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량도 지리망산(399m : 경남 사천)
*일 시 : 2005. 10. 22~23(주말무박, 41명), 날씨(청명)
*코 스 : 내지 선착장-지리망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
(오전 07시 05분~ 오전 11시 50분 완료 → 총 4시간 45분소요)
22일 밤 자정이 넘어간다.
지난 8월 21일 백두대간(댓재-두타산-청옥산) 코스 이후 맞는 밤 시간이다.
사량도는 2004년 5월 이후 만 1년 6개월만의 재회다.
많은 회원들의 요구로 이뤄진 오늘 행사다.
‘인생을 二毛作하라.’
개미박사 서울대 최재천 교수의 저서로 인생 50세를 깃점으로 전반(번식기)-후반기(번식후기)로 나눠 高齡사회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통념적 의식의 굴레에서 탈피해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75세다. 이는 남녀 합산한 것이지만, 여성의 평균수명만 따지면 79세로 최고수준급이다. 이는 한국의 산업혁명이 머리를 들던 1960년대 후반기와 대비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명이다.
요즘 같아선 아서 밀러作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과 같이 자신을 팔아 가족을 살리는 아버지역할도 사회적 평균수명이라는 이름으로 매몰된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너, 남 없이 모두 세일즈맨이다. 우리 일생은 모두 세일즈맨의 죽음처럼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반복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 그 사회적 수명도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52~60세내외다. 이제 사회적 경륜과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이 뜨일 무렵이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사회적 매카니즘이 우리의 현실이다. 60세 이후 20년 이상 노년기를 보내야하는 평균인들의 인생 후반기가 그리 녹녹한 게 아니다. 2015~20년이면 젊은이 2.5명이 한사람의 노인을 부양해야한다는 통계다. 무작정 늙어가는 일만큼 초라하고 비참한 게 어디 있을까.
자연수명에 앞서 건강수명이 앞당겨지는 추가부담에 머무를 것인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 평균적 삶을 지탱하기조차 힘든 현실에 체념할 것인가.
인생의 이모작은 이미 40세 전후에서 준비할 일이다.
그만큼 옛날보다 살기가 각박하고 어렵다는 얘기다.
문득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젊은 시대를 생각하며 심야의 고속도로 차창에 비친 생소한 자신의 얼굴은 방황하는 사념의 나락이다. 급박한 변화에 맹종하거나, 추종하지 못하는 현실을 시대 탓만으로 돌릴 것인가. 그나마 밤이 가려서 보이는 세상은 단순해서 그나마 부담이 적다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We can buy a House. But not Home.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살수는 없다.
We can buy a Bed. But not Sleep. 침대는 살 수 있지만 잠을 살수는 없다.
We can buy a Clock. But not Time.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을 살수는 없다.
We can buy a Book. But not Knowledge. 책은 살 수 있지만 지식은 살수는 없다.
We can buy a Position. But not Respect. 지위는 살 수 있지만 존경을 살수는 없다.
We can buy a Medicine. But not Health.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을 살수는 없다.
We can buy a Blood. But not Life. 피는 실 수 있지만 생명을 살수는 없다.
We can buy a Sex. But not Love. 섹스는 살 수 있지만 사랑을 살수는 없다.
2003년 6월 22일 중대봉 산행 후기에 실린 경구를 다소 수정한 것이다.
때론 가슴에 닿는 掌文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도전에 젖는다.
모든 것에 목마른 현대는 진정 비극보다 짙은 참담함과 낭패감으로 곧잘 혼란을 겪는다.
‘春女悲 秋士悲‘가 아니라도 분명 여며볼 밤이다.
23일 새벽 2시 50분.
41명을 실은 밤차는 어렵게 서울을 빠져나왔다.
젊은 장상기 기사(인천 78바 2225, 019-9558-7790)의 능숙한 운행솜씨를 앞세워 동공처럼 뻥 뚫린 대진고속도로를 무섭게 밤을 달린 남도의 끝 삼천포항에 도착했다. 비릿한 바다냄새가 가득한 한밤의 항구 주차장은 막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떡거리는 생동감이 무엇보다 좋았다. 오징어잡이 어선처럼 환하게 밝힌 소형선박들이 정박한 항구는 느긋한 새벽시간을 즐기기에 더 없이 황홀한 눈요기였다. 항구는 늘 이렇게 유행가 가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드는 유전인자를 지녔나보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시간적인 여유가 느긋했다.
