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가 유죄고, 송강호와 류복희는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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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송강호, 류복희 항소심 선고에 대한 성명서-
2020년 3월 7일은 해군이 구럼비를 발파한 지 8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이 날 송강호와 류복희는 여러 차례 기지 방문 요청을 거절 당하였다. 송강호는 기지 철조망을 잘랐다. 둘은 구럼비 바위로 들어 갔고 수변공원으로 초라하게 남아 있는 구럼비에 앉아 기도 드렸다. 그들은 마을의 기도처요 놀이터였던 경관 1등급의 절대보전지역이었던 구럼비를 애도하고 제주도가 전쟁도 군대도 없는 평화의 섬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해군은 이들이 방공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둘은 정문을 통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후 해군의 고소로 송강호는 2020년 3월 30일 구속 되었다. 송강호와 류복희는 2020년 9월 24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올해 2021년 3월 31일 제주 지방 법원 항소심은 피고측과 검사측의 항소를 각각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송강호의 항소심 최후진술문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법은 왜 존재합니까?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입니까? 아니면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입니까?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군대라는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울타리를 손궤하고 군대 안에 들어간 행위에 대해서 2년 징역형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군대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서 강정마을의 땅과 공유수면을 빼앗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제주 법원도 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인해 강정마을 공동체가 파괴되어 심한 갈등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 불법적인 공사로 인해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사법 처벌을 받았고 62명의 시민들이 투옥되었습니다. 그들은 농부와 어부, 목사, 학생들, 가톨릭 신부와 수사와 같은 무고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이전에 파렴치범이나 잡범으로 처벌받은 기록이 없는 선량한 시민들이었습니다.”
2018년 관함식때 문재인 대통령은 강정마을을 방문한 후 사과문에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한 나라의 수장이 인정한 기지 건설의 불법성에 대해서 단 한사람의 판사도 언급하지 않았다.
73년 만에 4.3 특별법이 통과하여 매일 법원에서는 4.3 희생자들을 위한 재심 재판이 열리고 있다. 억울한 희생자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재판이다. 재판을 지켜보면서 송강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는 희생자들은 있지만 가해자들은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이상합니다. 틀림없이 가해자들이 있었고 법관들은 그들을 도왔습니다. 저는 당시의 법관들이 오늘날의 법관들과 달리 무능했거나 악한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뛰어난 준재들이었고 가족과 지역사회의 자랑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어떻게 이런 가해의 공범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요? 개인의 인권보다 주어진 현실, 국가의 제도를 우선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눈을 감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들이 눈을 부릅뜨고 이 약하고 힘 없는 시민들의 정의를 지키기 위한 용기를 냈었더라면 제주는 이렇게 처참한 비극의 섬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비극은 다시 강정에서 반복되고 있다. 류복희는 최후 진술문에 이렇게 말한다.
“제주에 왔을 때 처음 마을 어르신이 ‘까매기 모르는 식게’ 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제주도 방언으로 제사가 끝난 뒤 까마귀가 먹으러 오기도 전에 몰래 제사를 끝낸다는 뜻이라고 하시면서 어렸을 때 집집마다 귀신도 모르는 제사를 지내셨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혹여나 잘못되어 연좌제로 남은 자식들에게까지 올무가 될까 봐 죽은 자도 마음 놓고 기억할 수도 없었습니다. 평화의 섬에 대한 담론이 이런 역사의 피 흘림에서 출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주 섬 전체가 거대한 항공모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더니 여론조사에서 분명히 반대 의견으로 결론이 난 제 2공항을 계속해서 강행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이제 축구장 152배나 되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를 구좌읍 덕천리에 짓겠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현대전을 경험한 나라입니다. 민족상잔을 겪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습니다. 국방력을 키우는 것에는 수조 원을 들이지만 평화를 위한 노력에는 너무 인색합니다. 무력이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안보를 지킨다는 것은 아마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힘으로 누르는 것을 포기하게 되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상대방의 행동반경을 이해해야 하고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려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있지만, 중국도 미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이제 대한민국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힘이 우리에게 있는데도 게으르게 우리를 강대국의 패권 싸움에 이용당하도록 내어줄 수 없는 일입니다.”
제주의 군사기지화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선의 최전선에 제주를 이용하도록 내어 주는 것이다. 다시 제주를 희생양으로 내어 주어서는 안된다. 4.3은 73년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다시 그러한 역사를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해군기지가 유죄이다!
송강호와 류복희는 무죄다!
해군기지 폐쇄하라!
2021년 4월 5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참조>
[3월 25일] 류복희 항소심 최후 진술문
https://cafe.daum.net/peacekj/49kU/3217
[3월 25일] 송강호 항소심 최후 진술문
https://cafe.daum.net/peacekj/49kU/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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