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메거진 <고대TODAY> 55호(2014.2.4 발행)
‘소통형 리더로 발돋움하기 위한 소통의 마음가짐’
문태성(정외‘82. 정치학박사)
1. 소통(疏通)과 불통(不通)
문득 자식이 부모에게 책임도 못질 걸 날 왜 낳았냐고 따지듯 물어 온다면, 집안에서 동생이 형에게 욕지거리로 덤비면, 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반항하면, 직장에서 부하직원이 직장 상사에게 막무가내로 대들면, 조직 단체에서 나의 불통을 탓하고 소통을 권면 받는다면, 우리는 처한 그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황당한 난제를 무슨 무기로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소통과 불통은 대립되는 양 갈래 측면이다. 그 갈림길의 정점에는 ‘이해(理解, comprehension)’가 자리 잡고 있다. 이해가 되면 소통이고, 안되면 불통이다. 결국 소통은 나와의 관계성에서 이해할 만한가? 아닌가?, 만족인가? 불만족인가? 의 문제이다.
우리는 작금의 화두인 ‘소통’을 너무 쉽게 정의하고, ‘소통부재’를 탓한다.
우리 나라 국민들은 집권 2년차를 맞은 대통령에게도 ‘국민과의 소통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79.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는 ‘경제 살리기’나 ‘대선공약’ 지키기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요구다(CBS-포커스컴퍼니 여론조사, 2014.1.8.).
2. 소통의 의미
사람(人)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선 모습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소통이다. ‘소통(疏通)’은 ‘소통할 소(疏)’+‘통할 통(通)’이다. 소(疏)는 ‘트다. 통하다. 트이다. 막힌 것이 트이다.’의 뜻을 가지고, 소(疏)를 해부하면 = ‘발 소’+‘깃발 류’로서 ‘발로 달려가 깃발을 흔들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通)은 ‘통하다. 꿰뚫다. 두루 미치다. 탈 없이 통하다. 왕래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고, 통(通)을 해부하면 = ‘솟을 용(甬)’+‘갈 착(辶)’으로 ‘솟아난 물이 흘러 내와 강과 바다에 까지 통한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므로 ‘소통’은 문자적 뜻으로는 ‘발로 달려가 깃발을 흔들어 의사소통을 하여, 마치 솟아난 물이 흐르고 흘러 내와 강을 지나 바다에 까지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물의 흐름’은 ’순리(純理)이자 천리(天理)‘를 나타낸다.
영어에서 '소통 = understanding', '소통하다 = come to understand each other'로 'good understanding'을 의미한다. 물론 ‘understanding = under + standing’으로 ‘낮은 곳에 서는 것’이다.
또한, 성경에서도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15)고 하듯, 동화(同化)와 감성 활용은 소통의 핵심 요체이다.
이렇듯 소통은 어울림의 기술이자, 감성을 통한 의사 나누기로, 감성은 이성을 넘어서는 성공 지혜이다.
3. 소통형 리더
소통형 리더는 변혁적 리더십에서 파종된 리더이다.
‘리더십(leadership)’은 ‘상대를 목표에 자발적으로 도달하도록 하게 하는 힘(power)’이고, 그런 능력을 가진 이를 ‘리더(leader)’라고 통칭한다. ‘리더(leader)’는 결코 관리자(manager), 통치자(ruler), 행정가(administrator)가 아니다. 리더(leader)는 리드(lead)하려 하기보다 봉사(serve)해야 한다.
소통이 안 되면 전쟁터에서 지휘가 안 되고, 상업에서 거래가 안 되며, 경기에서 패배는 자명하고, 조직에서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을 이루기 어려움은 무론이다. 직장 상하 간, 스승과 제자 간, 부모와 자식 간, 형제 간, 선후배 간의 신뢰의 파기는 말할 것도 없이, 우애와 화평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소통형 리더들의 사례를 들어보자.
연예인 김제동은 자칭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분파”라며 웃음을 준다. 그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진솔하고 유쾌한 노변정담에서 많이 배웠다고 밝힌다. 김제동을 만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장해제를 당한다고 한다. 새우눈, 함박웃음, 수줍음, 배꼽...그에게는 만나면 반해버리는 마력이 있다.
