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방 21>
남피디: 사랑이 있는 세상을 찾아 날아온 한 마리 새처럼 재잘거리고 싶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사랑이 있는 세상 월요일 나레이션 드라마 라디오 동화,
지난 주 어눌한 외국인 신부님 연기해주셨던 그분이십니다.
조영만신부님 나오셨습니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조신부: 안녕하십니까? 망미성당 조영만신부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길도 없이 또 살아버리고 만 한 주가 아니었음...하는데,
참 마음 먹는대로 잘 안되네요.
지난 주 저의 외국인 신부님 발음이 좀 괜찮았던 모양이지요?
남피디: 신부님 연기보다는 아름다운 그 사연이 더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 같아요.
그래, 신부님. 혹시 찾으신다는 그분, 덕희씨 가족분들에게선 연락이 왔던가요?
조신부: 아니요. 나중에 이 사연 들고 거기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거 뭐지요? TV에서 사람찾아주는 거...
남피디: TV는 사랑을 싣고?
조신부: 예.. 거기...
남피디: 아니예요, 신부님. TV는 사랑을 싣고 나가지 않으셔도
이미 우리들 마음 깊은 곳 감사한 사람의 이름 한 둘을 기억하게 해주셨으니
그 사랑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모처럼 우리 사랑이 있는 세상 게시판에 이런 저런 사연들을 올려주신 분들이 많은데,
신부님. 오늘은 이 사연들을 먼저 소개해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조신부: 그러지요... 사실 저도 게시판에 방송 잘 들었다... 재밌었다... 하는 내용들 있으면,
혼자 방에 앉아 두어번 클릭 합니다. 그리고는 혼자 그래. 앗싸아... 합니다만,
그 내용을 이렇게 방송에서 또 전한다는 게, 왠지 쫌 뻔뻔스럽게 보이기도 해서 잘 안하려고 하는데,
사실 어렵게 게시판에 남겨주신 사연 남겨주신 분들 생각하면...
오늘은 좀더 뻔뻔해지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아마 이분은 월요일 아침 비바람 뚫고 택시를 타고 가시다가 이 방송을 들으셨나봐요.
기사님도 종교가 따로 있으신 분이셨는데, 다른 방송 세상 시끄러움 전하느라 바쁜 통에
그래도 이만한 방송 없다고 우리 평화방송의 단골 애청자...라 하셨습니다.
프리실라 자매님. 기사분이 우리 101.1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주시니
되려 자매님께서 기분이 좋으셨다구요... 저도 기분 좋습니다.
‘이렇게 뒤에서 말없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얼마나 좋은 일일까요...
기분좋은 아침이네요...’ 하셨습니다.
남피디: 이 세바스찬이라는 형제님께서도 사연 남겨 주셨습니다.
모처럼 인사하게 되네요, 안녕하세요, 이 세바스틴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매일 처음부터 끝까지는 아니지만 간간이 방송을 들으면서 평화방송을 알게 된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 방송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아침에 들었던 드라마도...운전하면서 눈물이 찔끔 거릴뻔 했습니다.
참 찐하게 들었는데, 나중에 이 이야기가 신부님 이야기라는 말씀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잘은 모르지만 신부님 어머니께서 찾으시는 그 분...꼭 만나셨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매번 사랑세상을 들으면서 느끼지만, 이 방송. 참 사랑스럽습니다.
평화!!!! 하시고는 느낌표를 네 개, 콱 찍어주셨습니다.
조신부: 세바스찬 형제님 귀하게 들어주신 것도 감사드리지만
이렇게 같은 마음 베풀어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은 서울에 계시는 분이세요.
우리 부산 평화방송이 입소문이 좀 났나봐요.
서울에 계시는 분들께서도 인터넷 통해서 이 방송을 아껴주십니다.
미리 감사 인사부터 드리고 사연소개 합니다.
서울 신림동에 사시는 곽해진 자매님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 어제 ,라디오 동화 들으면서 감동 받았어요...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그로 인해 ... 감동 받고 살아 가는 사람들의 실천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나.....
나의 것을 고집 하지 않고, 나누는 삶의 모습을 되찾아겠음을..... 생각해보는 감동의 아침 입니다.
"사랑이 있는 세상" 사랑합니다... 자매님. 고맙습니다.
남피디: 사연이 좀 많지요?
다음 사연 보내주신 분은, 우리 사랑이 있는 세상의 왕애청자십니다.
