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이기주의와 사회갈등
지역 이기주의와 사회 갈등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것을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는 대학의 논술에서 그 출제 빈도가 높을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과거 국가주의나 공동체 정신의 강조에서 전환하여 그 사회에 속한 개인과 지역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대로 이행되고 있는 요즘의 추세를 고려할 때 이 문제는 더욱 중요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글에서는 이 쟁점에 대한 개인과 사회, 지역과 국가의 관계를 살펴보고 그 갈등의 양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 지역 갈등과 사회 갈등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통령도 갈등조정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지역 이기주의와 사회 갈등에 대한 온 사회적 고민이 깊어가는 이때에 이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하며 이 문제를 헤아려 보는 것은 이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고 사려 깊은 성숙한 민주 시민의 자질을 함양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쟁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논술에 대한 대응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지역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것은 자기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다. 보통 ‘님비(NIMBY) 현상’으로 불린다. 쓰레기 매립장, 분뇨 처리장, 하수 종말 처리장, 핵 쓰레기장, 또는 범죄자-마약 중독자 등을 위한 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자기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시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방 정부 기관의 지방 이전 유치 활동이나 태권도 공원의 유치 등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보통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이다.
그런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또는 적극적인 해결의 과정을 통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면 이는 그리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해결되는 사례만큼이나 해결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검토의 방향은 무엇이 왜 문제가 되며 어떠한 방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 것인가 이다. 그 해결 방향의 공정성은 결의한 약속의 실천에 대한 정당성을 담보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부안 사태와 대추리 사태를 들어보자. 두 사건은 모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모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영토 내에 둘 수밖에 없는 시설의 설치를 국가가 주도한 경우이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그 시설이 들어왔을 경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태에 대하여 또는 자신이 땅을 일구고 살았던 곳을 떠날 수 없다는 소박한 꿈을 바탕으로 항의하였다. 국가는 해당 군의 지역 자치 단체장이 의견을 반영하고, 국가적 정책의 시행을 위해 추진한 것인데 시민 단체를 포함한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난항을 겪은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사태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 비난하였다. 그 양 측의 입장을 보면,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러한 행위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자 자기 보호를 위한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입장에서면 국가적인 시책이 표류하여 많은 예산의 낭비와 정책 추진의 어려움을 당하게 되는 것이고 결론적으로는 국가 운영도 원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검토해 볼 것은 국가와 사회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의 문제이다. 국가와 사회의 성립은 그 해당 구성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설이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권한 일부를 국가에 이양한 것은 국가가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대는 모든 구성원들이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부안과 대추리의 주민들은 자신의 권익을 실현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국가와 사회로부터 오히려 권익을 공격당하거나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다수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조금 희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의 논리는 위험하다. 부안이나 대추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구나 그 소수의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소수의 권익을 위협하고 다수의 주장을 강요하는 것은 다원화된 가치가 점점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현대의 다원화된 민주주의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논리이다. 결국 그 소수의 목소리마저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의사결정의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의 사례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경상남도 ○○시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기피 대상이 돼 온 쓰레기 소각장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시는 5,000 평정도 부지에 하루 100톤 처리 규모의 쓰레기 소각장을 건립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후보지를 공개 모집한 결과, 현재가지 8 개 읍, 면, 17개 지역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외환 위기 이후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 돼 지역 숙원 사업 해결이 어려워지고, 시에서 소각 건립에 따르는 파격적인 지역 개발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는 쓰레기 소각장 유치 지역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실시한 뒤 피해 정도에 따라 해당 지역 지역주민들에게 10억 원 상당을 현금 보상하고, 주민들이 소각장 경비원 등으로 채용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또 유치 지역에 도로 개설과 복지 회관 설치 등 지역 개잘 사업비로 해마다 5억 원씩 10년 간 총 50억 원을 지원하며,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하루 42도의 온수를 가정에 무료 공급하는 등 각종 혜택도 부여할 방침이다. ○○시는 자체 평가를 통해 8개 신청 읍․면 가운데 3개소를 선택한 뒤, 전문가 및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입지 선정 위원회를 열어 후보지를 최종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 같은 혐오시설 후보지 공개 모집방식은 이른 바 님비 현상 등으로 혐오시설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사례에서 주목해 보아야 하는 것은 충분한 보상이나 일자리 창출보다도 혐오 시설을 설치하려고 계획한 지방 자치 단체의 정책 추진 과정이다. 즉 설치해야 할 시설의 혐오 정도를 고려하여 충분한 보상의 계획을 가지고 있되,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절차적 정의가 원활한 협의과정의 수행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이익이 상충할 수밖에 없다면 그 이익들의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적 정의의 확립은 매우 요청되는 것이다.
한편 새만금의 사례, 천성산, 사패산의 개발 등 환경 문제가 반영되어 있는 개발과 보존의 사회 문제는 지역이기주의와는 다른 양상의 사회 갈등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핵심 역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들의 공청회 등을 통한 충분한 토의와 의견수렴, 여론 형성을 거쳐 논의가 통해 진행되어, 적어도 그 절차적 정의가 실현된다면 최소한의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정책의 시행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정치적 이해 관계가 정당을 통해 어느 정도는 합법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부 나라에서는 군부의 독재와 탄압으로 군부와 시민 간의 적대감이 표출되는 나라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의 해결은 민주주의 정착과 시민 사회의 형성을 통해 갈등을 제도적 차원에서 흡수할 때에 그 문제의 해소가 가능할 것이다.