새벽잠을 잊은 일부회원들은 수협활어시장을 어슬렁거리며 군침을 흘리더니 기어이 새벽경매현장에서 돔 몇 마리를 구입해 부근 식당을 빌려 새벽 회와 소주잔을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새 칼잡이가 된 김영주씨의 손끝이 제법 진지하다. 아무리 회를 즐긴다곤 하지만 새벽 회를 받아들이는 식성엔 함구무언이다. 그런 식성을 갖지 못한 자신이 혹시 생리적 결함의 소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벽 4시 40분.
아침 요깃거리로 준비한 매콤한 김치찌개와 따끈한 밥, 그리고 뜨거운 커피시간을 가졌다.
승선 전에 음식물을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일찍 식사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霜降이다.
서리와 채소농사는 相剋인데 최근 배추-무우 값 폭등과 관련해서 자연재해가 따르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중국산 김치의 발암물질과 기생충함유로 연일 대서특필이다. 이와 관련, 중국은 이를 무역마찰로 보고 적극적이고 예민한 대응을 보이는 요즘이다.
무역은 국부의 원천이다. 국익이 맞을 때 우방이 결정되는 국제정치의 흐름을 무상하다고 탓하기 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타개함이 절실하건만,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당국이 못내 안타깝다.
우리의 기초적 음식물이 왜 이렇게 국제적 저항을 받게 되었는가? 반성과 성찰이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오늘을 힘들게 사는 서민들의 마음이다. 상강인 오늘, 우리들 마음엔 제발 서리가 쌓이지 않고 다감한 신뢰가 늦가을 낙엽 쌓이듯 두터워 지기를 빌어본다.
새벽 05시 50분.
일신해운 대표 박무용(055-832-5033, 011-571-5033)씨의 안내에 따라 이웃한 사량도행 승선장으로 이동했다. 두 개의 산악회와 예약된 상태다. 우리는 내지~대항 코스를, 다른 팀은 돈지~대항코스를 선정한 관계로 우리 일행을 먼저 하선시키기로 약정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박선장의 언행 자체가 생각에 따라선 코믹하다는 느낌이다. 뱃사람 고유의 특성이 낱낱이 들여다보이는 그의 성격은 의외로 연약하지 않을까 추량했다. 어느 해던가 박선장과 000산악회 관계자와 승선비문제로 잠시 시비가 있었는데, 당시 그의 어투를 흉내 내며 상황전반을 누군가가 전한다. 당시 상황을 직접 보지 않아도 필름처럼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짐은 인생의 경험 때문일 것이라 치부했다.
6시 18분.
일출시간에 맞춘 출항이다.
선내에서 마이크를 잡은 박선장의 산행주의와 일반적인 안전사항이 장황하게 이어갔다.
뱃 내음이 잔뜩 배인 그의 말솜씨가 제법 유연해졌다는 판단이다.
바다는 어머니의 품처럼 삼라만상을 아우르는 사랑과 여유가 있어 즐겁다.
바다 색깔보다 더 짙고 깊은 어머니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근해의 항해여행은 언제라도 쾌적한 기분이다. 바다 색깔에 취하고, 마음이 취하다보면 어느새 눈동자는 온통 바다색깔로 변한다. 일출 직전의 사량도 全景은 셋트장처럼 고운 실루엣이다.
사량도 지리망산은 바다에 뜬 水盤이다.
바다 끝에 떠오른 浮漂같아 문득 ‘이어도’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해안선을 따라 내지포구가 안고 있는 정경은 要塞처럼 완벽한 지형이다.
지리산~옥녀봉을 잇는 능선과 일곱 봉우리들이 아침 햇살에 제 모습을 하나씩 벗기고 있다. 마치 차례대로 옷 꺼풀을 벗는 고운 여인의 여체를 바라보는 눈길처럼 자못 신중하고 엄숙하다. 대진고속도로 함양 휴게소에서 만난 강풍과 저온으로 항행을 걱정했지만 당지의 날씨, 바람, 기온은 최적이다. 들뜬 일부회원은 고물에 올라 일출장면(6시 44분)과 바다냄새에 빠져있다.
오전 6시 55분.
항해시간 37분 만에 사량도 북쪽 ‘내지’포구에 입항했다.
늘 그렇듯 재회의 기쁨은 뿌듯하다. 만난다는 것에 힘을 주면 행복하다.
곤한 아침잠에 빠진 이른 일요일 내지마을과 초등학교 교정, 그리고 들머리를 향한 정경 일체도 작년 그대로다. 등대모양의 공중변소가 새로운 구경거리다.
지리망산.
敦池마을과 內池마을을 남북으로 경계하는 지표다.
