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기침체에 코로나19재난 겹치며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그 위기의 최대의 희생자는 노동자서민이다. 여기에 자본진영은 경제재난을 기화로 반노동자, 반민중, 반민생 신자유주의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재난의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원인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의 분석글이다. 좀 길지만 참고하길 바란다.
1. 경제위기 원인
2. 경제위기 전망
3. 경총, 노동계, 정부의 대응
4. 진보진영의 역할
1. 경제위기 원인
코로나19 사태는 재난위기를 넘어 경제위기로 전이되었다.
3월 현재 코로나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고 의료 전문가들은 상반기 내내 재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코로나 일별 확진자 추이>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 추이>
이렇게 되면 전염병 문제보다도 왕래와 교역의 중단, 판매와 생산의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경제가 마비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실물경제와 글로벌 공급시스템이 무너지면 이는 무역, 금융, 소비 전반에 다시 충격을 주며, 한번 파괴된 경제시스템이 복구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가뜩이나 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경제는, 작년 수준(경제성장률 2.0%, 수출증가율 –10.3%)보다 더 바닥으로 경제가 추락할 수 있다.
부채로 인한 거품경제, 사회양극화로 인한 수요부족, 사회안전망의 부재 등으로 위협받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국가 경제시스템과 노동정책, 복지정책의 문제이다. 이러한 취약성은 재난으로 인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전염병은 자연재해이지만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취약함으로 고용과 소득, 안전이 무너지는 것은 인재이다.
정부는 한정된 재원의 우선순위를 정책적으로 판단하여 인재를 차단해야 한다. 친기업적 정책으로 노동자 서민의 고용과 생계를 후순위 과제로 설정해서 인재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경제위기 전망
세계적으로 주가와 유가가 30% 이상 폭락하여 관련 산업이 침체되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시장은 공포에 빠져 주식, 채권 등을 팔아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에 원화 가치가 급락하여 달러당 1200원 하던 환율이 1300원에 이르렀다.
가계와 기업의 소득이 줄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소비위축과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고, 특히 가계부채는 부동산거품 붕괴로 전이될 수도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1%나 인하하여 제로금리(0~0.25%)가 되었고, 전 국민에게 124만원의 재난기본수당 제공 등 재정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어 840조원의 양적완화를 제시했으나 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국채와 회사채 인수)했다.
유럽 주요 20개국은 지난주 코로나 관련 4000조원의 부양책을 내 놓았고,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세계경제는 금융위기 이상의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동의 중단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감소하므로 거래와 생산이 축소된다. 이는 매출감소로 기업 구조조정과 도산을 가져오며, 대규모 고용감소는 다시 소비위축과 생산감소로 이어져 악순환하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3월 18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업자가 최대 247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실업자 2200만명). 고용 감소에 따른 근로자들의 소득도 올해 말까지 최소 8600억∼3조4000억 달러(약 1081조∼4274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와 여성, 이주민 취약 계층이 일자리 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더는 글로벌 보건 위기가 아니라 노동 시장과 경제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강조하였다.
한국에서도 호텔, 숙박업소들은 객실 점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졌고 업장을 아예 폐쇄한 경우도 많아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종사자가 8만명인 항공산업은 운항노선이 전년대비 80% 정도 줄었고 편수는 90% 정도 급감하여, 무급휴직과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여행, 공연, 극장, 박물관, 유흥시설, 식품·음식, 유통 등 내수산업과 학습지, 대리운전, 학원 등 대면산업의 매출이 급락하였다.
수요부족과 글로벌 공급망의 타격으로 자동차, 전기전자, 석유화학, 건설, 철강, 조선업 모두 매출이 20% 이상 하락하였고 반도체도 1분기 실적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항공, 호텔 등 매출이 급락한 산업 종사자들은 연차를 소진하거나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는데, 비정규직은 무급휴직도 많고 마스크 지급 등 안전장치도 미흡하다. 더구나 파견, 용역,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소득 감소를 보상할 방법이 없다.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도 매출 감소로 임대료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관광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어 호텔 종사자는 휴업급여를 유급으로 지원받게 되었으나 호텔에서 가장 많은 비중인 룸서비스 노동자들은 파견, 용역 노동자로 관광산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코로나가 집단 발병한 장소도 종교시설을 제외하면 외주화된 콜센터, 고령노인들이 많은 요양시설 등이다.
