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상에 빛나는 치코와 리타가
지난 주에 개봉, 시종일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관람했습니다.
쿠바가 낳은 베보 발데스라는 거장 피아니스트를 모티브로 한,
우리에게 친숙한 리듬의 영화(애니)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15세 관람가스런 포스터 문구위치로군요)
영화 자체는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단순 명료하고 때론 신파스럽지만
카사블랑카 같은 클래식한 느낌으로 보신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음악 영화로서는 단연 최고의 씬과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아프로-쿠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대단히 축복같은 영화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음악으로 전성기였던 40년대 쿠바가 배경이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행을 택할 수 없었기에 영화 배경 또한 아바나에서 뉴욕으로 옮겨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당대의 유명 뮤지션의 이름과 모습들도 볼 수 있는데
아프로쿠반과 재즈를 접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마치토 라던지
주인공이 뉴욕으로 건너가 만나게 되는 색소폰의 찰리파커와
트럼펫의 디지 길레스피, 꽁까의 차노 포쏘 등의 이야기는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이 연주하는 곡에 맞춰 부르는 냇 킹 콜의 노래도 들을 수 있고,
클럽에서 활약하는 띠또 뿌엔떼의 모습도 잊을 수 없고요.
특유의 장난끼 넘치는 표정은 Simpsons에서 등장했던 모습 못지 않습니다.
실제 참여한 뮤지션을 크레딧에서 확인해 보면 더 재밌는데요.
주인공 치코의 피아노 연주는 베보 발데스 본인이고
리타의 목소리(노래)의 이름이 Idania Valdes인데
찾아보니 실제 베보의 딸이라 합니다.
냇 킹 콜의 목소리는 동생인 프레디 콜이 맡았습니다.
치코가 처음 뉴욕으로 갔을 때 그를 맞이한 뮤지션이 차노 포쏘인데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헌정하는 차원인지
짧은 러닝타임에 비해 꽤 많은 분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는 Poncho Sanchez 등의 수많은 퍼커션 주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 하는데요.
그의 테마로 쓰인 곡의 가사는 분명 장송곡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맘보 리듬과 보컬로 흥을 돋굽니다.
마치 지난 여름, 콜롬비아 살사를 대표하던 Joe Arroyo의 타계 때
많은 아티스트들이 흥겹게 그를 추모하는 듯 말이죠.
우리가 살사 음악에 맞춰 신나게 리듬을 타고 있지만
가사는 분명 슬픈 내용의 곡들이 꽤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속으로 흐흐흐~했던 장면입니다.
극중 후반부에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탄생 직전 이브라힘 페레와
루벤 곤잘레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 또한 흥미로운데 (직접 보시면 압니다^^)
실제 베보의 삶이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에나..'의 오마주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음악도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주제가 격인 Sabor a Mi 는
최근 Son de Boston이라는 그룹이 리메이크를 해서 자주 듣는 곡인데요.
우리에게도 익숙한 싱어인 Luis Miguel도 룸바스타일로 리메이크 한 적이 있습니다.
극 중에서 이 곡이 좀 짧게 나오는데 실제 OST에서도 길이가 짧아 좀 아쉽더군요.
워낙 보컬이 좋아 영화에서 나오는 매력적인 가사와 함께 들어보시면 사르르륵 녹아드실 겁니다.
말이 필요없는 'Buena Vista Social Club' 그리고 이 영화와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Dirty Dancing - Havana Night', 'Mambo King', 또 멋진 OST로 가득했던 'Salsa!' 등
그 이후로 이렇다 할 라틴음악 영화의 부재가 아쉬웠지만
이번에 제대로 된 멋진 음악 영화가 탄생했네요.
특히 살사인들에게는 필관람 영화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 장르 그리고 라틴음악이라는 비주류 장르의 영화이다 보니
명성에 비해 개봉관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설날 전까지는
걸려 있을꺼라 생각되니 더 늦기전에 큰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로
다시는 없을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의 활약을 많은 분들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베보와 아들 추초의 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