좋은 날씨라면 지리망산 북서방향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그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고 하여 명명한 ‘智理望山’을 요즘은 ‘지리산’으로 줄여서 부르고, 이곳 사람들은 수직에 가까운 남쪽 바위벼랑이 사다리를 세운 듯 層涯를 이루고 있다하여 ‘새드래’(=사다리) 또는 ‘새들산’이라 부른다. 돈지, 또는 내지의 지명은 포구 자체가 연못(池)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정표를 따라 눈에 익은 서쪽 해안방향 터진 순환도로로 옮겼다.
작은 높이의 산정을 좌측에 끼고 안고 돌면 나타나는 마을 입구의 이정표다.
<지리산 오르는 길 100m→>
마을을 관통하는 등산객들의 소음을 막기 위해 아예 순환도로 언덕배기 좌측을 들머리로 잡아놓은 것은 마을 사람들의 자생적인 고육책일성 싶었다.
신선한 아침은 엷은 바다냄새와 해풍에 젖어 흘러든다.
7시 5분.
본격적인 들머리엔 수십 개의 산악회 리본들이 가을 해풍에 펄럭인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며 나타나는 소나무, 소사나무, 상수리, 청가시덩굴, 국수나무 등 혼합림이 가을하늘을 가린다. 칡덩굴에서 아침식사를 즐기던 1~2년생 흑염소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도망친다. 놀라기는 그 녀석 보다 선두에 섰던 자신이 더 소스라쳤다.
7시 11분.
봉분이랄 것도 없는 초라한 무덤 1기를 지났다.
해국, 꽃향유, 산부추, 갯개미취, 000 등이 널려있다.
이번엔 잘 가꿔진 다른 무덤 1기를 지났다.
다도해 일대가 조망되는 전망대에 오른 시각은 7시 22분이었다.
한 템포 호흡을 조절했다. 지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달아 치른 酒席에 대한 죄값인듯 싶다. 빨래를 쥐어짜듯 머리에서 가파른 능선 바닥에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들은 차라리 天刑이였다. 돌사닥 지대를 막 지나면 곧바로 암릉지대다.
7시 30분.
우측 해안선 가까운 바다 한 가운데 떠있는 작은 무인도의 모양이 고래와 쥐 중 어느 쪽을 더 닮았느냐를 두고 섬의 명칭을 ‘고래섬’과 ‘쥐섬’ 을 두고 설왕설래했던 작년 5월의 기억을 얘기했다. 선두를 같이하던 장숙자-왕영주씨간의 재미있는 말씨름이 듣기에 따라선 친근한 투정같다. 소사나무와 철쭉나무가 흔하게 분포한 능선을 지나면 새로운 암릉지대다. 이곳은 대부분 상하절리나 판상절리의 바위나 암릉이다. 때론 슬랩암릉을 밟고 지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7시 44분.
<돈지 ↔ 내지(금북개), ↑ 지리산>
돈지항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 삼거리다.
우측 산록 아래 어항을 닮은 오목한 평화롭게 조망된다.
‘左내지, 右돈지’를 낀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의 이동이다.
石刀나 石槍은을 닮은 절리암석들이 때론 무기처럼 예리하다.
<내지 1Km, 지리산 0.15Km, 가마봉 2.85Km>
암릉 가에 핀 억새가 해풍에 간드러진 춤을 춘다.
내리막을 지나 지리산을 향한 오르막이다. 위험지대가 아닌 좌측 우회로를 따랐다.
8시 정각.
<지리산, 해발 397.8m>
8절지 크기의 오석으로 만든 사다리형 정상표지석이다.
7~8명의 일행들과 잠시 호흡을 다듬으며 냉동수를 꺼냈다.
멀리 북쪽 사천(=삼천포)항이 나른한 휴식에 빠져있다.
맞은 편 줄기에 걸쳐있는 불모산이 퍽 익살적이다.
산록은 肉山이고 능선은 骨山 형태로 오밀조밀한 관능적인 산세가 엉뚱한 상상을 부른다.
정상 기념사진을 챙겨주곤 이내 이동했다.
정상 일대를 점령한 경상도사람들의 요란한 소리가 거북했다. 산정에서 만난 소음공해다.
암릉이 군데군데 나타나는 잡목 숲이다. 어쩌다 보이는 적은 억새무리들이 대머리 아저씨의 주변머리에 듬성듬성하게 보이는 머리카락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자 혼자 피식 웃어버렸다.
