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의원과 재판부의 '절영지연'?
필명:박형준
고사 하나 인용해보겠습니다. 절영지연(絶纓之宴)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고사입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춘추오패 중 한 사람이었던 초나라 장왕과 관련된 고사입니다.
어느날, 초나라 장왕은 어떤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고, 그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술자리를 열었습니다. 술자리를 열면 대개 2차, 3차는 기본이겠죠.
그러면서 갑자기 촛불이 꺼졌나 보던데, 그 순간 어떤 부하장수가 너무 취해서 정신이 나간 나머지, 감히 왕의 첩을 '성추행'한 것입니다.
뽀뽀를 했다는 설, 끌어안았다는 설, 가슴을 만졌다는 설, 그 '추행'의 정확한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히 나눠져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추행'을 했습니다.
왕의 첩 입장에선 "어떤 건방진 놈이 감히 나를"이라는 생각에, 순발력을 발휘해 그 '건방진 놈'의 갓끈을 뽑았고, 장왕에게 "빨리 불을 켜서 혼구멍을 내주세요"라고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요. 그에 대한 장왕의 그 유명한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렇게 기쁜 날에 군신간의 예의는 무슨. 모두 갓끈 다 뽑고 편히들 마셔."
장왕은 이렇게 망신당할게 분명한, 누군지도 모르는 부하를 구한 것입니다. 그것도 감히 자신의 애첩을 희롱한 부하지만, 어쨌든 '부하사랑 나라사랑'의 마음이 앞섰다는 겁니다. 술자리가 끝난 후, "왜 그놈 안혼냈느냐"는 애첩의 푸념에 장왕은 다시 이렇게 대답합니다.
"원래 왕하고 신하는 술 석잔 이상 안마시는게 예의야. 근데 내가 먼저 술 마시자고 하면서 그 약속까지 깼는걸. 원래 사내놈들은 술취하면 안예뻐보이는 여자가 없거든. 그런데 너처럼 예쁜 애가 눈 앞에 보여봐라. 나같았어도 그랬을거야."
부하도 살리고. 그러면서 삐친 애첩의 기분도 은근슬쩍 살려주고. 즉위 후, 3년간 '방탕한 척'하면서 충신과 간신배를 골라냈던 사례를 만들어낸 심리 조종의 대가라 할만 합니다.
그 이후, 장왕은 다시 전투에 나섰다가 큰 위기에 빠집니다. 그 순간, 미친듯이 말을 몰고 기적같은 용맹을 발휘하며 장왕을 구한 장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잘 모르는 신참이라 "네가 누구냐"고 물었다고 하는군요. 그 장수의 대답은 과연?
"제가 몇년 전 연회에서 전하의 첩을 희롱한 녀석입니다. 그때 저를 구해주셨으니, 제 목숨은 당연히 전하에게 바쳐야죠."
재판부, '최연희 재판'에 '절영지연(絶纓之宴)'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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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힘'이란 어떤 힘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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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희 의원 홈페이지 |
| 고로, 재판부는 '장왕'이며, 추행당한 여기자는 '애첩'이고, 최연희 의원은 '부하장수'라 할만 합니다. '최연희 성추행 사태'에 대한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고의영)의 판단은 한마디로 '절영지연'이었던 겁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잃을 뻔한 최연희 의원에 대해, 벌금 500만원, 선고유예 등의 처분으로 '용서'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판결을 내리기 전에, 아무래도 사마천의 <사기>를 읽은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여성단체들이 이 판결에 대해 반발했다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재판부가 이렇게 최연희 의원을 '용서'하자고 나선 속뜻은, "이렇게 최연희 의원을 용서하면, 고사 속의 '젊은 장수'처럼 언젠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을까" 싶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최연희 의원도 '국가의 법'을 대표해 '용서'해준 재판부의 속뜻을 알아차릴 때입니다. 몇년 전에, 한나라당 홍 모 의원이 "이라크 파병되면 한달간 사병으로 복무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홍 모 의원은 그 약속을 결국 지키지 않았는데요. 약속을 지키지 못한(안지킨 것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동료를 대신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 차례'가 된 것 같습니다. 갈 곳은 많습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도 있고, 키르기스스탄도 있고, 동티모르도 있습니다.
