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폰으로 전화가 따르릉 걸려 왔다.
발신처를 보니 생전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아니하려다 심심하던차라 덜렁 받았다.
그랬더니 저쪽에서 내이름을 대며 맞느냐고 물었다. 별로 반갑지도 않는 전화여서 퉁명스럽게 "그런데요?'라고 했더니
전화한 곳은 진도농협 구기자진액 판매소라고 했다. 그리곤 "몇년전에 구기자진액 한 박스를 사신 적이 있지요?"하고 물었다.
재작년인가 대학동기생들이 졸업 몇주년을 기념해서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에서 만나 1박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부산에서는 부부로 20여쌍 전세버스로 올라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가 화장실에도 가고 바람도 쐬고 다시 출발을 하였다. 출발을 하고 보니 웬 낯선 젊은이가 정장을 하고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다. 조금 후에 버스가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정상 속도로 달리자 마이크를 잡더니 자기 소개를 시작하여 구기자에 대한 찬가를 쏟아 내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여행가셔서 마시라고 진도 홍주를 선물로 한 병 선사하였다. 나는 구기자보다도 홍주에 더 구미가 당겼다.
내 주변에서도 산수유나 오미자, 구기자가 몸에 좋다고 해마다 정기적으로 사서 드시는 분들도 더러 있다.
나는 아침마다 줄곧 운동을 해 왔으므로 보약을 먹어 본 적도 없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진도농협 구기자진액 홍보부장이란 자가 약 선전을 해 놓고 버스에 탄 손님 좌석을 일일이 돌며 사라고 권장을 해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인네들이라 한 박스에 40여만원 한다니까 덥썩 사는 사람이 없었다. 버스가 출발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으므로 다시 휴게소로 돌아가려면 고생깨나 하겠구나 싶어 버스에서 하차하면 어떻게 돌아갈거냐고 물었더니 우리 버스 뒤에 자기를 태우고 갈 차량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아무도 안 사니 한 사람이라도 사 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애처로운 마음이 들어서 지갑 속의 카드를 꺼내 결재를 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하루에 한포씩 두어달 가량 복용을 했었다. 약효야 있는지 없는지 표시가 나타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다.
한때 구례 산수유가 '남자한테 좋은데, 말은 못하고...'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친구들중에는 몸에 좋다는 약이 있다면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가는 친구도 있다. 초봄 나무에 물 오를 때 지리산까지 달려가 고로쇠 수액을 한 말이나 퍼 마셨니 하면서 자랑을 늘어 놓는 친구도 있다. 그럴 때면 수액도 사람으로 치면 혈액이나 다름 없는데 하면서 "차라리 벼룩의 간을 내어 먹어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였다.
나는 어직도 오미자와 구기자를 별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구별을 잘 하지 못한다. 어릴 때 큰 고모댁에 가면 한약재를 심어서 채취하던 분이 계셔사 가을에 빨간 열매를 따서 입에 넣으면 약간 달콤해서 딱 먹었던 적이 있는 데 아마도 그것이 구기자였던 것 같다. 그래서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나와 있다.
열매는 원형 또는 타원형의 장과(漿果: 살과 물이 많고 씨앗이 있는 열매)이고, 8·9월에 붉게 익는다. 길이는 10㎜, 지름은 5㎜정도이다. 처음에는 달콤하나 나중에는 쓴 맛을 낸다.
건조시켰을 때에 겉이 쭈글쭈글하고, 속에는 많은 씨가 들어 있다. 씨는 편평하고 콩팥 모양이며, 지름이 약 2㎜ 정도이고 황백색이다. 열매의 모양과 색깔이 예쁘고 작아서 고서에는 ‘괴좃나무여름’이라고도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충청남도 청양군이 집산지이다. 성분은 베타인(betaine)·제아잔틴(zeazanthin)·카로틴(carotene)·티아민(thiamine), 비타민 A·B1·B2·C 등이 함유되어 있다.
동물을 실험한 결과, 베타인 성분은 생체내 대사물질의 하나인 친지질물질(親脂質物質: 지방에 가까운 물질)로 밝혀졌다. 간장에서 지방의 축적을 억제하고 간세포의 신생을 촉진하며, 혈압을 내려주는 작용도 한다. 약성(藥性)은 평범하고 독이 없다.
효능은 만성간염·간경변증 등에 복용하면 염증이 제거되고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일반적으로 생식기능이 허약해서 허리·무릎이 저리고 아프고, 유정(遺精)·대하(帶下) 등의 증상에 유효하다. 안과질환으로 인한 시력감퇴 등에 효과가 있고, 노인의 백내장 초기증상에 응용한다.
구기자를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력이 왕성해지며, 다리·허리 등의 힘이 강해지고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민간에서는 구기차(枸杞茶) 또는 구기주(枸杞酒)로 이용한다. 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투여를 금한다. 한방에서는 강장제로 사용되고, 대표적인 처방으로 기국지황환(杞菊地黃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