갈증해소나 화상 등에 약효가 좋고 수피를 염색재료로 이용하는 소귀나무(일명 楊梅), 성장이 빠른 까치박달나무, 소코뚜레나 윷 만드는데 이용되는 윤노리나무, 후박나무, 전국 어디를 가도 만나는 노간주나무, 그리고 다정큼 나무가 이름 그대로 다정하게 다가드는 섬 나무들이다.
촛대봉-가마봉-불모산-향봉-옥녀봉이 각기 다른 해발이나 한눈에 보기엔 도토리 키재기다. 촛대봉을 향한 능선이다. 사랑놀이 빠진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색정적이다. 열정적인 연인들의 감창소리가 이러하리란 생각이다. <右돈지-左내지>가 조금씩 벗겨가는 능선이다. 대항방면에서 들려오는 어선의 기관소리가 꽤나 요란하다.
8시 29분,
촛대봉을 통과했다.
<지리산 0.35Km, 가마봉 2.70Km, 옥녀봉 3.1Km>
사량도 상, 하도가 동강을 사이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조망지점이다.
두 섬 사이 ‘동강’이란 이름의 해협의 바닷길(폭 1.5Km, 길이 8Km)이 파릇하다.
<내지 0.8Km, 성자암-옥동, 가마봉 2.8Km, 옥녀봉 2.70Km>
촛대봉 아래 사거리 갈림길이다.
우측은 聖慈庵을 거쳐 옥동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좌측은 내지로, 앞은 지리망산 능선을 그대로 타고 불모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329봉을 지나 300봉 갈림길이다.
<지리산 0.9Km, 내지 3Km, 성자암 0.3Km, 옥동 1.3Km>
잡목이 우거진 완경사 능선이 어느새 가파른 오르막이다. 잠시 완만한 능선을 잇더니 이내 다가든 급박한 오르막 송림능선이다. 석벽을 돌아 오른 암석 위에 노간주나무가 고고한 자태다. 위험구간을 우회하는 내리막과 오르막의 반복이다.
좌측 10시 방향으로 대항이 조망되고 , 우측은 옥동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이다.
<가마봉 1.3Km, 옥녀봉 1.7Km>
바위 능선이다.
백지처럼 얇은 두께의 판상절리 암석이 송곳처럼 날카롭다.
제법 따가운 가을햇살을 받는 내리막이다.
“가을햇살에 삶도 따뜻해졌으면”… 법정스님 길상사서 법회
법정 스님은 9월 16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가을 정기법회’에서 나온 이야기 중 몇 가지를 발췌한 것이다. 평범한 어휘에서 ‘秋士’답게 ‘秋思’해보는 시간을 할애하는 여유다.
“우리의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다.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작은 사랑을 나누는 삶이야말로 축복받은 인생이다.”
“지진, 해일, 태풍, 홍수 등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앙은 지구의 자원은 제한돼 있는데도 많이 생산해 먹고 쓰는 우리의 반자연적 생활태도에 기인한다. 자연재앙을 오만한 인류에 대한 자연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재앙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습관을 바꿔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간은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체에 불과하며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을 귀히 여겨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연간 35만 명의 태아가 낙태로 살해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한 결과다. 아름다운 세상은 꽃피고 새 우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명가치를 존중해 서로 보살피고 도와주는 세상이다.”
“직선으로만 뚫린 고속도로가 운전하기 지겨워 사고가 많이 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빤히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면 살맛이 안 날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거다. 직선은 조급, 냉혹, 비정함이 특징이지만 곡선은 여유, 인정, 운치가 속성이다. 오늘 우리가 여유롭게 사는 것은 前세대, 선인들이 어려운 여건을 참고 기다릴 줄 알았던 덕이다.”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자연은 곡선이다. 인생의 길도 곡선입니다. 끝이 빤히 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습니까? 모르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곡선의 묘미입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여유로 살자.”
“남녀의 사랑도 서로를 길들일 시간, 뜸들일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요즘은 웬만한 식당에선 제대로 뜸들인 밥을 먹기 어렵다. 모든 것을 단박에 이루려 서둘러서는 안 된다. 하루에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23명)보다 더 많은 사람(3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 같은 세태는 사각형의 컴퓨터 앞에서 모든 것을 빨리 확인하고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있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값지고 축복된 삶을 누릴 수 있다”
“가을엔 모든 것이 투명합니다. 햇살, 공기, 바람결, 물, 나무 모두 다 투명합니다. 산에 사는 저희 같은 사람은 귀가 밝아져 방 안에 있어도 낙엽 구르는 소리, 풀씨 터지는 소리, 다람쥐가 열매 물고 가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그것 역시 곡선의 묘미다. 때로는 천천히 돌아가기도 하고, 어정거리고, 길 잃고 헤매면서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충실히 깨닫고 사는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 투명한 가을을 맞아 여러분 모두 투명하고, 따뜻하고, 어질고, 선량한 이웃이 되길 빈다.”
