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받은 칠석이 이야기♡♡
오늘은 잃어버린 비취로인해 쫒겨난 칠석이 얘기 올려봅니다.
‘의심 받은 칠석이 이야기’
설날, 이초시 집이 발칵 뒤집어 졌는데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비취 함이 없어진 것이다.
안방 장롱을 샅샅이 찾아도, 사랑방다락을 바늘 찾듯 뒤져도 비취 함은나오지 않았다.
“재작년에 장롱에 두기 불안하다며 당신이 은 쟁반과 함께 사랑방으로 가져 간 것 같은데….”
넋이 나간 이초시에게 안방마님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역정을 냈다.
천석꾼 부자 이초시 집엔 집사, 행랑아범, 침모, 찬모, 머슴 등 하인이 아홉이나 되지만, 그 중 먼저 의심을 받은 사람은 집사 칠석이었다.
왜냐하면 하인 중 집 열쇠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칠석이 뿐이고, 더구나 칠석의 처는 안방 장롱을 마음대로 열 수 있는 침모 삼월이다.
모두가 칠석이를 수상히 여기자 칠석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초시는 비취 함이 없어진 게 칠석이 짓이라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22 년 전 칠월 칠석 날 새벽,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대문을 열자 강보에 쌓인 핏 덩어리가 울고 있었다.
이초시는 이 아기의 이름을
칠석이라 짓고 동네 젖동냥을 받아 키웠다.
칠석이 다섯 살이 되어 서당에 보냈더니 글재주는 일취월장하고, 사람 됨됨이는 점잖고, 의젓해 졌다.
칠석이 열다섯이 되자 이초시는 집 안팎일을 그에게 맡겼는데 어린 나이에 이초시 네 집사가 된 칠석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일을 반듯하게 처리했다.
그래서 지난 해 이초시는 칠석이를 바느질 솜씨 좋고, 마음씨 고운 침모 삼월이와 혼례 올려 주고 별채에신방을 차려 줬다.
“칠석이가 비취 함을 훔칠리가
없지. 그럼.”
이초시의 칠석이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안방마님이 점(占) 집을 다녀오더니 하인들을 데리고 칠석이와 삼월이가 살고 있는 별채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삼월이는 울고, 칠석이는 침통한 표정으로 한숨만 토해냈다.
“집 안에 감춰 둘 리가 없지.”
“벌써 집 밖으로 빼돌렸을 거야.”
입 달린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씩 수군거렸다.
이튿날, 이초시 모르게 칠석이는 관가에 끌려갔다가 볼기짝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칠석이와 삼월이는 이초시 집을 나가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그로부터 닷새 후, 이초시의 어린 손자 방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비취 함이 나왔다.
가보인 줄도 모르고 어린 손자가 엽전과 구슬, 제기와 함께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것이다.
이것을 찾고 이초시는 하인들을 불러 고함을 쳤다.
“어서 칠석이를 찾아오렷다. 칠석이를!”
하인들이 동서남북으로 찾아 다녀도 칠석이와 삼월이를 찾을 수 없었다.
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어느새 겨울이 오도록 이초시는 말없이 술만 마시더니 섣달이 되자 드러눕고 말았는데 용하다는 의원들이 다녀갔지만 차도가 없었다.
소작농들에게 후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서 모두가 우러러 보던 이초시가 드러눕자 온 동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사락사락 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섣달그믐 날 밤, 동네도, 이초시 네 집에도 칠흑 속에 파묻혔다.
예년 같으면 이초시 네 드넓은 안 마당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횃불을 켜 놓고 남정네들은 소와 돼지를 잡고, 여인네들은 떡국 썰고, 만두를 빚고, 부침개를 부쳤을 밤이었다.
설날이 되면 이초시 네 안마당은 도야, 개야, 걸이야, 윷놀이 함성으로 동네가 떠나 갈 듯 할 터인데 올해는 모든 게 적막강산이다.
그토록 내리던 눈이 언제 왔느냐는 듯 갠 하늘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설날이 밝았는데 개들조차 처박혀 있는지 조용한 동네에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는 걸음 소리가 이초시 집으로 이어진다.
“초시 어른, 칠석이 세배 왔습니다.” 그 소리에 사랑방 문이 활짝 열리고 이초시의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이초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칠석이와 삼월이의 세배를 받았다.
“어디서 무얼 하고 살았느냐?”
“강원도 정선으로 들어가 약초꾼이 됐습니다. 얼마 전 운 좋게 100년 근 산삼을 일곱 뿌리나 캤기에 초시어른 드리려고 싸 왔습니다.”
이초시는 사랑방 문을 열고 목소리도 우렁차게 소리쳤다.
“여봐라, 동네 사람들 모두 부르지 않고 뭣들 하느냐? 소와 돼지도 잡고 윷판을 벌리렷다!”
용하다는 의원도 고치지 못한 병을 약도 쓰지 않았는데 그토록 사랑했던 칠석이 부부의 세배를 받고 언제아팠냐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동네잔치를 베풀었다.
오늘은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 절기상 우수로 묵은 근심은 다 녹아 없어지고 새로운 좋은일이 샘솟는 봄 맞이하시길 빕니다.
- 죽전에게 온 글 약간 편집 -
대사9회 재구 동기 김준환 교장이 카톡으로 보내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