그곳에 가서 '사병'으로 근무해 용맹을 발휘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이라크같은 곳에서 우리 파병부대를 상대로 자살폭탄테러도 일어나면 최연희 의원이 용감하게 막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언론 인터뷰에 이렇게 얘기하면 되겠죠.
"저는 몇 년 전에 여기자의 가슴을 만졌지만, '국가의 법'이 용서준 적이 있습니다. 제 목숨은 '국가'의 것이니 당연히 국가에 바치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한다면, 최연희 의원은 대권도 노려볼만할 겁니다. 저는 지금, 최연희 의원에게 '반전의 계기'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최 의원의 지역구, 동해·삼척의 '일부 시민들'의 반응, 누리꾼의 반발
"남자 술 한잔 먹고 취하면 가슴도 한 번 만질 수도 있는거지." "성추행을 하던, 어디가서 노략질을 하던 지역구를 위해서 잘만 한다면 무슨 짓을 하던 무슨 상관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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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든든해졌으면' 좋겠습니다만, 의원님의 '막장짓'을 생각하면 불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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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환 의원 홈피 |
최연희 의원에 대한 '판결' 이후, 모 방송이 그의 지역구로 취재를 나가 '일부 시민들'의 반응을 담아온 것이라고 합니다. '일부'라는 것, 정말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부'가 있기에, 우리나라엔 멋진 정치인이 잘 안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요즘 <로마인 이야기>를 봐서 그런걸까요? 카이사르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처럼, 천재적인 달변과 능력을 자랑하던 위인들을 보다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을 보면 짜증이 다 날 정도로 한심해보입니다.
정치인으로서의 멋진 포부를 과시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어이없는 말실수에 성추행이나 하는 사람들이 있고, 김태환 의원같은 경우는 '골프 라운딩 후 술에 취해 경비원 폭행', '술에 취해 KTX 탑승 후 자리바꿔달라며 소동', 주성영 의원도 '술에 취해 난동'을 저지른 적이 있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그 일부에서는 품위는커녕,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단어로 '막장짓'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꾸준히 국회의원이 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저런 '일부 시민들'이 어이없는 생각을 실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연희 의원만 해도 3선 국회의원이거든요.
지금 누리꾼들은 "그렇다면 동해·삼척으로 술마시러 가서 여자들 가슴 다 만지고 다니겠다. 동해·삼척은 이 '주물럭 관광'을 지역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라"는 한 마디를 날리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이 이 사건을 빗대 지역재정을 위한 길까지 마련해주고 있네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결국 지역의 이름을 흙탕물로 더럽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적용되는 선거법이 '나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내년에 총선 열릴 때도 '특정후보 추천, 지지, 반대 금지'가 적용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런 추태를 이야기하면서 할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이런 사람이 당선되면 안되지 않느냐"일텐데, 잘못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4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시민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정치적 자유는, 후보자의 공약과 이력에 대한 판단과 비판을 막힘없이 할 수 있다는 점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제가 우려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막장짓'까지 일삼던 분들이 다시 선거에 출마해 혹시 또 당선되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저런 '일부 시민들' 말고, 건강한 의식을 가진 다수의 시민들이 진정한 시민의 힘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의 정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막장짓'하는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될 수 있다는 헛된 꿈만은 꾸지 않을 수 있는 풍토는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판결' 이후, 해맑게 웃던 최연희 의원의 미소가 여전히 기억에 선합니다.
(출처:무브온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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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은 주객이 전도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최연희 의원의 구속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권언유착 사건으로 설정하고 풀어나갔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초록은 동색이라고 권언유착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기가 힘들더군요..우리 언론과 국민 앞으로 고생 더해야 정신 차립니다....ㅠ
전 이 글이 시인의 마을님이 쓴 글인줄 알았습니다. 최연희 똘만이가 썼군요.개새끼 억지 춘양격으로 말을 같다 붙이다보니 많이도 더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