범일성당 레지나 자매님이세요.
나레이션 드라마 언제나 벅찬 감동으로 눈물을 훔치게 됩니다.
오늘은 특히나 조신부님의 실화를 담고 있어서 더욱더 짠했답니다.
스튜디오안에서 훌쩍거렸을 신부님의 모습에 애잔하구요..
신부님과 어머님께서 애타게 찾으시는 "신덕희" 라는 분 꼭 찾으시길 저또한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기도드립니다..
아참..오늘 구수하고 정겨운 사투리를 구사해주신 남승혜씨 너무 맛깔스러웠구용^^
2% 부족한 외국신부님의 말투를 연기하신 조신부님~ 재밌었어요~~
그리고 쉽지 않으셨을텐데 찬조출현하신 로사리아 선생님~ 너무 귀여웠어요~~
쉽게 클릭 한번으로 다시듣기엔 너무 귀한 방송입니다..
많은 분들의 고생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신부: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이지요.
남피디: 뭐가요?
조신부: 레지나 자매님. 실은 제가 범일성당에 있을 때, 저의 교리반 예비신자셨거든요.
그런데 지금 성당의 성가대원으로 그리고 이렇게 어엿한 신앙인으로 생활하고 계신 것 뵈면
예...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고맙습니다. 레지나 자매님.
다음 사연은 이거 여엉 쑥쓰러워서... 윤일 요한 형제님이 계셔요.
예전에 우리 방송, 신앙이야기에 이삭의 집도 소개해주시고
또 자녀 교육 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부모의 심정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던 분이시기도 하구요,
현재 성도마성당에서 전례분과장으로 열심히 신앙생활하고 계시는 형제님이십니다.
윤일 요한 형제님께서요,
찬미 예수님! 안녕 하세요? 안나 천사님! (누굴 두고 말씀하시는 거지요?) 언제나 변함없이 밝고 맑은 정감어린 목소리로, 사랑의 메아리를 더 멀리,
더 높이 전하시고자 애쓰심에 찬사를 보내는 마음입니다.
지난, 월요일 방송된 나레이션 드라마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드라마의 주인공이 바로 "조영만 신부님" 자신이라는 사실에
놀라움과 또 한번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섭리는 우리 인간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오묘하시고,
신비 그 자체이시라는 사실을 새삼 마음속 깊이 느껴집니다... 하시고는
예전에 이삭의 집 축복식 때 저와 만나셨던 기억을 떠올려 주셨어요.
그 때 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갔었거든요,
아마 그 모습이 대단히 보기 좋으셨나봐요. 감싸합니다. 윤인요한 형제님.
남피디: 조신부님 오토바이 타고 다니세요?
조신부: 뭐 오토바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끄럽지만 요즘 기름값 너무 올라서
중국집 배달용 스쿠터를 하나 장만했는데... 제가 요즘 스피드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남피디: 조심하세요. 신부님.
조신부: 알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철없을 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세상천지 모르고
가슴 속에 담긴 것 쏟아내느라 저또한 황망히 살아갑니다만은
제가 열어젖힌 가슴, 이리도 따뜻이 들어주시고 또 그것만큼 귀하게
메아리 울려주시는 참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마 사랑이 타고 흐르는 혈관은 바로 우리네 심장과 심장 사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가끔은 무기력하게 보이는 이 스튜디오 이 마이크 앞에서도
한 번더 주먹 불끈 쥐고 여러분 가슴의 주파수와 맞춰보려 애씁니다.
이 방송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께 남피디님,
우리 사랑으로 먹고 살게 해주시는 분들께 인사 하세요. 하나 둘 셋!
남피디, 조신부: 감사합니다.
조신부: 이렇게 인사하고 나니 이제 방송 끝내야 할 것 같으네...
남피디: 무슨 말씀을요... 더 잘하겠다고 인사드린 것 아니었어요.
하여튼 신부님. 틈만 나면 치고 빠지기 하시는데요,
그럴 줄 알고 오늘은 저와 작가 선생님이 아름다운 사연, 아름답게 사는 이야기 하나를 준비했어요.
조신부: 아... 또 빠져나갈 구멍을 잃었습니다. 그럼 오늘 사연은?
남피디: 일전에 왜 서울대 출신의 카이스트 부부가
서울 생활 접고 무작정 시골로 들어가 사는 이야기를 방영한 적이 있었잖아요...