‘곡선의 묘미’를 話頭로 현대 사회의 조급증, 생명경시, 물질중심주의를 경고하는 그의 지적이 풍성한 가을을 기다리는 우리들 모두에게 골고루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등한시 했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작은 배려가 아쉬운 오늘이다.
<가마봉 1.3Km, 옥녀봉 1.7Km>
두 봉의 지리적 거리는 약 400m다.
오후 9시 52분.
사량도 최고봉인 불모산 달바위다.
<달바위 해발400>
<가마봉 1.1Km, 옥녀봉 1.5Km>
바위로 이뤄진 이곳은 수목이 자랄 수 없는 암봉이라 이름 그대로 ‘不毛’라는 명칭을 붙여 불모산이 됐다고 한다. 사량도의 공룡능선이라고 불리는 가마봉-향봉-옥녀봉 암릉의 암골미가 한눈에 찬다.
라오쯔(老子) 도덕경 제67장의 ‘希言自然’이다.
말이 없는 것이 자연이니 시끄러운 것은 도에 어긋난다.
자연은 말이 없는 것, 고요함 그대로다.
한눈에 사방을 바라보며 엮는 췌사(贅辭)는 분명 蛇足이리라.
나눔은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행위다. 나눔은 세상의 불의와 불공평과 불행을 아주 없애기는 못하나 그것을 견디게 하는 힘을 준다는 성석주님의 <추억의 속도>를 달바위 바닥에 깔아두었다.
이어 메주봉-톱바위-향봉(탄금바위)-옥녀봉이 높이가 고만고만하다.
급경사를 내려서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 산록에 우리가 하산할 대항 포구가 완연하게 보인다. 능선 우측에 철조망 울타리를 친 오르막 사거리 로터리다.
<대항 1.0Km, 옥동 1.2Km, 지리산 2.1Km, 가마봉 0.8Km, 옥녀봉 1.2Km>
체력에 따라 이 지점에서 대항으로 직접 내려가라는 권유한 지점이다.
간이주막(?)이다.
어떤 분이라면 이 지점을 무상하게 통과하지 않고 틀림없이 一杯 걸칠 것이란 정영애씨의 우스개로 잠시 웃었다. 완경사 암릉이다. 가을을 실은 해풍이 불어든다.
아찔한 가마봉 오르막 30여m 로프지대다. 지리산 정상에서 왕영주씨가 이탈하고, 장숙자-정영애-조낙연-이근자-김영선-정영복-강영성 이사님 등과 같이하는 오르막 로프가 탱탱하다. 짜릿한 긴장감과 은근한 쾌감이 온 몸에 轉移된다.
9시 16분.
<가마봉 해발 303m>
케언 앞에 박힌 오석표지다.
서쪽능선에 걸쳐있는 후미일행들을 내려다보며 행동식을 나눈다.
그렇게 한참을 보냈다. 그리곤 새로운 이동이다.
9시 33분.
75~80도로 추정되는 철계단 내리막이다.
안타까운 주부일행들의 신음소리가 계단바닥에 떨어진다.
삼거리 안부다.
좌측은 대항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옥녀봉 0.2Km, 금평항 1.0Km, 지리산 2.90Km, 가마봉 0.5Km>
이 지점에서 에너지가 소진되거나, 위험한 옥녀봉 등반이 어려운 일행들을 대항으로 하산해도 괜찮다는 의미의 시그널을 바닥에 깔았다.
잠시 후 난타난 삼거리 갈림길 우측은 옥녀봉을 우회하는 코스다.
9시 33분.
수직바위가 솟아있는 수직 암봉을 올랐다.
진한 땀방울이 바위에 소낙비처럼 떨어진다.
9시 38분.
거문고를 닮았다는 彈琴臺 암봉인 향봉이다.
향봉에서 옥녀봉 정상을 마주하고 상, 하도의 동강해협과 하도의 칠현산이 발밑이다.
옥녀봉이 눈썹 위에 걸쳐있다. 향봉과 옥녀봉의 거리는 指呼之間이다.
옥녀봉 아래 안부로 내려가는 두 가닥의 수직암벽에 로프가 걸려있다.
옥녀봉 암봉 정수리가 회교사원의 돔 형식을 닮은 형태다.
