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증가로 광선각화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광선각화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수는 2011년 대비 2012년도에 약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인구의 증가, 야외 활동에 대한 관심 등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향후 국내 광선각화증 유병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질환을 방치하면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광선각화증을 경험한 60% 이상이 피부암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조기 예방 및 치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인식이 높지 않다. 광선각화증 위험성을 알아보고 어떤 치료법이 있는지 살펴봤다.
광선각화증이란
광선각화증(일광각화증)은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된 피부 부위에 발생하는 각화성 병변으로 표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피부암 전단계 질환 중 하나다. 지속적인 자외선(태양광선)의 노출이 주된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임상적으로 적갈색 또는 흑갈색의 인설이 있는 반점 또는 구진의 소견을 보이며 촉진 시 병변의 거친 표면을 확인할 수 있다.
▲ 광선각화증의 일반적인 형태
주로 농어업 종사자 등 장기간 야외 노출이 많은 직업군에서 흔히 발생하며 얼굴, 두피, 입술, 귀, 목, 팔, 손등과 같이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부위에 주로 나타난다.
이 중 대부분은 주로 얼굴에 생긴다. 이동윤 교수팀이 2011년 피부과학회지에 발표한 '광선각화증의 임상 및 조직학적 연구'를 보면 국내 광선각화증 환자 부위는 얼굴이 82.3%로 가장 많고, 두피가 12.5%, 손 및 손목이 4.2%, 종아리 1.1%순으로 발생했으며, 얼굴에서는 뺨, 관자놀이, 코, 이마, 안검, 턱 순으로 발생한다.
주로 중년이나 노년층에서 자주 발병해 노인각화증이라고도 불리지만, 태양광선이 강한 일부 지역에서는 젊은 연령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건조한 인설로 까칠…피부표면서 융기하기도
광선각화증은 호발 부위에 따라 단일 병변 혹은 자외선에 노출된 전체 부위에 붉은 갈색을 띠는 다발성 병변 형태로 나타나며,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잠재적 병변이 존재할 수 있어 진단 및 치료에 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상적으로 비교적 특징적인 모양을 하고 있어 대부분 육안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병소의 확진, 피부암으로의 진행여부 등 보다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일단 발병할 경우, 만졌을 때 표면의 건조한 인설로 인해 까칠까칠한 것이 특징이며, 피부 표면과 같이 편평하면서 때로는 수mm 정도 융기하기도 한다. 각질을 제거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호발 부위 내 각기 다른 변형의 단계에 있는 변이된 클론(Clone)에서 추가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 입술에 발생할 때는 광선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아래 입술에 나타나며 각질 형태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광선구순염(Actinic cheilitis)이라고 한다.
광선각화증은 임상적으로 광선노출 부위인 얼굴이나 손등에 주로 호발하며, 1cm 미만의 홍반성 병변으로 잘 떨어지지 않는 인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윤 교수팀은 광선각화증 환자들의 병변 형태 관련 임상 양상으로는 홍반, 갈색, 흑갈색 순으로, 홍반성 병변이 가장 흔하게 발생했으며, 병변의 표면은 인설, 가피, 사마귀양 표면, 미란을 보인 경우 순으로 관찰됐다고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발표했다. 또 병소가 한 개만 발생하는 단일성 병변(46.9%)보다 여러 개가 동시에 생기는 다발성 병변(53.1%)이 더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선각화증은 흔히 습진과 혼동해 오랫동안 잘못된 치료를 진행 하는 경우가 많지만 습진과 달리 잘 낫지 않고 그 증상이 오래가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통증 등 자각증상은 매우 희박하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가벼운 자극감이나 가려움증 혹은 소량의 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편평세포암으로 발전할 가능성 높아
문제는 광선각화증이 피부의 편평세포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개 피부암의 초기단계, 혹은 전구단계의 질병으로 간주된다. 최근에는 단순히 암전구증이라는 개념보다 '편평세포암과 연속된 선상에 있는 질환'이라는 주장들이 제기될 정도로,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2009년 Dermatol Venereol에 따르면, 광선각화증 환자 182명을 조사한 결과 편평세포암 환자의 약 60%가 광선각화증에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9년 Prognosis of Actinic Keratoses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편평세포암의 72~82%가 광선각화증과 관련이 있다.