조신부: 그랬어나요...? 저는 그냥 인터넷 신문에서 머릿기사만 스치듯 읽은 것 같아요.
남피디: 오늘은 그 젊은 부부의 사는 이야기를 라디오 동화로 꾸며봤어요.
조신부: 그럼 오늘, 우리 안나 자매님과 또 닭살 연기를 해야 하나요?
남피디: 뭐 잘 하시잖아요.
조신부: 영성생활에 방해가되... 하지만, 우리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들을 위해
기꺼이 이 한 몸 불사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 부부 모드로 들어가볼까요?
남피디: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도시를 벗어나
이제 막 흙냄새를 맡기 시작한 아주 젊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있는 세상, 나레이션 드라마, 라디오 동화, 오늘 이야기, <행복을 찾아서> 입니다.
우리의 행복이 어디쯤에 있어야 할까요... 귀를 쫑긋 세우며 시작합니다.
(BG) 조신부: 가만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말은 항상 멀게만 느껴진다.
까마득한 기억 속 어린 시절 동화책에 나오는 말이 바로 행복이 아니었을까...
그러다가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고 나서는 결혼식 자리에서나 축복의 말로 다시 등장하는 정도?
뭐, 일상에서는 떠올릴 일도 사용할 일도 흔치 않은 단어가 바로 이 행복이라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거실에 틀어놓은 Tv 광고에서는 끊임없이 이 말이 흘러나온다.
이런 물건을 사면.. 이런 옷을 입으면... 또 이런 아파트에서 살면 행복해질 거라고 유혹하지만
나는, 여전히, 지금도 행복이 궁금하다.
남피디: 언제부턴가 물질적인 여유를 누리는 것,
그 하나가 우리 모두의 목표인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되어버렸지요.
어짜피 물질적인 행복이란 한정된 숫자의 사람들에게만 돌아 갈 수 밖에 없는 것인데 말이예요.
자꾸만 행복을 승부와 경쟁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갈수록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 행복에는 왠지, 승자에게는 자랑거리 또 패자에게는 아픔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정말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그런 것이어야 할까요?
조신부: 그래서 우리는 결정했습니다.
익숙하게 길들여진 도시의 삶을 떠나 우리 두 사람, 무주의 산골 마을에서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아보려구요.
서로에게 약속했지요.
우리는 이곳의 풀을 다 뜯으면 다음 장소로 떠나가는 유목민처럼,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거나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 말자고 말입니다.
그 덕분에 도시의 편리함도, 뿌리내린 안정감도 사라져 버렸지만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행복을 찾고 있답니다.
남피디: 뭐 그렇다고 무조건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을 벗 삼는 것이 행복의 비밀이라는 말은 아니예요.
그리고 지금 저희들이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예요.
다만 우리 가까이 있는 행복이라는 녀석과 제법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뜻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세요.
가만히 보니 행복이란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으니까요.
조신부: 돈 이야기, 아파트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지요.
가끔은 “나는 이럴 때 행복해”, “너의 행복은 어떤 모습이니?”
이런 이야기들을 편하게 나눠보는 것, 왜 그 땐 그것을 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왠지 그런 이야기를 차분히 나누면 서로의 마음속을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서로의 행복을 조화롭게 엮어갈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돈을 벌어서 잘 살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다음에는 어떻게 돈을 잘 벌 수 있을까만을 궁리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이제 다시 처음부터 생각합니다.
과연,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말이지요.
(BG 크게)
조신부: 저희 부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박범준이구요, 아내는 장길연입니다.
저희는 2002년 3월 3일 서울 북악산 기슭의 한 전시관 뒤뜰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뭐 서로 남매냐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닮아 보이지만
서로 다른 점도 많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야 할 것들도 많이 있는 아직은 새내기지요...
저나 아내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흥겹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폼 나게 살기 보다는 멋있게 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잘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야기 만드는 것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을 즐긴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즐기는 생활을 통해서 세상과 만나고 싶은 것이 또한 저희 부부의 바람이기도 하죠...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나오고 잘나가는 직장에 다녔지만,
결혼 후에는 두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함께 이루기 위해 풀
쩍 직장 생활과 도시라는 공간을 떠나왔습니다..
대전을 거쳐 무주 산골에 집을 얻어 내려오기 까지
우리에게 떠날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은 바로 덩지와 민이라는
덩치가 제법 큰 두 마리 강아지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처녀시절 약해진 몸을 추스르느라 잠시 머물렀던 암자의 스님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그렇게 맘껏 산길을 뛰어다니는 덩지와 민이의 얼굴에서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표정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그것을 말로는 설명할 길을 없지만 분명 행복이 넘쳐흐르는 모습이었죠...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덩지와 민이를 그동안 너무나 좁은 실내에서 키워왔구나!