경제적 갈등의 양상은 노사 간의 갈등과 빈부 간의 갈등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 가운데서도 IMF를 경험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양극화 현상은 특히 소득의 차이에 의한 사회적 위화감의 확대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동질감과 통함을 깨뜨릴 수 있는 심각한 것으로 사회 복지 시설의 확충과 극빈 계층에 대한 지원을 통해 보완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전체적 부의 확대가 고르게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부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함으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선진 복지국으로 손꼽히는 나라들의 국민들이 우리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면서도 전체 사회의 복지 증진을 위해 동의하고 있는 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부담을 지면서도 국가 사회의 전체적 삶의 질의 향상에 동의하게끔 한 사회의 분위기와 교육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미 FTA를 비롯하여 더욱 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제고를 주장하는 흐름 가운데 경제적 빈곤층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오늘을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 문제는 차후의 현안으로 미룰 수 없는 것이다.
급속한 사회 변동과 새로운 사회 환경의 출현으로 발생하는 세대 갈등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정도로 그 양상이 점점 심각해져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꾸준한 학습과 상호 이해를 위한 사회적 관심의 확대가 꾸준히 요구된다. 여성의 자의식의 성장과 경제적 자립을 위한 노력 등으로 성장한 여성 인식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였고 남녀 평등에 대한 교육의 확대를 이룩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국제 결혼의 확대로 인한 다문화 가정의 증대는 단일 민족 국가의 강한 민족적 정체성을 고수하며 상대적으로 배타성을 가졌던 민족 의식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모두 존엄함을 가진 존재이자 사회의 실질적인 구성원이라는 평등 의식의 제고와 다름에 대한 이해와 그 차이를 존중하려는 자세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혜안일 것이다. 지난 시절 여성의 차이에 대한 차별은 인권 침해를 비롯한 많은 부작용을 낳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일어났던 프랑스의 소요 사태는 다른 문화와 혼혈에 대한 차별이 어떠한 사회 갈등을 초래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고,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려는 태도, 상호 이해와 톨레랑스 정신의 개방적이고 관용하는 정신은 다원화된 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현명한 삶이 자세일 것이다. 다양한 가치가 혼재하여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다름의 인정과 타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가치와 이익을 실현시키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이 상호성의 원리이며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다.
이 ‘지역이기주의와 사회 갈등’의 문제를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더 흥미롭게 검토할 것은 이러한 갈등이 반드시 무익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 이기주의와 갈등은 결국 다원화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과 지역이 자신이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구성원들은 그 해결을 모색하게 되는데 그 모색의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나은 사회의 면모를 도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구성원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문제 발생의 당사자들은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해결책의 도출을 위해 지혜를 모으게 되어 대화와 타협, 협력과 책임의 자세를 습득하게 된다. 이는 분명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 옛말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갈등은 분열만을 낳은 사회악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한층 더 강한 결속력과 풍부한 자양분을 가진 사회적 토양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전문제
다음의 제시문을 바탕으로, 다원화된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민의 자질로 무엇이 요청되는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 (400자 내외)
(가) 시민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역사적 시기마다 중요한 쟁점들이 나타났으며, 이 쟁점의 해결을 둘러싸고 집단 간에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자주 나타났다. 그러한 갈등은 유혈 사태를 불러오는 엄청난 진통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시민 사회의 여러 사회적 쟁점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희소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한 집단과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집단 간의 대립은 기본적으로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또 사회적 쟁점에 대한 여러 집단의 견해 차이는 누가 옳고 누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서로 대립되는 주장에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근거들이 있으며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차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 사회의 발전 과정은 이런 쟁점을 둘러싼 대립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원칙과 제도를 마련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나) 객관성의 결여는, 외국인에 관한 한 악명이 높다. 어떤 날부터 어떤 날까지 자기 민족은 모든 면에서 선량하고 고상했으나 다른 민족은 아주 비열하고 잔인했다고 생각한다. 적의 모든 행동과 자신의 모든 행동을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다. 적의 착한 행동도 각별한 흉악성의 조짐으로 여기고 우리와 세계를 속이려는 것으로 본다. 한편 우리의 나쁜 행동은 우리들의 고상한 목적으로 보아 불가피했다고 정당화한다. 사실상 민족 간의, 또한 개인 간의 관계를 검토해 본다면, 객관성은 예외이고 다소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아도취적 왜곡이 척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기능은 ‘이성’이다. 이성의 배후에 있는 감정적 태도는 겸손한 태도이다. 객관적이라는 것, 곧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겸손한 태도를 갖게 되었을 때, 어린애로서 꿈꾸고 있던 전지전능의 꿈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랑의 기술의 실용이라는 관점에서는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곧 사랑은 자아도취의 상대적 결여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목적에 전 생애를 바쳐야 한다. 나는 이방인(異邦人)들에게 객관적일 수 없는 한, 나의 가족에 대해서도 참으로 객관적일 수 없으며 역(逆)도 진(眞)이라고 믿는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