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중국에서 사는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매일 돗데기 시장 같은 생활이지요. 특별한 엔터테인먼트가 없는 중국생활이라 일을 빼고는 별로 나 다닐데도 없습니다. 자주 중국생활에서 느낀점을 정리해서 올린다는 것이 매번 마음뿐이지 잘 실천이 안 됩니다. 오늘은 중국사업 환경이 예전과 많이 변했다는 것을 함께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있는 칭다오에는 이미 한국기업이 5천여 개, 상주 한국인도 6만여명이 된다합니다. 중국 전역을 보면 기업은 이미 1만여개가 들어왔을것이고(90%이상이 중소기업), 상주인구도 20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많이 들어왔지요. 영사관이나 연구기관에 따르면 앞으로 더 많이 들어올것이라고 합니다.
가끔 제 사무실로 이리저리해서 커피 한 잔 하러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전과 많이 틀리다는 것을 느낍니다. 97년이전에는 만나는 사람 열명중 6명은 사업관계로 중국에 들어왔다고 했습니다만, 지금은 꺼꾸로 열명중 6명은 무엇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예전에는 투자를 결정했다던지, 요식업을 한다던지,무역아이템을 갖고 사무실을 낼려고 왔다던지 하는 구체적인 사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들어와서 시장상황을 검토해보고,당분간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무엇을 할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하긴 한 도시에 한국인이 6만이라면 한국의 작은 도시인구 정도가 될수있겠습니다. 시장이 형성 된다는 말이겠지요.그러나 일전에 ‘재중국 한국인의 미래’란 제목으로 글 올린적도 있지만, 중국으로의 진출은 다른국가와 달라서 제조업과 그 주재원의 역사 라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점에서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시말해 진출기초가 제조업이라면 공장의 이전에 따라 그 주재원과 그들을 상대하는 시장이 동시에 이전된다는 불안정한 형태입니다.
그러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 한국투자 제조업이 계속 들어오고 또 꿋꿋하게 살아있으면 이상이 없지 않느냐 하겠지만, 그것이 그리 녹녹한 환경이 아닌것으로 흘러가고있습니다. 이 점에서 중국투자기업의 과거와 현재,미래의 환경흐름을 눈여겨 살필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과거를 먼저 한번 회상해 보겠습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올린이후, 서구열강과 일본기업이 80년대까지 주름을 잡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좀 늦은 92년 수교후부터 활발하게 진출하였습니다. 비록 늦게 진출은 했으나 93년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투자가 홍콩,대만을 이은 3위 국가가 되었습니다. 홍콩,대만을 같은 중국으로 본다면 실질적 1위국가가 우리입니다. 일본은 80년대 중반 일제히 철수했다가 90대 중반부터 재진출을 시도했고, 지금은 오히려 본국으로의 U턴기업이 늘어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초기에는 봉제,완구등 경공업쪽의 저임산업이 먼저였습니다. 그때의 중국은 외국투자기업을 신성시하였던것입니다. 중국의 필요는 외국투자기업의 진출에 따른 해당 지역개발과 지역민의 소득향상이 지상과제였던것입니다. 그로인해 연평균 8~9%의 경제성장을 오랫동안 누려오고 있습니다.
생산성은 떨어진다 할지라도,풍부한 저임의 노동력이 매력적 이었습니다. 외자기업일 경우 기업소득세는 3년면세, 소득발생후 2년 반감.(사실 영원히 소득세 내지않는 기업도 많습니다. 매년 적자보고를 하면 가능하지요.),또 모든 수입설비와 자동차, 수입원자재는 외자기업에 한해 면세혜택을 주었으므로 중국로칼기업은 상당히 불리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당시 외국기업과 품질경쟁을 벌일만한 로칼기업이 몇 개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로칼기업이 차별을 받았다고 단정할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일단은 국내생산보다 원가면에서 20%이상 절감을 볼수있는 아이템이 인건비 포션이 높은 경공업제품인 것입니다. 수출로 한때 재미를 보았던 시절이 과거 10여년의 중국투자기업 인것입니다.
