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근래 우리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주목을 끄는 세 사람의 죽음을 연이어 목격하게 되었다.
사망순서대로 하면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하였던 카다피 전 국가원수,
영원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그들이다. 박영석 대장이 48세, 스티브 잡스가 56세, 카다피가 69세이다.
우리는 이 세 사람의 죽음의 양태와 고인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면서
언제가 한번 맞게 될 죽음에 대해 몇 가지 상념을 떠올리게 된다.
먼저 히말라야를 가슴에 품고 추락사한 박영석 대장의 죽음은 말 그대로 사고사이다.
한평생 정열과 의지로 정복하려 했던 자연의 설산 속에서 맞이한 안타깝고 장렬한 도전의 죽음이었다.
세네카가 ‘죽음이 어떠한 장소에서도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어떠한 장소에서도 죽음을
기다리라.’고 한 말과 함께, 옛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자는 산에서, 물을 좋아하는 자는 물에서 죽는다.’는 말이 연상
되는 슬픈 최후였다. 그는 도전하는 젊은이들과 특히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산악인들의 깊은 애도와 슬픔 속에 영원한
산사람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스티브 잡스는 놀랄 만한 발상과 창조로 애플의 신화를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킨 금세기 최고의 CEO로서,
그의 죽음은 병사였다. 그의 비상한 재주와 능력, 기술도 병 앞에서는 병약하고 초췌한 모습의 환자일 뿐이었다.
전 세계가 이 천재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그의 사후 세상의 흐름과 정보기술(IT) 업계 변화를 예측하고 분석하기에
분주했으며, 소규모 추모행렬이 며칠간 이어졌다. 죽는 날까지 일을 놓지 않고 신제품을 출시하고 발표하면서 정열을
태웠던 기술인·기업인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찾아온 죽음 앞에 조용히 순응해 간 비교적 젊은 나이의 죽음이기에
그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세상을 좀 더 바꿀 수 있을 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과 여운이 남는다.
‘영광 속에서 맞이한 죽음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열심히 일한 날은 잠이 잘 찾아오고,
열심히 일한 인생에는 조용한 죽음이 찾아온다.’는 격언이 생각나는 그런 죽음이었다.
카다피는 장기간에 걸친 독재정치체제 하에서 신처럼 군림하며, 절대적 지지와 숭배를 받고 있다고 믿었던 자기
국민들로부터 총살과 시해를 당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죽음 앞에서도 끝끝내 총을 쏘지 말라며 애원하는
불쌍하고 가련한 추한 모습으로 죽어갔다. 그것도 자기가 믿었던 자신의 고향 땅에서.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망한다는 독재자의 말로를 증명이나 하듯 그의 죽음을 반기는 국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더럽혀지고 짓밟혀진 채
세상을 등졌다.
‘남의 의지에 의해서 죽는 것은 두 번 죽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려지고, 아주 추하게 자기 국민과 온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된 카다피의 비굴한 마지막 죽음의 모습은 세계의 오만한 독재자들에게 충분한 경종과 교훈을 주었다.
"생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죽음을 말하랴(未知生 焉知死)"는 논어의 경구가 있지만,
행복한 사람은 가장 알맞은 때에 자기에게 알맞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지 않으면 그 사람에 앞서 행복이 먼저 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찌 그게 사람의 힘으로 가능할 것인가.
“죽음이 찾아올 때 나이와 업적을 참작하지 않으며, 죽음은 이 땅에서 병든 자와 건강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권력자와 힘없는 자를 구별 없이 쓸어간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죽음에 대비해서 살아갈 것을 가르친다.”는 선인의
말과 함께, 동양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그의 시집 기탄잘리에서 ‘신이 어느 날 문득
죽음의 광주리를 우리 앞에 내밀었을 때, 우리는 과연 그 광주리에 무엇을 담아놓고 이 세상을 떠날 것인가.’라고 한
말을 세 사람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번 떠올리며 음미하게 된다.