세종대왕은 수평적 소통형 리더로서 신하들의 말을 잘 듣고, 그 말을 종합하여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관련 분야의 인재를 등용하였다. 철저한 자기희생, 진정성, 솔직함, 경청, 대화, 여론수렴, 신문고 운영, 오랜 숙의와 성찰, 전문성과 현장성, 2인자 리더십 등 마음으로 통하는 심성 리더십으로 나라를 경영하였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마틴 루터 킹과 존 에프 케네디를 섞어 놓은 듯 매력적인 연설가로 일컬어진다. 청자 중심의 화법으로 박수를 이끌어 낼뿐만 아니라, 듣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킨다. 훌륭한 비전, 뛰어난 반복 표현력, 넘치는 카리스마로 청자들에게 불을 붙인다. 그는 청중과 가슴과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교감한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메시지는 반복, 후진 반복 재생, 상징 등의 기법으로 신뢰와 믿음을 더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냈다.
4. 소통의 마음가짐
첫째,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언부중리(言不中理)면 불여불언(不如不言)’이라 하였다. ‘말이 조리에 맞지 아니하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다.’에 이어 또, ‘일언부중(一言不中)이면 천어무용(千語無用)’ 즉, ‘한 말이 맞지 아니하면, 일천 말이 쓸 데 없다.’고 하였듯, 말은 중요하다.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口是傷人斧), 말은 혀를 베는 칼(言是割舌刀)’이라 한 것처럼 지혜롭고 자상한 말은 소통의 성패를 가늠한다.
소통을 위해 대화는 기본이다. 개인 간에는 직·간접 대화, 집단의 물꼬는 예비동작이 필수이다. 예비동작은 연결고리를 위한 ‘미리 대화와 결정’이다.
직접 대화는 서로가 만나 닫혔던 마음 문을 여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보이는 것이며, 마음을 파는 것이다. 관계를 여는 것이다. ‘아무리 오(5)해인 것도 세(3) 번 만 이해하면 이(2)해가 된다.’는 ‘5-3=2법칙’은 귀담아들을 경구이다.
간접 대화는 메시지를 활용한다. 속마음을 내보인 편지가 ‘아버지학교’에서 눈물을 자아내는 괴력을 지닌다. 감동적인 메시지에서 감동이 나온다. 어느 담임선생님의 헌신적인 메시지가 불량 학생들을 되돌아오게 하는 것을 보았다. 좋은 대화는 얼었던 동토도 봄눈 녹이듯 녹일 수 있다.
둘째, 경청의 리더가 필요하다. ‘123 화법’이 있다. 대화에서 ‘한 번 말하고, 두 번 들어 주고, 세 번 맞장구를 쳐라.’이다. 대화를 잘 이끌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잘 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유능한 리더는 말을 잘하기보다 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터놓고 하려 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흉금을 터놓는 대화로 교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기술이다. 말을 잘하는 것은 ‘기술’이고,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예술’이라지 않던가.
셋째, 낮아짐을 아는 균형의 리더가 필요하다. 대화는 주고, 받는 것이다. 특히 ‘갑과 을의 관계’여서는 소통은 더욱 아니다. 고자세의 대화는 저급 대화이다. 낮은 자세로서 상대를 높이는 대화야말로 균형을 찾는 리더이다. 소통 대화에서 균형(balancing)을 이루지 못하면 어그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넷째, 받기보다 주는 것, 베푸는 것이다.
받는 것은 즐겁다. 그러나 주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다. 마차를 타고 가기보다 수레를 끄는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이가 참 리더다. 먼저 베풀고 먼저 주라. 물질이 가는 데 마음도 따라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다섯째,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가 필요하다.
‘학사, 석사, 박사’보다 더 높은 것이 있다 한다. 이른 바 ‘밥사, 술사, 감사, 봉사’이다.
‘차 한 잔보다는 밥 한 끼가 낫고, 밥 보다는 술 한 잔이 낫고, 그 보다는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것이 낫다.’한다. 그 보다 더 형이상학적인 것이 ‘감사’와 ‘봉사’이다. 어떤 일에나 감사할 줄 알고,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은 당연 소통에서도 최고수이다.
5. 소통 도구
소통의 도구는 대화가 기본이고, SNS소셜(메일, 카톡, 밴드, 메시지, 페이스북, 트윗, 요즘, 라인 등)은 선택이다. 편지, 전화도 좋은 수단이다. 특히 극한의 대립 사건인 경우, 중간 매개자를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최상의 필살기로서 다혈질형, 독재자형, 원칙고수형, 비관론자, 허세자, 완벽주의자, 우월주의자, 경쟁자, 반항자, 반대자 등 다양한 유형에 맞는 자신만의 소통 테크닉을 체득하여야 한다.
소통은 현대인의 필수 덕목이요, 소통 능력은 핵무기다. 소통의 달인이 되는 길은 성공에 이르는 첩경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