<국내 대기업 인원 감축 추진>
3. 경총, 노동계, 정부의 대응
1) 경총의 고용·노동시장 관련 입법 요구
경총은 3월 23일 <경제활력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통해, 코로나 경제위기를 틈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노동자 및 취약계층의 복지를 약탈하는 입법안을 제출하였다.
경총의 입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는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들, 중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고통분담에 나서기는커녕,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사회복지와 공공성마저 내던지고, 취약계층의 마지막 보루인 고용, 소득, 안전을 공격하는 것이다.
경총의 무리한 요구는, 향후 확대될 경제위기 국면에서 대기업의 위기를 노동자와 서민에게 전가하고, 고통분담을 회피하기 위한 선제적 포석이다.
경총의 입법 건의 중 주요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업 세금 완화 :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각종 세금 감면 확대 등 세제 개편
2)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 골목상권을 지키고 노동자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폐지
3)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 해고 요건 완화, 탄력시간제 확대, 파견업종 확대, 기간제 2년 사용기간 폐지
4) 최저임금 제한 :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 의무화, 규모별·연령별 구분적용 도입, 최저임금 산정 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만으로 규정(법정유급주휴시간 제거).
5) 사용자 임의로 임금체계 개편 :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이를 위해 노사협의로 취업규칙 변경 허용.
6) 쟁의행위 제한 : 사업장 내 시설을 점거하는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허용 확대
7) 부당노동행위 사업자에 유리하게 변경 :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용자 형사처벌 삭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8) 사회보험료 기업부담 완화 : 보험요율 인하, 육아 및 출산휴가 등을 고용보험이 아닌 일반회계에서 지원
9) 안전에 대한 원청 책임 회피 : 도급인(원청 등)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수급인(하청, 용역)과의 협력·조정 등 역할로 한정
10) 근기법 위반 사용자 형사처벌 폐지 : 근로시간 위반, 파견법 위반, 직장폐쇄 절차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폐지
11) 경영인 처벌 완화 : 경영인의 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기준완화, 경영판단의 원칙 신설하여 특별배임죄 적용 완화
2) 노동계의 요구
대면업무가 많은 서비스산업과 저임금 노동자들이 코로나 국면에서 일차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데 서비스연맹의 대응방안을 보면 다음과 같다.
3) 정부의 대응
정부는 추경 11.7조원을 편성하였고, 이어 비상금융조치로 민생·금융안정패키지로 100조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100조원을 투입하는 비상금융조치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유동화회사보증 등에 대한 금액이 가장 큰 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포함하고 있어,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않다.
다행히 정부는 휴업·휴직수당 등에 4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 조치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모든 업종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의 90%를 정부가 지원하는데, 대상을 30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예산은 종전 1004억에서 5000억(4000억 추가 증액)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제충격에 따라 30만명을 훨씬 넘을 수 있으니 이를 준비해야 하며, 여기에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포함시켜 고용유지지원금 수준의 소득보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1일 7만원 한도에서 소득 감소분에 대한 지원 방식). 현재 특고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 등으로 지원대상을 제한하지 말아야 하며, 위임계약/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원청 사업 단위로 지원대상 인적사항과 소득감소 사실을 파악하는 방법을 기본으로 하되, 지원금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 불안정노동자 등을 포함하여 모든 노동자에게 고용유지지원금이 지원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재원을 5배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
4. 진보진영의 역할
1) 경제위기 처리에서의 교훈
1998년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도산되고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자와 국민들의 희생으로 경제가 복원되었으나, 우량기업들은 외국자본에 넘어갔고, 노동자들이 손실분을 회복하는 데는 5년 정도가 걸렸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로 돈을 퍼부었지만, 이는 금융기관과 자산계급에게 집중되고 서민들까지 전달되지 못했다.
투기적 차입경영으로 부실화된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회생되었으나 반성없이 오류를 되풀이 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비용은 공유하고 이윤은 사유화하여 이득을 챙겼다.
현재의 국면은 전염병으로 시작된 것이나 그 결과는 경제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 간의 경험을 볼 때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 기업, 언론들은 노동자, 서민의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였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방향으로 경제가 재편되었다.
