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회원 여러분,
최근 우리는 전국적인 비참과 슬픔의 나날을 보내었습니다. 대구의 지하철 방화사건이 가져온 엄청난 피해와 비극은 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이 전혀없습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보다 훨씬 규모가 큰 참사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공화국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보면 이는 잘못된 교육제도가 가져온 비극이라는 것입니다. 즉 이번 사고의 과정에서 대구지하철 공사 직원들, 공무원들이 보여준 무사안일주의, 부주의, 무책임감 그리고 안전 불감증 등은 가히 수준급입니다.
한국인들의 무능과 무책임감은 그들이 입시위주, 객관식, 암기식 요령위주의 공부만을 해왔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독일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간의 자질을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실무능력(Tatkraft)에 두고 있습니다. 단순힌 능력이 아니라 실무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는 바로 닥치는 문제와 위기의 처리능력을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고등 교육 기관에서 전인(generalist)보다는 전문인(specialist)를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즉 실업교육, 직업교육 그리고 장인교육을 강조해야 합니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이런 특수 전문직을 천시하는 풍조에 빠져 있습니다. 이는 미국식의 단선적 학제의 영향도 큽니다. 단선적 학제에서는 모든 직업을 대학진학과의 관련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자연히 비대학 출신자는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교육제도를 복선제나 기타 다양한 가치체계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졸업시험을 강화하여 독자적인 지식 산출 능력을 측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인적인 과목들은 졸업 작품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러는 교육과정에서 책임감과 도덕성은 저절로 길러집니다.
획일적인 대규모의 객관식 시험은 (자격시험 혹은 국가고사 등) 제가 누누히 말씀드린 것처럼 창의성, 주체성 보다는 순응(adaptation)능력 혹은 암기력만을 요구합니다. 이런 공부만 한 사람은 이번의 대구 참사에서 지하철 사령실과 기관사들이 보여준 한심한 작태를 생산합니다. 특히 이번에 황당한 것은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이 화재가 난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렬씨에게 사고 당일인 18일 오전 10시 8분쯤 "전원을 끊고, 마스컨키를 빼고 대피하라"라는 지시를 내렸고 또 "아, 빨리. 차판 내려놓고 다른 데로 도망가"라는 통화를 한것입니다. 승객들의 안전은 도외시하고 기관사만 도망쳐 나오라는 사령실의 지시입니다.
세상에 ! 이런 무책임한 공기업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니 200명 이상의 무고한 승객의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말단 공무원 한사람에게도 확실한 책무와 권한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그곳의 말단 공무원은 소신있게 자기 일을 처리하고 그런만큼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대신 요령과 눈치보기가 판을 칩니다. 가령 경찰의 경우 그들은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합니다. 공명정대하게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이 드뭅니다.
원칙과 도덕, 소신있는 사회 이를 노무현 정권에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