그럼 수교10년을 넘어가는 현재는 어떤 환경일까요?
우선 중국의 로칼기업의 경쟁력이 괄목할만하게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주위의 우리기업의 생성,소멸상황을 보면 잘 알수가 있습니다. 초창기에 들어왔던 봉제,완구업체들이 로칼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소리없이 철수를 많이 했습니다. 그중 많은 경쟁업체가 바로 얼마전까지 한국기업에 공장장으로 또는 관리자로 근무하던 중국인이 세운 기업입니다.
그 다음 전자제품 쪽이었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중국로칼기업의 경쟁력에서 점차 힘들어 하다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밝혀진 대로 작년에 철수한 쑤저우의 삼성 전자레인지공장이 좋은 일례가 될수있습니다. 품질은 비슷하면서 판매가가 $40 대인 중국기업과, 생산원가만 $ 50대가 넘는 우리기업은 이미 경쟁상대가 될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거대기업도 이렇게 로칼기업의 경쟁력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다시말해 특별한 기술제품이 아니고는 몇 년간의 축제기간만 주어지는 것이 현 중국의 실정입니다.
요즘은 중소 액세서리업체의 러쉬가 대단합니다. 청도에만 최근 3년사이에 600 여개의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그에 동반해서 필수적으로 도금업체가 진출하게 됩니다. 또한 액세서리의 특성상 원부자재의 도매상가가 자연적으로 형성되므로 또한 대단위의 가게들이 동반 진출하고 있습니다. 아마 당분간 액세서리의 특성상 품질과 디자인면에서 중국업체가 넘볼수는 없을것입니다. 중국업체도 암암리에 배우고 있는 시기라고 보면 됩니다.개인적으로는 이 업종도 앞으로 3~4년이 지나면 고비가 올 듯 합니다.
중국정부의 외자기업정책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기업의 열악한 경쟁력 하에서는 외국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사회적으로는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로칼기업에게는 경쟁력 향상의 기회를 부여했던것입니다. 개인기업(사영기업) 허가 문턱을 낮추어 우후죽순처럼 개인이 기업을 일으키도록 유도를 했습니다. 품목에 따라서 자국기업이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출때까지는 로칼기업에 대해 외자기업과의 차별을 강요했었던것입니다만 결국은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로 나중에는 국수주의 정책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즉 자국기업보호 정책을 말함이지요.
수교 10년을 후딱 넘긴 이 싯점에서 부지불식간에 외자기업에 대한 혜택이란, 조세에 관한 것을 빼고는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부드럽게 말해서 외국기업을 국내기업과 차별을 두지않는 동등한 경쟁자로 취급하겠다고 하지만, 준조세와 사회비용 면에서는 역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국기업인것입니다.
외자기업의 제일 큰 난제중 하나가 원자재의 수급입니다. 대다수 외자기업은 중국자재 수배능력이 현지기업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본사 또는 본국거래처로부터 공급받고있는 형편입니다. 원래는 수출용 원자재수입은 면세였으나,점차 기업규모에 따라 선증후퇴(先增后退)를 요구합니다.즉 관세해당금액을 선 납입후 수출증명확인시 퇴세해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만약 어느날 이를 엄격히 적용하게 되면 기업마다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기업은 특별한 자재외에는 전부 국내에서 조달해 써므로 부담이 덜 하지요.
노동자의 단결,단체행동도 유도할 수가 있습니다. 외자기업이라 중국로칼기업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것입니다. 모든것이 조세외의 사회비용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게 될것이지요. 예컨데, 어떤지역에 동일제품을 생산하는 외자기업과 중국기업이 같이 있어 경쟁이 붙고있다면, 지방정부와 지역민은 중국기업을 편들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외국기업의 경쟁력 상실은 이래서 무서운것입니다.
