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등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버블(Bubble·거품)’ 논란이 뜨겁다.
주요 예측기관과 세계적인 석학들이 자산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글로벌 증시는 연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7일 본사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경우 투기적 자금 집중으로 버블 우려가 존재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버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원자재값은 수요가 그만큼 뒷받침돼 거품 붕괴 수준의 폭락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자산 붕괴…우려 수준 아니다”
자산 거품 붕괴에 대해선 대부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금융긴축 기조가 전개되고 있지만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경제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원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자산 버블이 존재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이 축소될 경우 자산 가격 상승세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거품 붕괴나 가격 폭락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거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소수 의견을 내놨다. 저금리 기조로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가속화돼 일부 부동산이 급등한 상태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는 것.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김홍곤 상무는 “국내 일부 부동산은 30% 이상 버블이 존재해 점진적인 가격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버블 우려속 주식 저평가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구 소득과 비교한 주택가격 수준이 지난 90년대 초 주택가격 급락 직전 수준에 이미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집값이 꼭짓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강남 11개구의 아파트값은 이자율 임대소득 세금 등을 고려해 산출한 적정가격에 비해 13.7% 높았다. 이는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1억3700만원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의미다.
서강대 경제학부 김경환 교수는 “펀더멘털(시장 기본가치) 추정이 불가능해 거품 판단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그렇지만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전국도시 가구소득 전체 평균이 40.6% 오른 반면 강남 아파트값은 111% 이상 올라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 조사결과 주택가격의 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서울이 7.7배에 달했다.
이는 뉴욕(2.8배), 도쿄(5.6배)에 비해 최고 2배 이상 높다는 뜻으로 집값 거품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주식시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미국(다우3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09배 수준이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2.94배 수준이다. 이에 비해 16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11.3배 수준으로 홍콩(13.16배), 대만(15.0배), 중국(14.4배)에 비해서도 낮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이자수익률(할인율) 연 5%를 기준으로 아파트 수익률은 연 2%, 건물(상가) 3%, 주식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보유세 증가와 수익가치 기준으로 보면 아파트값은 거품 붕괴 우려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대수익률은 주식-상가-채권-아파트순
그렇다면 주요 상품별 기대수익률(연 금리 5% 기준)은 얼마나 될까.
투자자 K씨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 4차 34평형 아파트(매매가 10억원·전세가 2억5000만원)를 샀다고 치자.
K씨가 이 아파트를 전세로 놓을 경우 K씨는 2억5000만원의 전세금을 가지고 연 1250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릴 수 있다.
이를 투자금액 10억원으로 나누면 연간 1.25%의 수익에 불과하다. 집값 상승률과 보유세는 배제한 것이다.
주식의 경우 현재 코스피지수 PER가 11배인 점을 감안하면 11%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PER의 역수(이익/주가)를 수익률로 본 것이다. 실제로 시총 상위 종목 중 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12.2%나 올랐고 한국전력도 9.1%나 상승했다. 이밖에 채권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전일 기준 4.80% 수준이다.
상가의 경우 서울지역 중심상가 1층을 기준으로 임대수익률은 연 6.5∼8% 수준이다. 10억원을 투자하면 연 6500만∼8000만원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상가는 위치와 층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며 “수도권 외곽과 지방 도심으로 가면 1층 기준 수익률이 연 5∼6% 선인 곳도 많다”고 말했다. 결국 시세차익에만 의존하는 아파트 투자가 다른 자산보다 기대수익률이 가장 낮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