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호우피해 복구 총력전 ‘생존을 위한 작전’ 포기는 없다
배지열
입력 2023. 07. 17 17:55
업데이트 2023. 07. 17 17:58
물길따라 실종자 수색·산사태로 무너진 도로 복구
집 안까지 들어온 토사 삽으로 퍼내고 가재도구 옮겨
“경험 많은 간부들 앞서가며 지반 약한 지점 확인…
이른 시일 내에 국민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지원”
육군50보병사단 안동대대 장병들이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 일대 부용봉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실종자를 찾고 있다.
17일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해군 전탐감시대 장병들이 민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에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산사태로 마을이 송두리째 휩쓸리고, 제방 붕괴로 밀려든 강물에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돼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진흙이 도로를 뒤덮어 오도 가도 못하고, 침구류·냉장고 등이 집 앞 마당을 점령했다. 국가적 재해·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군 장병들이 긴급 투입됐다. 군 장병들이 호우피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을 찾았다.
글=배지열·이원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날씨 아랑곳 않고 임무수행 전념
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 마을 초입에서부터 도로 옆에 나뒹구는 나무 파편과 커다란 돌멩이 모습에서 폭우로 긴박했던 상황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무심한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따가운 햇살을 내리쬐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더욱 처참했다. 가옥 안까지 토사가 들이닥쳐 트럭과 가재도구를 뒤덮었다. 굴착기 등 중장비가 분주히 움직이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컸다.
태산같이 느껴지던 잔해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데는 군 장병들의 활약이 단단히 한몫했다. 지난 15일부터 작업을 진행한 덕에 이제는 사람과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어느 정도 제 모습을 되찾았다. 이날은 육군50보병사단 일격여단 안동대대 장병 50여 명이 각종 장비를 갖추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실종자 수색작전. 장병들은 부용봉 정상에서부터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해 경주 태풍피해 복구작업에 이어 두 번째 대민지원 활동에 나섰다는 신원욱 병장은 “시민을 보호하는 군인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1년 전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국민의 군대’ 임무를 수행하는 상황이지만, 추가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에 부대는 여러 안전 조치를 사전 강구하고 적용했다. 이선웅(중령) 대대장은 “경험 많은 간부들이 앞서 가면서 지반이 약한 지점을 확인하도록 했다”며 “장병들도 5인 1조로 움직이면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30분 남짓 떨어진 예천군 은풍면 금곡리에서는 도로를 가로막은 토사와 잔해물 제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육군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일대를 정비했다. 민가 밀집 지역에서는 장병들이 집안까지 들어온 토사를 삽으로 퍼내고, 침수된 주택에서 가재도구를 일일이 손으로 꺼내 옮겼다.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시설 기둥을 일으켜 세우고, 바닥에 널브러진 농작물도 치웠다.
이날 예천군 15곳에서는 50사단과 2작전사령부(2작전사) 예하 1117공병단 장병 366명이 장비 18대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했다.
‘훈련한대로’ 임무수행…재난신속대응부대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한 현장에도 군 장병이 출동했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흑표부대 장병들은 충북 청주시에 있는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재난신속대응부대인 흑표부대 장병들은 평소 재해·재난 대비 훈련으로 숙달한 임무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능숙하게 작전을 수행했다.
현장에 투입된 조중현 상사는 “수중이 굉장히 어두워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함께 투입된 전우들을 믿고 수색에 돌입했다”며 “특전사 장병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작전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37보병사단과 2작전사 예하 1115공병단 등 7개 부대에서 244명의 장병, 보트·양수기 등 58대의 장비가 수색작전에 투입했다.
육군35보병사단 장병들도 전북 군산·김제·부안·고창·완주 등 14곳에서 복구 및 부유물 처리 작업을 했다. 2신속대응사단 장병 200여 명도 경북 영주·봉화 지역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피해 지역 도움 손길로 ‘국민의 군대’ 실현
이날 육군은 집중호우 피해를 본 충청·경상·전라 지역 85곳에 장병 2600여 명과 굴삭기·양수 장비·드론 등 장비 67대를 투입했다. 특히 경북 문경·영주·봉화, 충북 청주·괴산·증평·청양 등에 병력과 중장비를 집중했다.
해당 지역에는 18일까지 최대 200㎜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됐다. 군은 주둔지 인근 산사태·하천 범람 우려 지역에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돕고, 현재 발생한 피해복구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모든 부대에는 장병 안전 확보를 우선으로 한 가운데 작전을 전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동 중 도로 파손으로 인한 차량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현지 급식간 식중독 예방 △원활한 의무 지원 △작업 후 도로 청소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정상환(준장) 2작전사 군수처장은 “이번 호우피해 복구는 군사작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신속하게 병력·자원을 투입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군, 어청도서 구슬땀…해병대 신속기동부대 투입
해군·해병대는 집중호우 피해지역에 병력과 장비를 보내 신속한 복구에 일조하고 있다.
해군2함대는 16일부터 군산 어청도에 장병 20여 명을 지원해 민가 복구작전을 하고 있다. 어청도에는 지난 13일부터 누적 7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토사가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해군은 피해복구 지원이 어려운 도서지역 특성을 고려해 주둔 병력을 투입했다. 대민지원에 나선 전탐감시대 장병들은 어청도 일원이라는 사명감을 토대로 복구작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해군은 도서지역 피해복구작전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부대별 추가 지원 요소를 식별하는 등 긴급출동 대기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은 집중호우 피해가 심각한 경북 예천군에 신속기동부대를 급파했다. 17일 오전 400여 명이 선발대로 도착했고, 1200여 명이 추가 출동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대는 소형 고무보트(IBS) 4척, 제독차 7대, 급수차 2대, 방역장비 5대, 세탁 트레일러 2대를 함께 전개시켰다. 해병대원들은 예천 공설운동장에 집결해 숙영지를 편성한 뒤 임무와 투입지역이 결정되는대로 복구작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공군, 지역별 피해복구·구조 전력
공군은 영남·충청지역을 중심으로 피해복구·구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공군16전투비행단(16전비)은 대규모 산사태로 마을이 송두리째 휩쓸린 경북 예천군 전 지역에 병력·장비·물자를 집중 투입했다. 17일에는 장병 120여 명이 실종자 수색과 수해복구에 나섰다.
산사태 토사를 제거하고, 매몰자를 찾는 데에도 장병 10여 명과 굴착기·트레일러 10여 대도 투입했다. 16전비 최조원 소령은 “지역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실 수 있도록 피해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는 공군17전투비행단과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 장병 약 20명이 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 공군19전투비행단은 장병 40여 명을 동원해 충북 충주지역 민가에 유입된 토사를 치웠으며,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 장병 20여 명은 경기도 성남과 서울 강남·송파지역 탄천에 쌓인 퇴적물을 제거했다.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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