길이 20m의 로프가 두 지점에 매어있다. 한 사람씩 로프를 타고 오른다.
9시 45분.
옥녀봉 정상에 선등했다.
<옥녀봉, 261m>
대견한 표정의 일행들이 서로의 모습을 담기에 바쁘다.
작년 후기에 올린 옥녀봉 일부다.
‘옥녀봉 哀史를 담은 전설은 외진 島嶼지방에서 가능한 이야기인 ‘한국판 외디푸스 콤플렉스(ὅdipus Complex)’다.
어느 옛적 玉女라는 예쁜 딸과 홀아버지가 살았다.
비바람이 몹시 치던 어느 날 욕정에 눈 먼 아버지가 딸의 방으로 들어왔다. 玉女가 울며 애원했으나 홀아버지는 듣지 않자 최후의 방법으로 암봉을 가리키며 제의 했다.
“제가 저 봉우리에 앉아 있을테니 소처럼 기어 올라오면 차라리 소가 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어요.”
암봉 정수리에 앉은 옥녀를 범하기 위해 기어코 올라온 홀아버지 모습을 본 옥녀는 그 즉시 천길 낭애의 암봉 아래로 투신했다는 슬픈 전설이 배어있는 옥녀봉을 바라보는 마음은 시각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전설에 간직한 터부(Taboo, 禁忌, 禁制의 의미)란 종교의식을 감지한다. 이런 외디푸스 콤플렉스와 관련하여 정상에는 나무 막대기 하나 꽂는 것도 금기시하고 혼례를 할 때도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인류가 근친상간을 터부시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그 후손이 惡疾에 시달리거나 短命한다는 점이다.
둘째, 도덕적-윤리적인 면과 위배된다는 점이다.
셋째, 性 질서의 파괴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동물과 식물사회에서도 근친상간을 피해가며 생식을 하는 이유는 원초적인 자연현상이다.‘
옥녀봉을 두고 이런 사회적 현상을 생각하며 이쯤에서 하산을 서둘렀다.
긴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일행들이 속속 올라섰다.
주성철씨부부, 주춘희-김자연-전금순-김병찬-김제범-안병만-송승의-김길수-이복순-왕영주씨 등이 차례를 지키듯 천국의 계단을 올라선 표정으로 속속 집결했다.
바로 우측 발밑에 금평항이 깔려있고, 좌측인 북쪽은 대항이다.
금평항은 북쪽 방향에 고동산(217m)이란 모자를 쓰고 있는 형태다.
남쪽에는 桐江해협을 사이로 下島가 칠현산 줄기에 아담하게 내려뵌다.
칠현산(해발 349m).
남쪽으로 뻗은 줄기를 따라 7개의 봉이 솟아 있어 <七絃峰>이라 하는데 그 중 망봉(=공수산, 310m)에는 옛 사량진의 봉수대가 있다. 칠현봉에는 등산로와 안내판이 잘 마련되어 있고 7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능선이 아기자기하며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좋아 근래 많은 등산인들의 발길이 잦다. 등산 코스는 덕동-봉화대-칠현봉-망봉-읍덕 마을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10시 정각.
옥녀봉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는 90도 수직 20m 나무발판의 줄사다리다.
뒤따라 내려오던 장숙자씨가 그네답지 않게 엄살이다. 조금 전까지 위험한 암릉이나 지형을 만나면 남성적인 기질을 보이던 그네였다. 일종의 응석이다. 그래서 일행 모두가 한참이나 웃었다. 날렵하게 내려서는 정영애-이근자씨와는 퍽 대조적이다. 우측 바위지대를 안고 돌아 슬랩암반지대에 올랐다. 10여분 기다림이 지루했던지 24명의 일행들이 먼저 하산길에 들었다.
55분 간 후미를 기다리는 긴 시간을 보냈다.
시차를 두고 공항의 이명심씨 일행 5명, 범연자씨 일행 3명, 이범진씨 가족 4명, 이충식씨부부, 천명숙씨 일행 2명 정재근 감사님-홍기오대장님 등이 차례로 합류했다, 주부 1명만이 가마봉 아래에서 대항으로 빠지고 40명이 모두 함께했다.
나눔의 시간을 꽤 오랫동안 가졌다.
10시 55분.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절리암릉 내리막이다. 옥녀봉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과 케언을 지났다. 소나무가 울창한 지점을 지나 20m-가파른 79 철계단을 내려서 30m 쯤 북쪽 능선을 따르면 소나무 숲 삼거리 갈림길이다.
11시 11분.
