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예술쟁이토끼들의 문광수 작 하지우 연출의 조선간장 기억을 담그다.
공연명 조선간장 기억을 담그다
공연단체 극단 예술쟁이토끼들
작가 문광수
연출 하지우
공연기간 2018년 3월 20일~4월 1일
공연장소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1관
관람일시 3월 22일 오후 8시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극단 예술쟁이토끼들의 문광수 작, 하지우 연출의 <조선간장 기억을 담그다>를 관극했다.
문광수는 전북 극단 둥지의 대표로 <조선의 변란> <불편한 사람들> <고물섬 표류기> <똥 밟은 날> <조선간장 기억을 담그다>를 발표 공연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하지우는 더 씨어터 대표이자 연출가다. <마술 뮤지컬마법사 코리리> 기획,연출, 제일은행 본점 연말 행사 총 연출, 여수 해양엑스포 사전행사 부분 연출, 40여 편의 공연 연출, 출연, 스텝으로 활동하고, 각종 기업 사내행사 러브 매칭 총 연출을 한 다재다능한 연출가다.
<조선간장 기억을 담그다>는 간장과 관련된 이야기다. 간장의 기원은 중국의 醬(장)으로 본다. 기원전 2세기 중반에 쓰여진 《주례》에 醬(장)이라는 한자가 처음 기록되었는데, 이때 醬(장)은 염장 발효 조미료를 두루 일컫는 말이었다. 고대 중국 황실의 醬(장)은 고기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만들었는데, 이는 현대에 어장을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 민간에 전해지면서 고기 대신 대두를 사용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된장, 간장이 섞인 걸쭉한 콩장을 담가 먹다가, 삼국시대에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기술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4세기에 지어진 고구려의 고분인 안악 3호분 벽화를 보면 우물가에 장을 담근 장독대가 그려져 있으며, 중국의 《삼국지》 〈위서〉 오환선비동이전 고구려 편에 "고구려가 장양(贓釀: 장 담그기, 술 빚기 등의 발효식품 제조)을 잘 한다"는 기록이 있다. 683년 신문왕 3년 2월 봄 《삼국사기》에는 왕이 내물왕 8세손인 일길찬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맞아들일 때 폐백 음식으로 장(醬), 메주(皼, 메주), 해(醢, 젓갈)을 준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사》 〈식화지〉에는 1018년(현종 9년) 거란의 침략 때와 1052년(문종 6년) 기근 때 굶주린 백성에게 간장과 된장을 나누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문헌인 《구황촬요》와 《증보산림경제》에는 각각 조장법(造醬法)항과 장제품조(醬諸品條)에서 장을 잘 담그는 방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으며, 《규합총서》에는 장 제조법뿐만 아니라 장 담그는 날 택일 법, 금기사항, 보관관리법 등도 기록돼 있다. 이를 보면 현재의 장 담그기와 같은 방법이 정착된 것을 알 수 있다. 《훈몽자회》에 ""이라는 표기가 나온다.
장중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게 바로 씨 간장이다. 이러한 장은 특별한 때에 사용하거나 새로 담근 간장에 일정량 첨가하여 대대로 내려오는 장맛을 유지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기에 매우 귀하게 여긴다. 간장을 담그다 보면 간장독 바닥에 씨 간장의 소금 결정이 덩어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을 간장소금이라 한다. 오랜 세월이 만드는 것으로,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쌀 가능성도 있다.
비싼 씨 간장은 2kg에 1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금보다 비싼 씨 간장 가격이 결코 거짓은 아니다.
