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85세의 연세에 돌아가셨으니 ‘그리 나쁘지 않은 죽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련만 아들·딸들(1남 4녀)은 갑작스런 죽음에 울고 또 울었다. 자식들을 비롯한 그 누구와도 농하는 법이 없고 마음은 한없이 따뜻했지만 표현은 서툰 그런 분이었다. 그런 분이 림프종(혈액암의 일종)으로 세상과 이별을 했다. 장인어른이 진해 천자원 납골당에 안치돼 있어 바로 옆자리에 갈 수 없음을 한탄하셨던 장모님은 자신이 숨을 거두게 되면 양지바른 곳에 꼭 같이 묻어줄 것을 당부했다.
필자 또한 장인어른이 납골당에 있는 것을 항상 안타까워했는데, 실내든 실외든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이 좋은 장법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실내에 있는 납골당은 온·습도가 조절이 되어 골분(骨粉·뼛가루)의 변질과 변색에 대한 염려는 없지만, 실외 납골당은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실내든 실외든 납골당에 안치하면 ‘돌아가셨다’는 의미와도 전혀 맞지가 않다. 오늘날 화장(火葬)이 대세이긴 하나 평장은 매장에 속하므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공원묘원 외는 쓸 곳이 거의 없으며, 자연장은 공원묘원뿐만 아니라 사설장지에도 쓸 수 있는 곳이 꽤 많은 편이지만 비용이 만만찮다는 단점이 있다. 그
러다보니 형편이 어렵거나 갑자기 상(喪)을 당하게 되면 공원묘원을 택하게 되는데, 이 또한 실외납골당이나 평장을 할 경우, 좋은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고인(故人)이 자연으로 편히 돌아감과 동시에 유족들의 부담도 줄여줄 수 있는 ‘친환경장법인 자연장’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본다. 자연장의 유형은 ‘잔디장, 수목장, 정원장, 화초장’이 있지만, 잔디장과 수목장을 가장 선호하는 추세이다.
자연장은 대개 30~40년 동안 안치하고, 연장은 안 되며 사용했던 곳은 재정비를 하여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골분이 모두 삭아서 자연으로 돌아갔으므로 그대로 계속 두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산골(散骨·산이나 강, 바다에 뿌림)은 장사(葬事)를 지내고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으며, 매장은 땅이 좁고 법이 까다로우며 인구가 많은 한국에서는 바람직하지 않기에 자연장이 합당한 장법이라 할 수 있다.
장모님이 운명한 다음 날 진해 천자원에서 장인어른의 골분을 가져와 장모님 분향소 한쪽에 모셔두고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화장장을 예약한 후 화장예약확인서를 함안하늘공원에 제출하여 안치할 장소에 가서 현장을 파악했다. 함안군이 함안지방공사에 위탁한 함안하늘공원은 가야읍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7년 3월부터 잔디장과 수목장(수종 : 섬잣나무)을 운영하는 공설장사시설이다.
삼봉산(272.2m)이 주산(뒷산)으로 용맥(龍脈·산줄기)이 힘차게 뻗어 내린 끝 부분에 잔디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접수 순서대로 정해지는 자리지만 운이 좋아서인지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골분은 생기가 가장 응집된 곳에 모실 수가 있었다. 주산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터는 연주패옥형(連珠佩玉形·구슬을 잇고 구슬을 꿰찬 형상)이며 좌청룡(좌 측산)과 우백호(우측 산)가 멋지게 감고 있고, 안산(앞산)은 일자문성사(一字文星砂:一자형)로 부귀가 겸전하는 곳이었다.
자연장지로 진입하는 도로는 곡류형(曲流形)이며 수구(水口·생기가 들고 나는 입구) 또한 좁아서 내부의 생기가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고, 도로변에는 지기(地氣·땅기운)를 강화시키는 ‘필동소류지’가 있었다. 자연장지의 길게 두른 석축에서 발산하는 찬 기운을 막기 위해 키 높은 측백나무를 심어 비보(裨補)도 하였다.하지만 함안하늘공원의 경우, 신청인이 없는데도 미리 광중(무덤구덩이)을 파서 뚜껑으로 덮어두고 있기에 벌레가 들어가거나 빗물이 스며들어갈 수 있으므로 행사 당일 즉시 조성할 것을 권유한다.
또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에는 ‘지면으로부터 30센티미터 이상의 깊이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묻되, 용기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한다’고 했지만 자연장은 광중 폭이 작기 때문에 최소 50센티미터 이상의 깊이로 파기를 바라며, 마사토와 골분을 1:1로 잘 섞어서 묻어야만 골분이 돌처럼 굳거나 색이 시커멓게 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음도 알았으면 한다. 이것이 고인을 자연으로 편안히 돌아가게 하는 최선의 장법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