우측은 금평항으로, 좌측은 대항포구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대항해수욕장 ↖↗ 사량면 사무소>
고로쇠나무 노목, 꽃향유, 별꽃, 쇠서나물, 000이 길섶에 즐비하다. 너덜 내리막이다.
11시 34분.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렸다. 샘터에서 손과 머리를 적셨다.
도꼬마리-자리공-수크렁-큰자리공-갈대가 우거진 샛길을 지나 선착장이 있는 포구마을에 닿은 시각은 11시 50분이었다.
내지항을 출발, 사량도의 동서를 가르는 암능인 ‘지리망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을 돌아 대항에 이르는 약 7.5Km 거리를 주파하는데 약 4시간 50여분이 소요됐다.
선착한 일행들이 이벤트를 만들어 술추렴에 열중이다.
오후 1시 00분.
승선을 완료, 대항을 출항했다.
선실 윗층에 자리잡은 일행들의 무료한 항해시간을 상쇄하려는 김병찬씨의 몸놀림이 있었다.
몸으로 화답하는 안병만씨의 몸놀림도 겉보기와 달리 낙지처럼 유연한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한참을 웃었다. 일행들의 눈시울에 눈물이 찔끔거릴 정도였으니 헤프닝치곤 희대의 희극이었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한 일행들과, 김-안 두 분의 고마운 배려다. 산우회 협조비로 136,000원이 모아졌다. 12월 중순 정기총회 소요경비에 충당할 것이라고 식사시간을 이용해 회원들에게 고지했다.
2시 20분.
삼천포항 승민횟집( 055-833-1143)의 협조로 갈매기식당( 055-833-7487)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5월 와룡산 산행 때 만난 여주인이 환한 미소로 일행을 맞는다. 푸짐한 회가 올려진 식탁에서 흥건한 하산주가 곁들였다.
4시 3분.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삼천포항을 출발, 귀로에 올랐다.
꽤나 지루한 버스 승차시간이었다.
두 차례 휴게소에 들리는 시간을 가졌다.
밤 10시 20분.
서울 발산동 도착이다. 온 몸이 소금에 절여진 채소처럼 삭아버린 상태다.
다른 회원들도 뒤풀이에 눈길을 두지 않는 눈치다.
오늘 행사를 위해 드러내지 않고 동참한 협조자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올린다.
아이스박스를 식당으로 옮기는 김영주씨의 수고가 마음에 걸린다.
밤과 낮의 차이를 생각하며 깊은 잠에 떨어졌다.
내일아침을 생각하는 짧은 시간도 피로속에 이내 묻혀버렸다.
*교통 :
-고속버스[서울~통영 및 서울~사천(두 시간 간격운행)]
-시외버스[동서울터미널~통영, 사천(두 시간 간격 운행)]
-승용차[경부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사천 방향 3번국도-사천시(삼천포 항)
(또는 -도산 삼거리-가오치 도선장)]
*선박 ;
-사천 삼천포 항-사량도 금평(1일 2회 운행, 편도 3,000원.
일신호(055-832-5033, 011-571-5033, 새벽 5;30, 6;30~오후 1;00
45명 이내 300,000원-1인 추가시 6,000원)
-고성 맥전포 항-사량도 금평(1일 4회 운행, 편도 2,200원. 055-673-0529)
-여객선 대절(삼천포항~돈지, 삼천포 유람선협회 단체40인까지 250,000원에 추가 1인 당 6,000원. 055-835--1272~3) → 항해시간 40분
-다리호 사무실(055-673-0529)
-마을버스[사량도~돈지 간 이동, 김규송 055-642-7155]
*숙식 ;
-금평항[동해여관(055-642-7302), 명동식육식당(-642-6048), 금평여관(-642-6082)]
-사천시내[삼천포관광호텔(-832-9801), 뉴삼화관광호텔(-832-9711)]
-돈지포구[우리횟집(-644-9331), 사금횟집(-642-7162)]
-삼천포항[제일횟집(833-8465), 칠복식당(833-2872), 새로골할매집(835-9533)
복원식당(832-3922), 등대횟집(832-4194)]
실비식당[만남실비(835-8916), 동해실비(835-6240)]
-삼천포항 여객선터미널[승민횟집 055-833-1143, 갈매기식당 055-833-7487,
수정식당(644-0369),명촌식당(641-2280), 한일충무김밥(645-2647)]
-사량도 하도 읍덕리[민박 신석만(-642-8084), 문경주(-642-7382)]
-사천시내[만원회 전문집(노상공원 매립지, 055-832-1736), 꼭지식당( -833-7265)]
*관광 : 한상도, 욕지도, 비진도, 소매물도, 홍도 등.