2) 신자유주의 경제의 후과
시장만능과 이윤논리를 교리로 숭배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 개입금지, 민영화, 규제완화, 노동유연화를 주장해 왔다.
그들이 이론은 완전경쟁시장에 기반 하는 데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금융시장이 이와 유사하다. 이는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고,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가능하며, 정보를 비교적 완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금융시장이 붕괴하는 것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는 수습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기간산업 민영화, 공공부문 시장화, 불안정노동의 확대 등이 가속화되었다. 이 결과로 민간위탁, 외주, 용역, 특수고용, 성과임금제 등이 확대되어, 위기에 취약한 고용구조, 임금구조가 구조화되었다.
3) 대안 경제의 모색
코로나 경제위기에서 주요 국가들은 극단적 처방책으로 일부 산업에서 기간산업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전미여객철도공사(암트랙) 직행 고속열차 아셀라가 코로나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자 운행을 일시 중단하였다. 리처드 앤더슨 CEO는 10억 달러(1조2천58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였다.
이탈리아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최대 항공사 알리탈리아(2008년 민영화)를 국영화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는 항공, 은행, 자동차 등 92개 기업에 대한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고, 핵심 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하면 국유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 환자 수용·치료를 위해 병원 등 민간 의료기관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트럼프는 자신이 전시 대통령이라며 민간기업을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할 때 적용하는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을 선언했다. 확진자 수가 2만명이 넘은 뉴욕의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가용가능한 부문을 주의 재산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는 1930년 대공황 때나 있었던 수준이다.
한국도 경제위기 국면에서 신자유주의 경제를 넘어서는 대안경제를 모색해야 한다.
먼저 진정한 민생경제는 노동자·서민의 고용과 생계를 지키는 경제이다.
단기적으로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모든 업종에 고용유지지원금 제공’, ‘재난수당을 현금으로 지급’, ‘3개월간 해고금지’ 등을 실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필요한 재원은 재정정책의 혁신으로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한정된 재원의 재분배 순서이다.
➀ 특고와 불안정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 고용지원금, 자영업자 생계 및 금융지원금 등을 위해 재원이 부족하면, 올해 예산을 재편해서 국방비 50조원 등 절박하지 않은 부분을 줄여야 한다.
② 재정정책으로 세제 개편을 실행하여 법인세, 상속세, 대기업 세금감면, 부동산세 등의 특정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조세는 소득재분배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 부족한 재원은 지불능력이 있고 소득이 높은 부분에서 감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수정, 주요 기간산업 국유화, 조세개혁 등을 실시한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저성장 국면을 경험하였다. 기존 수출주도, 이윤주도 신자유주의 경제로는 경제침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허상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따라서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경제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개혁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주거, 무상돌봄을 제도화해야 한다.
예상 못한 전염병을 예방하고, 국민 모두에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 공공성을 확립해야 한다. 공공병원 확대, 의료인력 확대, 공적 의료보험 시스템 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새 세대를 키워내는 교육, 돌봄을 국가가 무상으로 보장하고 이 분야의 상시고용 노동자를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교육과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에 세금을 높여 모든 주택은 거주 목적으로 존재하게 하며, 정부가 공공상가를 저렴하게 제공하거나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여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
둘째, 항공, 민영화된 철도와 지하철, 통신, 방송, 은행 등을 공기업화 하여 모든 국민에 질 좋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경제위기로 도산 위기에 빠진 주요 기업들을 일시적으로 공기업화 하여 정상화시켜야 한다.
넷째, 한계에 봉착한 수출주도경제를 극복할 수 있는 내수경제, 통일경제를 실행해야 한다.
진보운동진영은 민중 속에 들어가 민중의 위기와 고통에 가장 가슴아파하며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고, 그 관철을 위해 앞장서 투쟁해야 한다. 그리스의 이름도 없던 소수정당 ‘시리자’가 집권까지 간 계기는 유럽연합의 긴축재정 반대투쟁에서 시작되었다.
촛불혁명부터 코로나사태와 경제위기 국면은 진보진영이 민중 앞에 새롭게 나설 수 있는지 여부를 검열받는 기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