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골에 도착하니 낯 모르는 아줌마가
한참 붉게 익어있는 왕보리수를 따 먹느라 분주하다.
왕보리수 나무를 뱅뱅 돌며 어째 떠나기가 영 아쉬운 눈치다
그 붉은빛이 하도 요염해서 아마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으리라
우리가 주인인걸 알고는 무안해서 도망치듯 가 버렸지만
우리라도 분명 몇 개 따 먹고 싶은 욕심에 그냥 갈 수 없었으리라
저 나무는 지나가는 행인을 위한 나무로 만들어야 될 것 같다
매실도 따러 오겠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종자골의 매실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우리는 따로 사서 매실주를
담그기로 하자고 착한 청솔님은 말했지만
어디 욕심많은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첫 수확인데 딱 한 나무만 우리가 땁시다"
그 욕심이 화근이 되었는지
지난주만해도 그렇게 선명하고 또렷한 초록빛으로 반짝이던
매실들이 병이 들어 검은 점이 박혀있고 어느 나무밑에는
우수수 쏟아져 쫙 깔려있었으니 우리의 심장이 멎는듯
기가 막혀진다
수확 시기를 놓친것일까? 아니면 많은 비로 습기가 많아지니
병충해가 생겨서 떨어진 것일까?
매실은 자연 그대로를 먹을 수 있는 무공해 식품인 줄 알았는데
병충해 방지를 해 줘야 되는 모양이다
알차고 싱싱했던 매실 표면의 솜털들이 생기를 잃고 있으니
다음주가 되면은 다 떨어져 내릴 것이다
삼촌과 어머님이 매실을 따러 오신다기에 수확 시기를 늦추고는
있었지만 괜히 아직 오지도 않은 사람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리석은 사람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더니만
이미 벌어진 일로 누구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랴 싶어서 얼른
마음을 바꾸어 먹는다. 내년이 있고 후년이 있고 ..
그때 제대로 따야지
드디어 백일홍이 피기 시작이다
거름기가 적은지 약간 흐릿한 초록빛으로 자라고 있지만 그런대로
건강한 편이다.처음 백일홍을 심었던 재작년에는
처음 피어나는 꽃에도 감탄이요.수백 송이 피어나면 더 감탄이요
장마후에 다시 피는 꽃에도 더욱 더 감탄을 했건만
3년째인 지금은 그 감탄이 훨씬 줄어들어 피어난 꽃을 바라보는
심정이 맹숭맹숭하니 나이든 탓인가도 싶고 어째 씁쓸해지기도 한다
어느날인가 종자골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이렇게 식어져서
지금 누리고 있는 기쁨과 행복까지 잃게 되지는 않을까 불현듯
걱정이 된다.죽 끓듯 밥 끓듯 하는 사람의 변덕을 어찌 믿겠는가?
작년에는 백일홍 꽃 모가지를 똑똑 분질러 놓는
병이 생겨서 속상했었는데 올해는 그런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건강하지 못하면 도대체 되는 일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청솔님이 자두나무에 밑거름 웃거름을 열심히 주더니
자두가 지난해보다 몰라보게 잘도 크고 건강하다
나무가지가 휘청 휘어져 있어 받침대를 해 줘야 했다
연두빛으로 흰빛으로 초록빛 귀여운 열매로 그리고
붉은빛 먹음직스러운 먹거리로 그리고 시원한 그늘로
겨울에는 북쪽 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로 일년내내
우리를 기쁘게 하는 자두나무다
조금 붉어진 것을 한 개 따서 먹어보니 단맛 신맛이 동시에
느껴진다.다음주면은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이구 우리집 보배!!껴안아 본다
외박 나온 아들 데리러 경기도 북쪽 연천군으로 갔다가
부모님 모실 산소 보러 남쪽 용인으로 갔다가
종자골 보러 동쪽으로 갔다가 다시 일원동 집이 있는 서쪽으로
하루종일 동서남북 긴 길을 7시간 달린 날이다
그러고 보니 청솔님이 자두나무를 닮았다
부모님에게는 착한 자식,아들에게는 든든한 아빠
아내에게는 믿음직한 남편,종자골에서는 부지런한 농군
어디 한구석 부족함이 없다
에이구 우리집 기둥! 자주 껴안아줘야지.
첫댓글 매실이 넘 안타깝게 되었네요.. 사진으로만 봤지만,, 그렇게 탐스럽더니... 믿음직한 서방님, 든든한 아들 많이 자주 않아주고 자주 사랑한다 말해주고.. 행복이 늘 충만하시길 기원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