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를 얼추 돌아보고 나자 어느 덧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돌아 온 길을 되짚어 아사쿠사 전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묵을 호텔이 있는 '아카사카'에서 가까운 번화가인 '하라주쿠'로 향할 차례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사 여직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만일 신주쿠와 하라주쿠 중 한군데를 택해야 한다면 어디를 둘러보는 게 나을까요?'
그러자 이 아가씨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하라주쿠 요!!'라고 외치더군요.
사실 도꾜에 직접 가보고서야 실감을 했지만 이곳은 정말 서울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도꾜의 명소들이 한국의 그것으로 비유가 되는데요.
예를 든다면 '신주쿠는 영등포', '하라주쿠는 이대 앞' 뭐 이런 식인데요.
막상 와보면 이런 비유가 정말 실감이 난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영등포'에 안 좋은 인상을 가진 저는 그 아가씨 말을 믿고 '하라주쿠'로 향했습니다.
아사쿠사에서 우에노로 와 그곳에서 JR을 이용 하라주쿠 역으로 향했습니다.
하라주쿠 역은 번화가에 자리한 역치고는 허름했습니다.
약간 비약을 하자면 민자역사가 들어서기 전의 옛날 '안양역' 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역을 나오자 길 건너의 화려한 불빛이 이곳이 번화가임을 알려줍니다.
토요일임에도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이대 앞, 홍대 앞 동대문 일대의 주말을 연상했던 우리 부부에게는 다소간의 의아함과 실망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결론 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그랬습니다.'
이곳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코스프레 전문점'인데요.
여러분을 만화영화의 주인공이나 신데렐라로 만들어 줄 각종 의상이 즐비합니다.
그리고 이곳에 코카콜라를 테마로 한 작은 상점이 있는데요. (콜라커넥션이라는 간판이 붙은)
이곳에 가면 콜라와 관련된 각종 악세사리를 포함해서 별의 별 것을 다 팔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번호판도 팔고 있었습니다.
가게에서는 연신 '코카콜라~~~~'어쩌구 하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가 나오구요.
저는 이곳에서 좀 특이한 물건이 없나 한참을 뒤져보았는데요.
'없습니다.'
가격도 역시 일본물가라 만만치는 않구요. 왠만한 물건은 'made in china'인지라 흥미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한가지 좋은 것이 있습니다.
물건을 구경하는데 귀찮게 하거나 호객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경은 부담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라주쿠의 야경을 돌아보았습니다. 조금 걸어나오자 큰 백화점등이 나오구요.
도로는 공사중이라 상당히 혼잡했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만화책과 CD를 전문적으로 파는 서점이 보였습니다.
호기심에 들어 가보니 '알바'로 보이는 점원들이 쉴새없이 무어라고 떠들면서 책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더군요.
도데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귀담아 들어보니 '곰방와 이랏샤이마세!(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는 말이더군요.
자기 할 일 다하면서 그렇게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알바 하면 몸보다 목이 더 고달플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 동네를 한 바퀴 쭈욱 돌아다니고 나니 어깨에 맨 배낭은 무겁고 다리는 아프고 뭐 대단한 구경거리는 없고 피로가 몰려오더군요.
이름난 라면가게인지 라면가게 앞에 10여 미터는 쭈욱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이구요.
아!!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 하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흡연을 즐기는 여성들입니다. 어디를 가나 거리낌없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구경을 서둘러 끝마치고 하라주쿠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카사카로 가는 전철표를 사기 위해 역에 붙어있는 전철노선도를 보는데요.
'젠장!! 어디에도 '아카사카'는 보이지 않는 겁니다.'
도꾜의 전철 노선도에는 영어 표기가 잘 안 되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문으로 봐야 하는데요.
열심히 한국에서 가져간 노선도의 아카사카 표기인 '赤坂'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손사래 치며 잘 모른다고 하고...........
피곤함과 황당함이 어우러져 짜증으로 승화되려는 순간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다정한 한국말이었습니다.
유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우리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다가와 아카사카 가는 방법을 자세히 일러주었습니다.
하라주쿠 역은 JR선 역이기 때문에 '아카사카'로 갈 수 없구요.
'치요다 선'으로 환승하여야 합니다.(엄청 복잡하죠.... ^^;;)
하라주쿠 역 바로 앞에 '메이지 진구마에 역'이 있습니다. 이곳이 아카사카로 가는 '치요다 선' 전철역입니다.
이 친구 자세히 설명을 해준 뒤 '즐거운 여행되세요.'라고 인사까지 꾸벅하고는 갔습니다.
어찌나 고마웠던지요.
해외에 나갈 때마다 뜻하지 않은 사람들게 도움을 받아왔는데 이 행운이 이번에도 와주었습니다.
(4)편에서 계속 됩니다..............