또 겨우 옥상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우리 마음을 위안하려 했구나!
덩지와 민이의 밝은 표정이 더할 수 없이 보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미안하고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산책을 다녀와서도 활짝 웃는 덩지와 민이의 얼굴이 한 동안 눈앞에 아른거렸죠.
그리고 마침내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말없이 운전을 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아내에게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조신부: 대전에 내려오면서 마음먹은 대로 시골로 이사 갈까?
남피디: 당장 시골로요? 대전에 계약해놓은 집은 어떻게 하구요?
조신부: 어떻게든 되겠지.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해도 할 수 없고.
법대로 하면 못 받는 거니까..... . 그래도 무슨 수가 생기지 않겠어?
남피디: 음~~ 그래요, 꼭 가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길이 생기겠죠...!
조신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도시를 떠나서 건강해지기는커녕 다치거나 불행해지지는 않을까?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을 드리나?
과연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을 찾을 수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느덧 대전에 들어서고 집 앞에 차가 도착했습니다.
차를 세우고 옆자리에 앉은 아내를 보니 아내는 그저 편안하고 차분한 표정입니다.
그러다가 내가 바라보는 것을 느꼈는지 나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말없이 빙그레 웃어주는 겁니다.
아직 아무런 대책은 없지만 내 마음속 걱정도 사르르 사라져 버렸습니다.
뒷자리의 덩지와 민이는 집에 다 왔는데 왜 내리지 않느냐는 듯 멀뚱 멀뚱 꼬리만 흔들고 있습니다.
녀석들은 자기들이 우리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준 건지 알고나 있는 것일까요..
조신부: 그래, 우리도 한 번 저런 표정으로 살아보는거야~!
남피디: 나무네 집을 처음 만난 2003년의 크리스마도 무척 추운날이었습니다.
주인 부부에게 우리 사정을 설명하고는 집을 빌려 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니,
주인 부부는 그럴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는데 우리가 여기서 살만하겠는냐고 오히려 되묻습니다...
잘 둘러보고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는 것이었죠...
내 눈에는 겨울이라 아무것도 없는 밭인데 집주인은 밭을 둘러보면서
이 밭에는 도라지가 있고, 이 밭에는 또 뭐가있다고 설명을 해줍니다..
그러더니 우리부부를 향해 물어옵니다...
집주인: 거, 그래.... 농사는 얼마나 지을셈이요? 조신부:(눈이 휘둥그레지며) 예? 노.. 농사를 꼭 지어야 하나요? 집주인: 아무래도 논도 있고 밭도 있으니까 사먹는 것보다 조금씩 지어 먹는 게 더 이익일 걸요... 조신부: 아~~ 그런가요? 그럼 조금 해보는 것도..... .
남피디: 주인아저씨를 따라 마당의 비닐하우스며 이것저것을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안에서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깐 상의를 하려고 남편과 밖으로 나왔죠..
조신부: 당신 어때? 남피디: 그냥 느낌은 편하네요.. 조신부: 그럼 이 집에서 살아봅시다. 남피디: 그래요 시골에서 이렇게 집을 얻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남피디: 마침 이사 오고 가는 날짜가 서로 딱 맞아 떨어져서 이삿날을 정하고
계약금은 없었지만 우리는 주민등록번호와 각자의 이름을 서명하여 나눠가졌습니다...
계약서를 챙기고 대전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것저것 더 물어 보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물으니
주인 부부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겁니다... 화장실이 없다는 겁니다...
이 집에 살게 되려고 그랬겠지만 계약서를 들고 대전에 돌아오면서도 그
런 불편함 들이 대수롭지 않게만 느껴졌습니다.
주인 부부도 아이 둘 키우면서 잘 살고 있는 집인데 우리가 못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나무네 집을 얻고 일 년 남짓 살아오면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많이 겪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곳에 발을 붙이고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땅이 도시의 아스팔트이든 산골의 흙 마당이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으로 이곳에 와서 이곳에서 우리의 행복을 지금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럭저럭 추운 겨울을 보내고 3월 말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밭이 바로 감자밭이었어요...
구해놓은 씨감자를 밭에 심는 일은 고작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일이었죠...