중국 전지역에서 외국인의 투자가 몰리는 곳은 연안지역을 위시한 몇 개의 지역에 집중되어있습니다. 다시말해 투자 할 만 한곳이 몇군데로 한정되어있지요. 십수년동안 그 지역에만 집중투자가 이루어진 관계로 이미 포화상태에 있습니다. 즉 노동력의 부족과 전력부족은 이미 예견된 사항이라는 것이지요. 풍부한 노동력이란 말도 이제 예전의 일이 되어갑니다.
결국은,
중국내에서 우리의 제조기업도 기간의 차이가 있을뿐 경공업→전자→통신,반도체→기계,장치산업 등으로 부침을 겪어갈듯합니다. 어느나라나 지역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공장운영인 것입니다. 현 싯점에서 보건대 외자기업의 입장에서 제조업으로는 통신,의료,반도체,기계산업의 경쟁력 우위 시대인것입니다. 이미 봉제,완구,악세사리등 경공업과 전자는 특별 품목을 빼고는 시한부 카운터다운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 단순히 저렴한 인건비 원인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우리 중소제조업도 시기에 맞춰 퇴출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쟁력이 있는 제 3국이나 또는 중국의 서부내륙지역으로의 진출까지도 불사해야 할듯합니다. 제일 이상적이기는 국내로의 U턴입니다. 한국도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어오면서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거품이 많이 빠졌습니다.
이제 중국투자는 몇가지의 원인으로 이루어질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가고 있습니다.
중국내수를 위한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
이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제일 힘드는 사항이라 충분한 검토와 사전 워밍업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몇군데만 성공적인 안착을 하고있는 실정입니다. 중국로칼기업과의 가격경쟁에 이겨야 합니다. 대금회수에 있어 불확실성도 제거해야합니다. 중간 유통상인들을 유효적절하게 다룰줄 알아야 합니다. 결국 장기전을 펼 기초체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내수에서 살아남는다면 중국의 외자기업정책이 어떻게 바뀌던 장기레이스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외 서비스 및 유통,운수,무역업도 상당한 매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제조업분야를 중국로칼기업에 내어주면 중국공장투자는 의미가 없는것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중국공장아웃소싱을 이용하면 직접투자없이 훌륭하게 나의 브랜드로 중국산제품을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이익은 높이되,초기투자비와 위험을 낮추는 훌륭한 방법이지요. 저가 그리고 가격경쟁이 치열한 제품이 이에 해당될것입니다.
앞으로 중국이 아무리 세계의 생산공장이라고는 하나, 그 생산주체가 결국은 중국인의 손으로 넘어갈듯합니다. 그것이 언제이냐는 시기의 문제로 중소투자기업은 대기업보다 훨씬 빨리 그 시기가 올듯합니다. 그럴경우 과연 지금과 같이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시장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겠지요.
중국투자기업중 약70%가 이익을 못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면으로 계산하면 그만큼 해당하는 돈을 기업과 개인이 한국에서 갖고와서 중국에 쓰고있다고 봄이 맞겠지요. 혹자는 일년동안 얼마를 썼고, 또 누구는 3년동안 얼마를 쓰고 결국 철수를 하게되겠지요. 그 돈을 다 합하면 어마어마 할것입니다. 그나마 돈이란 돌고도는것이라 한국인들끼리 돌고도면 다행이겠으나, 만약 진출의 기초가 되는 제조업이 쇠퇴하게 된다면 돈 흐름에도 동맥경화가 생기겠지요.
spring/2005.1.13
첫댓글 스프링님이 유망할 거라고 보시는 분야가 지식 서비스 산업분야네요.. 그만큼 경쟁력 갖추기가 힘들겠죠. designed by... developed by... korea. 흠... 중국어로 꿈을 꾸는 그날까정.
사무실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는 기분으로 잘 듣고 갑니다,,, 담에 사무실 들릴 때는 커피 사들고 가겠습니다~
스프링님 저도 설탕들고 가도 되나요?...ㅎㅎㅎㅎ
어쩌다 밟은 곳이 오아시스 가 될 줄이야.. 우연히 들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늘 유쾌한 날들이 되시길..^^
오랫만에 방문해서 좋은 글과 중국상황에 대한 현실감을 얻고 갑니다. 스프링님 안녕하시죠.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