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당연하고도 당연한 말이다. 환경만큼 중요한 것은 사실상 없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인간이나 간에 그 존재가 처한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요즘 매미의 계절이다. 온 나라에 매미소리가 진동한다. 하지만 도심에서 듣는 매미소리와 전원에서 듣는 소리는 천양지차이다. 도심의 매미소리는 강력한 소음이다. 기차소음과 맞먹는 굉음이다. 하지만 매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도심의 다른 소음이 워낙 강하니 매미라고 조용조용 울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일주일을 살기 위해 7년동안 땅속에서 견디며 그 지리한 세월을 보낸 매미 입장에서는 그래도 후손을 남기고 가야겠다는 그 원초적인 의무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옆에서 들리는 소리보다는 더욱 크게 짝을 불러야 한다. 그래야만 짝이 상대의 소리를 듣고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원의 매미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여름철 그 찌는 더위속에서도 그늘아래 평상에 누워 매미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청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원에서는 매미의 소리를 방해할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미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의 의무행위를 수행하는 것이다.
교육계에는 요즘 안타까운 소리가 많다. 요즘 서울의 어느 부촌에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이래저래 혼란스럽다. 공교육의 실종이니, 학부모가 거센 곳에서 교사들이 버티어 나가기가 정말 힘들다라는 구체적인 제보까지 연일 뉴스화하고 있다. 자식 사랑하고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어디 서울 부촌만이겠는가. 도심에서 떨어진 변두리 지역이나, 지방도시 아니 시골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는 특히 어린 아이들의 교육을 맡아하는 곳이니 이런 저런 힘든 것이 하나둘이겠는가. 하지만 그 학교마다 처한 환경이 존재한다. 이른바 학교마다 처한 환경에 의한 학교 풍토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학부모들이 거센 곳은 그렇지 않았던 학부모들도 덩달아 거세진다. 그래야 자기 자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결코 절대 그러지 않는데도 그런 악습은 계속된다. 부모들이 자식을 학교에 맡기고 논밭으로 나가 힘들게 일하는 농촌지역에서는 그런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그럴 분위기가 조성되지도 않는다. 도심 매미와 전원의 매미의 환경 차이라고 할까.
지금 유럽 프로축구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의 소식으로 뉴스가 가득하다. 특히 어린 선수인 이강인의 행보가 시선을 강하게 끈다. 이강인 선수는 10대초기에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 기라성같은 축구의 스타들이 즐비한 그런 스페인 무대이다. 그런 스타가 되기 위해 10대 이강인은 그 험난한 외국생활을 이겨냈다. 물론 이강인 부모의 각고의 노력 덕분이겠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발렌시아 성인 무대에 최연소 선수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 발렌시아의 풍토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구단의 환경이 어린 선수에게 엄청난 박탈감과 무력감을 심어주었다. 그는 쓸쓸이 벤치에서 울분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방출돼 마르요카라는 몇 수 아래 구단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 구단은 이강인을 사용할 줄 알았다. 비록 스타들은 부족했지만 조금만 재능이 보이면 믿고 기용하는 그런 환경을 가졌다. 이강인을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의 천재성이 다시 발휘된 것이다. 어린 축구재능을 유럽의 스타군단이 그냥 두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맹에서 그를 스카웃했다. 그리고 그는 그 환경에 지금 녹아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스타라는 네이마르 그리고 음바페뿐만 아니라 특출한 재능의 선수가 즐비한 파리 생제르맹 PSG의 환경은 그다지 바람직 하지 않았다. 자신만이 최고라는 독불장군이 가득한 곳이니 팀웍이 발휘될 수 있었겠는가. 감독도 스타선수들에게 휘둘리는 상황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되지 못했다. 그런데 PSG구단은 이제 알았다. 몇몇 독불장군 스타플레이어로는 결코 큰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새로 영입된 선수들을 주축으로 새판을 짜려 하는 것이다. 새로운 엔리케 감독에게 전권을 줘서 팀 분위기 그리고 팀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환경을 새로 만든다는 말이다. 그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바로 이강인일 것이다. 팀보다 더 강하고 유능한 선수가 없다는 것을 이강인 선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귀가 아프게 들었던 선수이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급 선수보다 조금 체력면에서 뒤지지만 그래도 팀을 내세우며 그 팀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그의 각오가 구단뿐 아니라 PSG팬들도 감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같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플레이어들은 어릴 때부터 강한 멘탈을 교육받았다. 손흥민과 이강인선수의 아버지가 강한 교육의 소유자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김민재 선수도 마찬가지다. 어릴때부터 가정에서 받은 그 교육과 학교 축구팀 환경에 익힌 바로 그 상황이 지금 그들을 만들었고 해외 유수한 감독들이 한국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알고 있다. 한국의 축구 교육의 환경을 말이다. 비록 조금 군대적인 냄새도 풍기지만 그래도 축구 자체가 전쟁인 것을 감안하면 그런 환경에서 자란 한국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만들고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탈출시킬 수 있는 그런 정신력을 가졌으니 감독입장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고마운 선수들인 것이다. 그만큼 환경은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부디 한국의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선수들이 부상을 입지 않고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팀을 위해 헌신하는 그런 멋진 선수가 되길 기원한다.
2023년 7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