그렇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한 달 동안 작물계획을 세우고, 며칠 전부터 퇴비를 뿌리고,
석회비료를 구해다 섞고, 자로 재가면서 이랑과 고랑을 만든 끝이라서 감개무량했습니다..
남피디: 범준씨~~ 여기 와보세요... 이것 보세요.. 줄줄이 얼마나 감자들이 튼실한지 너무 신기해요.. 조신부: 그러네요...정말... 야... 이거 우리 손으로 수확한 감자 얼른 삶아서 맛봅시다.. 남피디: 범준씨, 먹기전에 우리 첫 수확인데 카메라에 좀 담아봐요... 네? 조신부: 그래요 그래요... 당신먼저 찍어줄께요... 자, 김치 하세요... 남피디: 우리 같이 찍어요... 범준씨 바로 옆에 그 카메라 세워두고 얼른 이리 오세요.. 조신부: 야~ 이거 참 재밌어요..감자농사 풍년에다가...
자식같이 보둠고 사진 찍는 기분 누가알까요... 남피디: 참 범준씨도....
조신부: 이사 와서 단둘이 살다보니 둘이 같이 나온 사진이 거의 없었는데
이 날은 땅바닥에 카메라 세워두고는 자동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죠... 그
때 찍은 사지을 보면 쑥스럽기도 하지만...마냥 신났던 그날이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떠오릅니다...
이웃집 누군가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봤다면 얼마나 웃었을까요...
어쨌든 저희 부부는 그런 감자농사의 설렘속에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종류로만 따지면 40여가지의 작물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가끔 산골에 살면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였느냐고 물으면
우리는 날이 너무 추웠을 때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이렇듯 산골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것이 추위인 것은 명백하지만
사실 추울 때 보다 더 힘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부부가 크게 싸웠을 때입니다..
도시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떠올려 보아도 그것 역시 아내와 크게 다퉜을 때인데...
아내뿐 아니라... 가족과 다투고 이웃과 불편해지고
함께 일하는 사람과 문제가 생겼을 때가 가장 힘들고 아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는 아내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장점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당연히 둘 사이에 크고 작은 다툼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아내는 먹고 마신 음료수병을 씻어서 말려 보관하고,
케이크 먹은 상자나 심지어 시리얼을 먹고 남은 종이상자도 오려서 보관했습니다.
음료수 병이나 케이크 상자는 그래도 이해가 되는데
시리얼 상자를 오려서 모아 두는 모습을 보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조신부( 불만스레): 그런 건 좀 버리면 안돼요...? 남피디: (종이를 오리다 놀라서) 아이 깜짝이야... 쓸 수 있는 건데 왜 버려요..? 조신부: 그걸 뭘 어디에 써요... 남피디: 바느질 본을 만들 때 두꺼운 종이가 필요해요... 조신부: 나 참~~ 그런 건 필요할 대 사서 쓰면 안돼요? 남피디:(화가나서) 그냥 쓰면 되는 걸 뭐하러 버리고 다시 사서 써요? 왜 그런 방식을 강요하는거죠?
조신부(이성을 잃고): 그런 것들 때문에 집에 짐이 얼마나 많아요?
내가 그 짐들 정리해 둘 자리를 만드느라 고생은 다 내가하고...
그거 몇 푼 아끼겠다고, 그 공간도 다 돈 아니에요?
그런 거로 몇 백 원 아끼는 사람이 몇 십 만원도 쓸 때는 잘 쓰잖아요...
남피디(따라서 이성을 잃고): 내가 뭘 쓸 데 없이 돈 쓴 적 있어요?
그리고 종이 만들려면 다 나무를 베어야 하는데....
조신부(말을 끊으며) 무슨 그거 아껴서 환경 아끼려는 사람이면 자동차도 타지 말아야지...
조신부: 그런 다툼을 되돌아보면서 발견한 것은 우리가 지구 환경을 위해서 싸운 것도,
돈을 아껴서 잘 살아보자고 싸운 것도, 짐을 수납하는 것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워서 싸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서로 “나에게 익숙한 방식을 따라 달라”고 싸운 것에 불과했지요..
이제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한 방식을
‘자신의 취향’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분명히 인정해야 할 장점이 있고
나의 방식에도 돌아봐야 할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됩니다..
다투는 시간 보다는 대화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피디: 지난 봄 동네에 새 식구가 이사를 왔다고
이장님께서 스쿠터를 몰고 산길을 올라 오셨습니다.
