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장
닭장에는 닭들이 모여 살고 새장에는 새들이 갖혀 산다.
모기장에는 누가 살까?
유월말부터 시작되는 장마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다.
갈수록 봄 가을은 짧아지고 겨울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한낮의 열기도 태양이 서쪽하늘 아래로 꼴깍 넘어가면 풀이 죽고 어디선가 갑자기 바람처럼 나타난 바람이 그자리를 차지한다. 우리의 바람대로 시원한 고마운 바람이다.
쬐약볕에서 종일 고추 따고 포기벌이 하는 벼포기 사이에서 잡초들도 무럭무럭 자라는 논에서 허리가 끊어지게 아프도록 일하고 들어와 해질녁 마당에 깔린 멍석에서 저녁먹고 바람이 불어오는 길목에 모두 나와 자리 깔았다. 텃논에서는 물장구치며 놀던 개구장이 개구리들이 서로 잘 났다고 목청 뽑아 동네가 떠나가도록 개굴거린다.
웬 떡이냐고 사방팔방에서 모여든 모기들의 공습이 시작할 때쯤 여기저기서 툭탁툭탁 때려잡고 부채질하여 쫒아내느라 정신없다. 총총 박힌 별을 헤아리고 반짝반짝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밤하늘 바라보며 노곤한 몸을 눕히고서 도란도란 떠들다 하나 둘씩 집으로 들어간다.
어차피 전깃불도 없는 집안에 호롱불 켜 놓으면 달려드는 것은 하루살이 불나방 모기들이라 불도 못켜진 집에 들어 가려면 장님이 더듬거리듯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그래서 아예 집안은 어둑어둑하다.
마당에는 쑥대다발에 불 피워 모기를 쫓아내고 마루에도 안방에도 필수품인 모기장을 치는 시간이다. 구멍난 곳은 없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얼른 살짝 들춰 기어들어간다.
모기는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틈만을 노리고 땀내 맡으며 주변을 윙윙 맴도는 모기다. 혹시나 자다가 뒤척이다 발목이나 팔이 헌혈은 실컷 해주고도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려워 고생이다.
이미 제 집인냥 모기장에 들어앉아 있다가 밤새 피 빨아먹다 저절로 떨어져 압사 당하는 모기도 있다.
외할머니의 삼베로 만든 모기장은 전통장롱속에 고이 간직한 값이 나가는 보물이었다.
모기들은 출입금지 되는 모기장이 필수품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세상 되었다. 감기약이 감기 걸리는 약 아니고 모기장은 모기 키우는 곳 아닌 우리를 여름밤에 편히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이제는 박물관에도 없을 것 같은 여름나기의 필수품인 모기장은 희미한 추억이 되었다. 요즈음 아이들과는 별유천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뭐라 설명할 방법도 필요성도 없어 혼자 끙끙 속앓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