무대는 정면에 진흙 벽으로 된 한옥이 있다. 문간방, 안방, 건넌방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방문 앞에는 좁은 마루로 연결이 되어있다. 처마 밑에는 발을 늘어뜨리고 거기에 프라이팬이나 바가지 그리고 농기구를 걸어놓고, 상수 쪽 처마 밑에는 전등과 메주덩이를 매달아 놓았다. 집의 외벽에도 소쿠리와 바구니를 걸어놓았다. 좁은 폭의 쪽마루 밑에는 장작을 잘라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게 보인다. 하수 족 집 마당에는 평상이 가로 놓여있고, 상수 쪽 마당에는 장독이 여러 개 놓이고, 장독 앞으로 펌프가 있고, 동이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평상에 앉아 밥을 김에 쌓아 간장을 찍어 먹는 남성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장면이 바뀌면 노부부가 일상이 전개가 된다. 처마 밑에 매달린 전등을 매만지는 남편과 두꺼비 집을 열고 닫는 아내의 주고받는 동작과 대화에서 가부장적 생활의 단면이 소개가 된다. 칠순생신을 맞는 남편과 아내...그리고 조선간장을 평생 담가온 내력이 객석에 전해진다. 장남은 일찍 죽고 며느리가 노부부의 시중을 들며 함께 산다. 아버지의 칠순에 맞춰 작은 아들과 만삭의 딸 그리고 막내아들이 등장을 한다. 작은 아들은 다니던 회사에서 잘린 것으로 설정이 되고, 딸은 만삭이지만 생활고 때문에 애를 쓴다는 것이 소개가 되고, 막내아들은 허랑방탕한 기질과 노름으로 늘 빈털터리 생활을 한다는 것이 알려진다. 마을의 이장이 찾아와 이집 과수가 된 며느리에게 눈독을 들인 듯싶은 행동을 보이고, 이집 그러니까 대대로 간장 담그기를 계속해 온 파평 윤 씨 댁 가문의 씨 간장을 거금을 주고 구매하려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 소개가 된다. 막내아들의 친구가 등장해 이러한 사실을 막내에게 귀 뜸을 해주고 부추기는 모습이 펼쳐진다. 모 간장회사의 대표가 이장과 함께 방문을 하고 3억 원의 구매가격을 제시하며 씨 간장을 넘겨주기를 바란다. 자식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씨 간장을 처분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당사자인 노모에게는 이런 제안이 마치 당나귀 귀에 찬송가를 부르는 격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간장회사 사장과 이장이 헛물만 켰다는 듯이 퇴장을 하면 장면은 깊은 밤으로 전환이 된다. 씨 간장의 엄청난 가격에 놀란 작은 아들과 임산부인 딸은 씨 간장을 지키기 위해 교대로 밤을 지새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갑자기 밤을 밖에서 새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졸린 것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과 교대로 나온 딸이 하품을 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그때 복면을 한 괴한이 나타나 씨 간장 항아리를 들고 가려한다. 그때 가운데 방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나오고, 문간방과 건넌방에서도 작은 아들과 딸이 방밖으로 나와 이 괴한의 모습을 보게 된다. 괴한은 단검을 꺼내들고, 작은 아들은 몽둥이로 괴한에 맞선다. 괴한은 막내아들임이 밝혀진다. 노모와 며느리가 등장을 하고, 노모는 작은 아들 손에 씨 간장 항아리를 안겨준다. 그리고 마음대로 하라며 가족들의 반대를 아랑곳 않고 밖으로 내 보낸다. 가장은 물론 작은 아들과 딸 그리고 며느리까지 허탈한 심정에 빠져 각기 방으로 들어간다.
장면이 바뀌면 큰아들의 기일인지 방문을 열고 큰 아들의 영정을 상위에 세워놓는 노부부의 모습이 애처롭게 여겨진다. 그때 막내아들이 씨 간장 항아리를 들고 되돌아온다. 노름판에서도 씨 간장을 지켰다는 소리와 함께...노모와 가족이 환대를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장면전환이 되면 노모가 마당에서는 새로 간장을 대려서 독에 붓는 작업이 한창이다. 숯을 매단 새끼줄을 독 가장자리에 두르고 헝겊을 씌우고 독 뚜껑을 덮는다. 드디어 아버지의 칠순생신날 생신축하를 하는 아들과 딸, 며느리와 막내가 잔치 상을 들어다 평상위에 놓으면 모두 모여 앉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강제권, 김득수, 김성현, 이성근, 이영민, 이현주, 임인환, 주호수, 권정민, 권준영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과 열연은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을 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 이준석, 조명디자인 김주연, 음악 방영섭, 사진 루현 등 스텝진의 기량과 노력이 어우러져 극단 예술쟁이토끼들의 문광수 작, 하지우 연출의 <조선간장 기억을 담그다>를 작품성 연극성 전통성을 갖춘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3월 22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