이병규 교수팀은 2001년 대한피부과학회지에 일광노출부위에 발생한 편평세포암의 경우 광선각화증과의 동반 비율이 97.2%라고 보고했다. 이 교수팀은 또 국내 편평세포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광선각화증이 동반돼 나타난 비율이 무려 88%에 달한다고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한나 교수팀은 2001년 피부암전구증환자 237명을 살펴본 결과 광선각화증이 전체 피부암전구증의 74.6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었다.
편평세포암이란
광선각화증과의 강한 연관성을 지닌 편평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 SCC)은 표피의 각질형성세포에서 유래한 악성종양으로, 주로 일광노출 부위인 얼굴 상부, 손등, 팔, 아랫입술, 귓바퀴 등에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발생빈도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평균 수명의 증가에 따른 고령화, 여가생활 증가에 따른 자외선 노출 증가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일광노출과 연관성이 높지만 흉터 부위나 화상 부위,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이나 방사선 노출 또는 발암물질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피부암 중 두 번째로 흔하며, 조기에 진단되면 95%의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치되거나 치료하지 않을 경우 주변조직으로 퍼지며 치명적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병변의 지름이 2cm보다 큰 경우, 입술이나 귀에 위치한 경우, 재발하거나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경우, 자외선이 조사된 부위나 오래된 궤양 상처에서 생긴 경우, 그리고 화상 흉터에서 발생한 경우 전이나 재발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환자가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 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 전이 및 재발 위험이 높을 수 있어, 보다 확실한 치료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단일병변엔 직접적 치료법 충분하지만 잠재적 병변까지 잡으려면 '필드 치료'를
▲ 광선각화증 치료법
광선각화증의 치료법은 크게 눈에 보이는 단일 병변을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병변의 직접적 치료법'(Lesion directed therapy)과 병변 주변의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 및 다발성 병변을 함께 치료할 수 있는 '필드 치료(Field therapy)'로 구분된다.
진단 시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단일 병변의 경우 '병변의 직접적 치료법'으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는 다발성 병변 및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의 치료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다발성 병변이 관찰될 경우, 광 손상을 입은 피부 주변의 병변과 잠재적인 병변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필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필드 치료
현재 접근가능한 필드 치료에는 국소 치료 요법(Topical therapy)과 광역동요법(Photodynamic therapy)이 있다. 이 중 필드 치료는 인게놀메뷰테이트(ingenol mebutate)와 이미퀴모드(imiquimod)가 유일한 약제다.
▲ 짧은 치료 기간이 장점인 피카토, 인게놀 성분이다
인게놀메뷰테이트는 가장 최근 나온 치료제로 환자가 직접 바르는 연고형태로 기존 약제와 같지만, 1일 1회씩 2~3일 동안만 바르면 치료가 끝나는 장점이 있다. 기존 약물들의 경우 치료 기간이 1~4개월로 길어 환자들의 불편함을 초래, 순응도가 떨어졌던 것과 구별된다.
이미퀴모드 또한 바르는 연고형태지만 4주 동안 주 3회 장기간 발라야 한다. 약 8시간 동안 피부에 머무르게 할 수 있도록 수면시간 전에 바르는 것이 좋으며, 치료 부위를 덮기 위해 충분한 양을 도포해야 한다. 4주간의 휴약기 후 병변의 제거를 평가하고 계속 남아 있다면 다시 4주 동안 치료를 반복한다.