사천시내[상족해안, 대방진 굴항, 남일 대해수욕장과 코끼리바위]
*특산물 : 화어, 문어, 멸치, 명태포, 쥐치포, 학꽁치포, 단감, 토마토, 포도 등
수․농산물[삼천포 중앙상가, 삼천포 서부상가, 삼천포 종합시장]
*기타 : 사량면 사무소[055-640-5507], 사량도 인터넷(www.saryangdo.com)
..................
[비만 1000만명 시대]'살과의 전쟁' 지금 시작합시다
'21세기 전염병'위험한 한국…해마다 40만 명씩 '뚱 뚱'… 청소년도 22%
복부지방 많은 한국인 사망률 높아
의료비등 한해 손실 4조원… 예방 서둘러야
각종 질병 속수무책, 美선 하루1200명 숨져 (임호준기자, 이지혜기자 : 2005.10.19 )
서울아산병원 4층 건강증진센터. 키 165㎝, 몸무게 117㎏인 김모(19)군이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다. 계기판의 빨간 글씨가 가리키는 속도는 시속 3.5㎞. 아기가 걷는 정도의 속도지만 김군에겐 무리였다. 얼굴과 이마는 홍시처럼 붉어졌고 굵은 땀방울이 연방 흘러내렸다. 김군은 채 5분도 안 돼 ‘스톱’ 스위치를 눌렀다. 비만 치료를 위해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한 그는 정상 보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고도 비만으로 인해 지방간이 악화돼 간 기능도 현격히 떨어졌다.
키 167㎝, 체중 133㎏인 박모(40)씨는 최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위 절제수술을 받았다. 고도비만 때문에 생긴 당뇨가 인슐린 주사로도 조절되지 않았고 혈압도 높아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체중을 견디지 못해 ‘다리 정맥류’(정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로 정맥이 파열되는 바람에 다리는 항상 피멍이 들어 있다. 정상 보행도 불가능한 상태여서 운동으로 살을 뺀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후 수단으로 그가 택한 것은 위 절제 수술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 O)가 21세기 ‘신종 전염병’ 중 하나로 규정한 비만이 우리 사회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과 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비만율(과체중 포함)은 매년 1.6%포인트씩 높아져 연간 40만명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비만율은 1998년 26.3%에서 2001년 30.6%로 증가했다. 올 연말 결과가 발표될 2004년 조사에선 5%포인트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질병관리본부 조인호 박사팀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비만율도 22.3%에 달한다. 바야흐로 ‘비만인 1000만’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뇌졸중, 각종 암 등을 유발 또는 악화시켜 생명을 단축시킨다. 미국에선 하루 평균 1200여명, 연간 30만 명 정도가 비만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올해 3월 일리노이대 올센스키 박사팀은 광범위한 역학조사 결과를 미국 최고권위 학술지(NEJM)에 발표했다. 그 중에는 비만이 미국인의 평균 수명을 9개월 정도 단축시키고 있으며 최대 5년까지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가 들어있다.
비만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각하긴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산백병원과 건강보험공단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경도(輕度) 비만이라도 당뇨병과 고혈압 발생률이 정상 체중보다 각각 2배와 1.5배 높았다.
체질량지수(㎏/㎡·몸무게에서 키의 제곱을 나눈 값)가 25~29.9이면 경도비만, 30~34.9는 중등도비만, 35~39.9는 고도비만, 40 이상은 초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연구를 담당한 일산백병원 오상우 교수는 “한국인은 내장에 지방이 끼는 복부지방이 많아 체질량지수가 25만 넘어도 30이 넘는 외국인과 사망률이 비슷하다”며 “최근 고혈압과 당뇨가 급증한 이유도 비만의 증가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가 1998년 국민영양조사결과를 토대로 비만 치료에 쓰이는 직접 비용을 계산한 결과 1조17억 원에 달했다. 비만의 급속한 증가와 의료비 상승률을 감안하면 2005년 현재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강 교수는 추산했다.
여기에 살을 빼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거나 다이어트 식품을 구매하는 등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비만으로 인한 손실은 약 4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의 경우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직접비용은 1170억 달러(약 117조원), 간접비용까지 합하면 2000억 달러(약 200조원) 수준이다.
강북삼성병원 비만클리닉 박용우 교수는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을 중심으로 외국 영화에서나 보는 초고도비만이 급증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서구 국가들처럼 비만을 일으키는 음식의 TV 광고를 금지하고 비만 치료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비만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첫댓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