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해야지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공부가 잘 안 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 3때 일기를 자주 썼습니다.
일기장에 끼적이고 나면 뭔가 좀 후련한 기분도 들고 좋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출가를 하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원고 의뢰가 하나 둘 들어왔습니다.
이런 주제로 원고를 언제까지 써주세요 하기에 처음에는 한두 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의뢰 받은 대로 주제와 마감날짜를 맞춰서 쓰려고 하자 자연스러운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초기에 몇 번 곤욕을 겪고 난 뒤에는 원고 의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닿는 대로 써놓았던 글만을 달라고 하면 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글을 어떻게 쓰시냐고 묻습니다.
“글을 언제 쓰십니까?”
“어디서 아이디어를 구해 글을 쓰십니까?”
저는 어떤 영감이 떠올랐거나, 어떤 직관적인 느낌이 들었을 때 글을 씁니다.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고 싶지 않은데 써야 되는 이유 때문에 써야겠다는 마음을 놓아버렸습니다.
예전에는 목탁소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때에도 수행한다는 마음으로 짧든 길든 하루에 한 편씩 꼭꼭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글을 한참 안 쓰다가 쓰고 싶을 때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써지는데, 다 쓰고 나서 가만히 되돌아보면 ‘이걸 내가 썼나?’ 아니면 ‘내가 쓴 글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무위로서 나다운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
<법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