또한 ‘죽음은 교황이나 거지나 모두 용서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영국 속담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 - 서울신문 칼럼- 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 - ]
▒ 말기암으로 나타난 과로의 결과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학교 동창인 A를 만났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A에게 특별히 마음이 쓰이기도 했고,
또 적잖은 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지난 주에는 A가 일하는
사무실로 찾아 갔다. 유난히 작은 체구에 사근 사근한 말씨를 가지고 있는 A와는 남편 문상에서 만나 이야기한
후에 전화로만 안부를 묻다가, 5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남편 장례식 때의 거의 바스라질 것 같던 야위었던 모습에 비하면 건강을 많이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간의 소식을 주고 받았다. 남편이 떠날 때 고등학생이던 아들이 군대를 마치고, 이젠 좋은
대학에 가서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 지난 여름 휴가 때는 아들과 둘이 여행을 한 얘기 등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A의 남편 이야기로 옮겨 갔다.
A는 “내가 미련해서 남편을 그렇게 보낸 것 같아”라고 말문을 열었다. 말이 없고 책임감이 강하던 남편과,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시장 보는 일도 하지 못하던 A는 천생연분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듯했다.
전문직 여성이면서도 현모양처였던 A는 결혼 후 남편의 아침식사를 한번도 거른 적이 없이 준비했고,
직장일로 늦게 들어 오거나 주말에도 나가서 일하는 남편에게 짜증을 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이 세상을 뜨기 전 7년 동안은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고 또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이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 일 좀 줄이라고 바가지라도 긁었으면, 남편이 쉴 수 있었을까?
그럼 그 몹쓸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포함된 말이었다.
아파도 아프다고 얘기하지 않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던 든든한 남편이 처음으로 걸린 병이
말기 대장암이라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암도 아니고 뱃속에 모두 퍼져서 수술이
무의미한 몹쓸 병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병원에 찾아 갔다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정리하시죠”라는
말을 듣고 절망한 얘기와 또 다른 병원에서 “암을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최대한 다 제거해 보겠다”는 말에 고마워서
눈물이 쏟아진 얘기, 수술을 한 후에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1년 반을 항암제와 대체의학 등 고생한 얘기 등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얘기에 빠져 들었다.
잔잔히 얘기하다가 한숨도 쉬고, 후회도 하고, 또 눈물이 글썽이기도 하면서 한참을 얘기했다.
남편이 가고 난 후에 눈물이 먼저 나와서 하지 못하던 얘기를 눈물을 흘리지 않고 차분히
털어 놓을 수 있을 때까지 5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뉴스에서 “과로사다, 순직이다, 아니다.” 하는 논란을 흔히 본다. A의 남편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오후에는 나가서 확인해야 하는 직장 일이 있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휴가 때도 아들과 아내만
휴가를 보내고 본인은 직장에 나갔다 와야 맘이 놓이는 “일벌레”라고 할까?
과로는 혈액 안에 스트레스 호르몬의 생산과 분비를 촉진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혈압을 올리고, 면역기능을
약하게 만들고, 당과 지방의 분해를 저하시킨다. 또 스트레스는 혈액 안에 활성 산소의 농도를 올린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자극해서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키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면역기능을 약하게 해서
여러 가지 감염질환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장기간 고농도의 활성산소에 노출되면 세포의 변성이 일어나서 갖가지 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또 과로는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집중력도 감소시키므로 사고의 위험을 높인다.
외국의 회사에서는 직원의 건강이 일의 효율을 높인다고 생각하고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배려한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는 시간이 긴 우리나라는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로사”가 많은 나라일 것으로
생각된다. 과로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으로 다음을 권한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십계명》
1. 직장 일에 목숨 걸지 않는다.
2. 직장 일에서 발생한 문제에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3. 업무를 단순하게 분류한다.
4. 업무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
5. 상사와 긴밀히 의논한다.
6. 팀원과 일을 분담한다.
7. 가족과 대화한다.
8. 밤샘 작업을 피한다.
9.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
10. 운동, 음악 등 취미생활을 한다.
성실하고 능력있고 성공한 직장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행복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도 중요하다. 일과 개인생활과 가정생활이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그러나 쉬어가면서”
특히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면서 사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 - 조선닷컴 ‘우재 박민선님의 블로그’에서 - ]
http://cafe.daum.net/hospiceacadem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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