m쯤 앞으로 다가가자 벌써부터 닭똥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당에 주차를 하고 창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코를 막고 인상을 찡그리고 말았다.
정말 지독한 냄새였다.
아마 우리 모두가 도시에서만 장기간 생활한 탓이리라.
거기 계시는 외삼촌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기가 바쁘게 우리를 경계라도 하는 듯 개짓는 소리가 온 마을과 들과 산을 울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먼저 개 얘기부터 하게 되었다.
눈에 먼저 들어온, 마당 가득이 들어서 있는 개 사육장 때문이었다.
"여기 개가 왜 이렇게 많아요?"
"아, 여기서 계란을 다 낳고 나면 폐계들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 때 그 닭들을 삶아서 전부 이 개한테 사료로 주기 때문에 그걸 먹이려고 키우는 겁니다."
“아, 그럼, 여기 닭들은 계란을 다 낳고 나면 개한테 좋은 일을 하게 되네요?"
"그런 셈이지. 그 개들은 다시 보신탕이나 개소주로 만들어지고......"
"아이고......"
임성영 회장님이 주인 대신에 하시는 보신탕 어쩌고 하는 대답에 그만 겁이 나서 다음 화젯거리로 넘기고 말았다.
"닭 사육장 좀 보여 주세요."
"예, 이쪽으로 가 봅시다."
주인은 앞장서고 우리는 코를 쥐고 뒤를 따라갔다.
4단으로 된 닭장이 길게 건물 안에 늘어서 설치되어 있었다.
"와, 정말 닭이 많네요? 총 얼마나 됩니까?"
"약 만2천 마리 정도 됩니다."
"그렇게나 많습니까?"
"한 줄에 3천 마리 정도 있으니까요."
"막사 하나에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하군요? 그런데 닭은 작은 집 하나에 몇 마리나 들어 있습니까?"
"좁은 공간 하나에 두 마리씩 살고 있습니다."
"공간측면에서 정말 비좁은 곳에서 살고 있군요?"
"......"
우리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하자 주인은 뭐라고 대답하기 곤란한지 그만 어색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런데 먹이는 어떻게 줘요? 사람이 일일이 시간 맞추어서 줍니까?"
"아이고, 사람이 어떻게 다 줍니까? 전부 자동화 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기계가 알아서 먹이를 뿌려 줍니다."
"참, 잘 되어 있네요? 그럼 닭들이 낳은 계란은 어떻게 수거합니까? 이것은 사람이 손으로 수거합니까?"
"아뇨, 그것도 자동화 되어 있습니다. 지금 보면 알이 일부 나와 있지요? 기계가 다 수거하게 되어 있는데 조금 전에 바로 수거한 뒤라서 지금은 알이 몇 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 이런 것도 전부 자동화 되어 있군요?"
닭장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들여다보고 질문하느라 냄새에 그만 취해버려서 정신이 얼얼하게 되었다.
거기서 더 이상 궁금한 것을 묻다가는 쓰러질 것 같기도 해서 모두들 서둘러 나오고 말았다.
"수거한 계란은 어디 있는지 한 번 가 봅시다."
"네, 따라 오세요. 창고에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창고로 우르르 몰려갔다.
계란을 담은 판은 날짜별로 스티커가 붙어서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까 닭장에서 자동으로 수거된 계란은 이곳 창고에서 다시 크기별로 자동적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야! 정말 계란이 많네요? 하루에 몇 개 정도 나옵니까?"
"네, 90% 정도가 알을 놓는다고 보면 하루에 최대 만 개가 넘어가겠죠?"
"아, 그럼, 이 닭들이 매일 알을 낳은 거예요?"
"대부분은 매일 낳죠. 안 그런 닭들도 있지만요."
"그럼, 병아리를 사서 이렇게 키우는 겁니까?"
"예, 한 마리에 천3백 원 정도 주고 병아리 때부터 사서 키웁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계란을 낳는데요?"
"보통은 160일 정도 되어야 되는데 빠른 것은 150일 정도면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장닭이 없어도 그렇다는 거죠?"
"물론이죠. 여기 계란은 전부 무정란입니다. 암탉들은 시간이 지나면 주조건 알을 낳게 되는데 장닭이 없으니 여기는 모두 무정란이라고 보면 되죠."
"그래서 언제까지 알을 낳습니까?"
"약 13개월 정도까지 알을 낳습니다."
"그럼, 가격은 어떻게 되는데요?"
"지금은 AI 파동 때문에 닭 값이 안정되어 있는데 이 파동이 끝나고 나면 살처분한 닭이 많아서 아마 가격이 많이 오를 겁니다."
"전부 어디로 파는데요?"
"네, 우리는 대구시내에 있는 식당으로 바로 공급합니다. 그래서 우리하고 거래하는 식당들은 모두가 싱싱한 상태로 계란을 받고 있지요."
"그럼, 대형 할인 매장은요?"
"아, 거기는요. 일반적으로 생산된 지 20여 일이 지난 것들입니다. 아마 집에서 삶아 먹으면 비릿한 냄새가 나기도 할 텐데요. 시간이 오래 지나서 그렇습니다."
"그럼, 여기서는 언제 팔러 나가는데요?"
"1주일에 두 번 가져 나갑니다."
닭장보다는 냄새가 덜 했지만 그래도 닭똥 냄새가 계속 났으므로 우리는 갹출한 회비로 계란 두 판씩을 사 들고는 빨리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몰라요."
"허허허, 며칠만 살면 전혀 걱정 없습니다. 바로 적응하고 마니까요."
"그리고 그 닭똥들은 요즘 아주 고품질의 유기질 비료로 팔려 나가니까 옛날하고 많이 달다졌다고도 할 수 있지요."
성급히 차를 몰아 나오면서 우리는 그 닭똥에 대해 논평을 해대고 있었다.
AI 파동이나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2008년 4월 20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저는 집에 오자마자 삶은 계란 만들어 먹었는데 정말 맛이 끝네 주던데요. ...하하하
계란이 얼마나 크고 실한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아요. 히히.
사진 넣어니까 훨씬 읽기 좋아요~ 계란 킬러님께서 계란공장 가셨으니 디기 좋았겠어요? ㅎㅎ
옛날 산에 오실 적에 일부러 계란찜 해 오셨죠? 그때 눈물겹도록 감동적이었습니다. 계란 좀 나눠 드릴깝쇼? 히히.
안가도 가본듯이`` 글도 잘 쓰셨네요...도착장소(신세계 웨딩앞)에 때마침 지나가다 나도 한판 얻어서 오늘 아침에도 계란탕을 해 먹었읍니다..임회장님 고마와요.....
정말 우연히도 도킹 잘 하신 겁니다. 큰 것 드리면 너무 무거울까봐 일부러 작은 것 드렸습니다. 히히.
계란 두 판이 그리 무거울 줄이야...오늘도 계란 요리 해야겠어요. 휘리릭~
현장학습한 기분이 나네요. 그런데 좁은 닭장 안에서 매일 알만 낳아야하는 닭들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아이고! 스트레스 쌓여있는 그닭들이 낳은 달걀을 먹고 사는 우리는 아이고! 닭들은 밤낮없이 알만 낳는다 합니다. 여름에는 더위에 , 밤에는 불빛에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