조신부: (전북사투리버전)나 아래 마을 이장이마~...
도시사람들이 이 산골에 살기가 어떠요.....겐찬해요...
남피디: 아 예...이장님... 근데 어쩐 일로 이렇게 올라오셨어요...
여기 마루로 좀 들어 앉으시죠...
조신부: 아따~ 동네에 새 식구가 왔다고 허는디 이거이 먼일이 다여...
근디 자네들 잠은 어서 자는 겨... 마루에 부엌만 있고 방은 ?졌? 그랴..
남피디: 아예 ... 바로 이 평상이 저희 침대죠... 조신부: 허허이 아따마... 자네들 뭣땀시 잠은 부엌에서 자는감...
남피디: 그렇게 처음 인사를 하고 난 후에는 아랫마을을 지나치는 우리 차를 보실 때 마다
꼭 차를 세우시고는 자동차 창문에 팔을 걸치시고 어디에 나가는지, 별일은 없는지 묻곤 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딜 가는지 왜 항상 궁금해 하실까 늘 의아했는데...
나중에야 알고 보니 우리가 차를 타고 가다가 속도를 줄이고
고개를 꾸벅하는 것은 시골마을에서는 인사로 치질 않는다는 것이었죠...
아직도 우리는 한 아파트에 살면서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도 눈인사조차 하지 않는
도시의 인사법과, 마주치면 반드시 차에서 내려 손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시골 인사법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되자 벼농사를 하는 집들은 벼를 베고 탈곡을 하기 시작했죠...
탈곡기에서 벼이삭을 터는 일도 그렇고 쌀자루에 나락을 모아두고 남은 볏짚을
쌓아두는 일이 제법 힘에 부쳤지만 내 쌀이 아닌데도 괜히 신이 났습니다.
부족하나마 한 사람 몫의 일꾼 노릇을했다는 뿌듯함과
벼농사의 맛을 봤다는 기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조신부: 하루 종일 지루한 줄 모르고 잘 붙어 지내지만 여전히 종종 툭탁거리며 말다툼을 합니다.
그래도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돌아보고 조금은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중이기도 하구요...
몸무게를 합쳐 100kg이 채 나가지 않는 두 사람은
둘이 힘을 합쳐야 한 사람 구실을 할 운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눈먼 이가 앉은뱅이를 업고 길을 가는 것처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세상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둘이서 혼자 길을 걸어가다가 서로에게 세상 보는 법과
길 걷는 법을 배워서는, 언젠가 온전한 두 사람으로 손 맞잡고 더 넓은 세상을 함께 걸어가려고 합니다...
(음악)
남피디: 사랑이 있는 세상, 월요일, 나레이션 드라마, 정말로 행복이 뭘까요?
그걸 생각하게 만드는 라디오 동화 행복을 찾아서입니다.
조신부: 동화 도입 부분에 이 주인공이 말하길,
그렇다고 행복하기 위해 모두 시골로 가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행복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고 그런
경쟁과 승부에서 따내야 하는 전리품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참으로 그래야 하지요. 그래야 됩니다. 뭐가 이만큼 되면 행복할꺼야,
돈이 이만큼 모이면, 몇 평짜리 아파트에 들어가면 행복할꺼야... 따지다가는 정말 그렇습니다.
참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행복이란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사시는 것만 해도 분명히 더 행복한 것, 맞습니다.
남피디: 참 젊은 부분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많이 깨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부럽네요...
처음에는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이내 어떻게 돈을 벌어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다음에는 잘 살 수 있을까...는 빠져버리고 어떻게 돈을 잘 벌 수 있을까...만
고민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다시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선뜻 나서기가 결코 쉽지 않잖아요. 그래도 이 젊은 부부가 사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래, 우리의 행복도 그리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기분이 좋네요.
조신부: 오늘 이래저래 너무 길었지요. 사랑이 있는 세상, 월요일 나레이션 드라마 여기서 접습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나간 것처럼, 아마 이 한 주도 그렇게 지나가겠지요.
그 때, 여러분들 마음 속이 텅 비시지 않도록 잘 챙기시고 잘 채우시며 그렇게 사시기 바랍니다.
오늘 감사드리구요, 사연이나 좋은 동화, 아니면 사는 이야기 있으시면
사랑이 있는 세상 게시판에 남겨주세요. 저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남피디: 신부님. 고맙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인사 적당히!) 홈피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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