광역동요법(photodynamic therapy; PDT)은 표적세포에 비교적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광과민제(5-ALA)와 600~120mm 파장의 광선을 이용해 세포 내 유리 산소의 생성을 유도해 표적세포를 파괴시키는 일종의 광화학요법이다. 광역동요법은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선택적으로 병변을 파괴할 수 있고, 반복치료가 가능하며 다른 치료법과의 병합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직접적 치료법
직접적 치료에는 냉동요법(Cryotherapy), 레이저(Laser therapy), 소파술(Ablative techniques), 전자기파 피부 재생 치료(Electromagnetic skin resurfacing), 화학적 박피(Chemical peel) 등이 있다.
냉동요법은 액체질소를 사용해 병소를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치료 후 즉각적으로 작고 붉은 물집이 생기며, 냉각된 조직은 이후 회복되는데 회복과정에서 정상조직이 생겨난다. 비교적 시술이 간편하고 빠르며, 의사와 환자 모두 즉각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부 환자들에게 물집, 색소침착, 통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레이저는 이산화탄소를 이용, 손상된 피부를 태우고 새로운 피부를 생기도록 하는 방식이다. 냉동요법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시술이 어려우며 전용 치료장비가 필요하다. 비교적 고가이며, 냉동요법과 마찬가지로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소파술은 비교적 작은 면적의 병변 부위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큐렛(작고 둥글게 깊이 파인 모양의 기구) 등을 이용해 피부를 벗겨내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층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피부가 너무 얇은 경우 피부의 신경 또는 혈관에 상처가 발생할 수 있다. 전자기파 피부 재생 치료는 전자기파를 사용해 손상된 피부를 제거하는 방식이나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외과적 절제 및 생검은 병소가 피부암과 구별되기 어려운 경우 주로 사용된다.
화학적 박피 치료법은 피부에 자극적인 화학물질을 가하는 방법이다. 피부의 회복과정의 일부로서 손상된 피부에 물집이 생기면서 탈락되고 나면 정상피부로 대체된다. 이 방법은 자극된 피부가 심하게 충혈된다.
복합적 치료
병변의 직접적 치료법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단일 병변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의 치료가 불가능 함에 따라 재발률이 높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 치료법으로서, 냉동요법과 같은 병변의 직접적 치료와 필드 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복합적 치료법은 치료방법 간 상호보완작용을 통해 높은 치료 효과와 높은 환자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다. 복합적 치료(Combination therapy)는 1차적으로 병변의 직접적 치료법을 통해 두껍게 각질화된 병변을 제거한 후 2차적으로 잠재적 병변에의 적용을 위한 필드 치료를 진행하며, 이를 통해 재발률의 최소화와 함께 미용적 측면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 미국 베텐코트 스킨센터 원장이자 네바다주립대학교 임상 조교수인 미리암 베텐코트(Miriam Bettencourt) 박사는 광선각화증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기치료 중요…예방 차원 필드치료가 답 "
미리암 베텐코트 미국 베텐코트 스킨센터 원장
미국 베텐코트 스킨센터 원장이자 네바다주립대학교 임상 조교수인 미리암 베텐코트(Miriam Bettencourt) 박사는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광선각화증은 피부암과 연관성이 높은 질환으로,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잠재적 병변과 함께 다발성 병변의 존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병변이 발견되면 그 주변에 또 다른 병변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광선각화증은 피부암 전단계라는 점에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학계에서도 광선각화증은 전암성 병변이라는 주장과 악성 종양시작단계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암 가능성이 높다"면서 "암이 진행되면 치료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는 반드시 주변 병변까지 치료할 수 있는 필드 치료법이 권고된다고 강조했다. 미리암 박사는 "미국피부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병변 직접치료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필드치료를 권고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짧은 기간 내 치료가 가능한 약제가 나왔기 때문에 필드 치료가 어렵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는 "광선각화증은 햇빛을 많이 받는 농업, 어업등 고령환자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들어 야외활동인구가 늘면서 일반인들의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각별히 관심을 갖고 이상이 발생하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출처 : 메디칼업저버(http://www.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